← --library
문과 · 12문과

법학

단계1단계2단계3단계4단계5

4단계: 형법 · 형사절차 · 형사정책


제1부: 이론적 기초 — 국가는 왜 처벌할 수 있는가

어릴 때를 생각해봐. 친구가 내 연필을 훔쳐갔을 때, 혼자서 되찾으려고 멱살을 잡으면 어떻게 될까? 아마 더 큰 싸움이 날 것이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개인이 직접 복수하는 방식은 무한한 연쇄 폭력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인간들은 합의를 했다 — "복수할 권리를 국가에 맡기자." 이것이 형법의 출발점이다. 형법(刑法, Criminal Law)이란 어떤 행위가 범죄이며, 그에 대해 어떤 형벌이 부과되는지를 규정한 법이다.

그런데 여기서 진짜 흥미로운 철학적 질문이 등장한다. 너는 1단계에서 자연법론과 법실증주의를 배웠다. 자연법론자들은 "정의롭지 않은 법은 법이 아니다"라고 했고, 법실증주의자들은 "법은 일단 사회가 만든 사실"이라고 했다. 이 충돌이 형법에서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역사적 사건이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에서 나치 장교들은 "우리는 법을 따랐을 뿐이다"라고 항변했다. 법실증주의대로라면 그 항변이 맞다. 그러나 법원은 그들을 처벌했다. 이 판결은 법이 단순한 명령의 체계가 아니라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을 내포해야 한다는 생각을 국제사회에 각인시켰다. 형법이 그 어떤 법 분야보다 철학적 성찰을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홉스(Hobbes), 로크(Locke), 루소(Rousseau)는 모두 다른 인간관을 가졌지만 하나의 공통된 논리 구조를 공유했다 — 사회계약론(Social Contract Theory). 개인들은 자신의 자연적 자유 일부를 국가에 위임하고, 국가는 그 대가로 안전을 제공한다. 이 계약 구조에서 국가가 갖게 되는 처벌 권한을 **국가형벌권(Ius puniendi, 이우스 푸니엔디)**이라 부른다. 라틴어 "Ius"는 권리·법을 뜻하고, "puniendi"는 처벌하다는 뜻이다. 즉 형벌권은 천부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에서 도출된 권한이며, 따라서 반드시 제한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우리 헌법 제12조는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고 선언하면서 동시에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국가형벌권은 헌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행사될 수 있다.

[노트 기록]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 Principle of Legality) — 라틴어 원칙 "Nullum crimen, nulla poena sine lege" (눌룸 크리멘, 눌라 포에나 시네 레게) = "법 없이는 범죄도 없고, 형벌도 없다." 이 원칙은 다음 네 가지 파생원칙으로 구성된다.

죄형법정주의는 형법 전체의 헌법적 토대이므로 반드시 내면화해야 한다. 첫째, 소급효 금지의 원칙 — 행위 당시에 범죄가 아니었다면 나중에 법을 만들어 처벌할 수 없다(헌법 제13조 제1항). 예를 들어 오늘 A라는 행동이 합법이었는데 내일 그것을 금지하는 법이 생겼다고 해서, 어제의 A를 처벌할 수 없다. 둘째,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 — 법에 명시된 죄목과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 법관이 "이건 절도랑 비슷하니까 절도죄 적용"이라고 하면 안 된다. 셋째, 관습형법 금지의 원칙 — "우리 마을에서는 예로부터 이런 행동을 범죄로 봤다"는 관습은 형벌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반드시 성문법(written law)이 있어야 한다. 넷째, 명확성의 원칙 — 법 조문은 무엇이 금지되는지 일반 시민이 알 수 있을 만큼 명확하게 기술되어야 한다. "나쁜 짓을 하면 처벌한다"는 식의 조문은 위헌이다.

여기서 스스로 질문해봐: 1단계에서 법 해석 방법 중 "유추해석"을 배웠을 텐데, 민법에서는 유추해석이 허용된다. 왜 형법에서만 유추해석이 금지될까? 민법과 형법의 본질적 차이가 무엇인지 생각해봐.


제2부: 범죄의 성립요건 — 3단계 분석 체계

이제 핵심으로 들어간다. "범죄가 성립했다"고 말하려면 정확히 무엇이 충족되어야 할까? 현대 형법학은 독일 형법학의 영향을 받아 범죄 성립 여부를 3단계로 분석한다. 이 체계는 19세기 말 독일의 법학자 프란츠 폰 리스트(Franz von Liszt)와 에른스트 벨링(Ernst Beling)에 의해 정립되었고, 이후 클라우스 록신(Claus Roxin)에 의해 세련되었다. 한국 형법학도 이 체계를 채택한다(김일수·서보학, 『새로쓴 형법총론』; 이재상, 『형법총론』). 이 3단계를 각각 **구성요건 해당성(Tatbestandsmäßigkeit), 위법성(Rechtswidrigkeit), 책임(Schuld)**이라 부른다.

왜 굳이 3단계로 나눌까? "나쁜 짓이면 처벌하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분석 체계는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을 정밀하게 걸러내기 위해 존재한다. 단계를 하나씩 밟으며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첫 번째 단계: 구성요건 해당성 — 어떤 행위가 형법 조문에 기술된 범죄 유형에 딱 맞아떨어지는지의 문제다. 형법 제329조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때 "타인의 재물을 절취"하는 것이 절도죄의 구성요건이다. 구성요건은 객관적 요소주관적 요소로 나뉜다.

[노트 기록] 구성요건의 객관적 요소: 행위(Act) → 결과(Result) → 인과관계(Causation). 주관적 요소: 고의(Vorsatz, 故意) 또는 과실(Fahrlässigkeit, 過失).

고의(故意)란 "자신의 행위가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것을 의욕한 것"이다. 쉽게 말해 "알면서 한 것"이다. 과실(過失)이란 "주의 의무를 위반하여 결과 발생을 예견하지 못하거나 회피하지 못한 것"이다. 형법에서 원칙적으로 고의범만 처벌하고, 과실범은 특별히 법률에 명시된 경우에만 처벌된다(형법 제14조). 왜 그럴까? 여기서 다시 죄형법정주의의 정신이 등장한다 — 처벌받을 행위는 미리 예측 가능해야 하고, 실수를 모두 처벌하면 국민의 행동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된다.

두 번째 단계: 위법성 — 구성요건에 해당하더라도, 그 행위가 법 전체 질서의 관점에서 허용된 것일 수 있다. 이것이 **위법성 조각사유(違法性 阻却事由)**다. "조각(阻却)"이란 "막아서 제거한다"는 뜻이다. 위법성 조각사유가 인정되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정당방위(正當防衛, 형법 제21조)**다.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어두운 골목에서 칼을 든 강도가 달려들어 쓰러뜨렸다면, 이것은 상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정당방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그러나 강도가 달아난 후 쫓아가 폭행했다면 "현재의 침해"가 없으므로 정당방위가 성립하지 않는다. 또 **긴급피난(형법 제22조)**은 자신의 위난을 피하기 위해 제3자에게 손해를 가하는 경우다 — 폭풍에 표류하는 선원이 다른 사람의 배를 빼앗은 경우가 고전적 예시다. **피해자의 승낙(형법 제24조)**은 당사자가 동의한 법익 침해 행위를 정당화한다. 의사가 수술로 신체를 절개하는 행위는 환자의 동의 아래 위법성이 조각된다.

[노트 기록] 위법성 조각사유 5가지: ①정당행위(제20조) ②정당방위(제21조) ③긴급피난(제22조) ④자구행위(제23조) ⑤피해자 승낙(제24조)

세 번째 단계: 책임 —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성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 행위자를 "비난"할 수 있는지의 문제다. **책임(Schuld)**이란 "위법한 행위를 한 것에 대해 행위자를 개인적으로 비난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책임이 없으면 처벌도 없다. **책임능력(刑事責任能力)**이 그 핵심이다.

형법 제9조는 "14세 미만은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만 14세 미만의 아이는 범죄 성립요건의 첫 두 단계(구성요건 해당성, 위법성)를 충족하더라도 책임이 없어 처벌받지 않는다. 형법 제10조는 심신장애(心神障碍) — 정신적 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경우 — 를 규정한다. 완전히 심신상실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는 벌하지 않고(제1항), 심신미약 상태에서는 형을 감경한다(제2항). 또한 **기대가능성(期待可能性)**의 원리가 있다 — 그 상황에서 다른 행동을 할 것을 기대하기 불가능했다면 책임이 조각될 수 있다. 총구를 머리에 겨누고 "이것을 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받은 경우가 교과서적 예시다(강요된 행위, 형법 제12조).

여기서 잠깐 생각해봐: 음주 후 범행한 사람이 "술을 마셔서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될까? 형법은 이것을 어떻게 처리할까? 이것이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actio libera in causa)**의 문제다. 스스로 논리를 구성해봐.


제3부: 형벌 — 국가는 무엇으로 응답하는가

범죄가 성립하면 국가는 형벌(刑罰)을 부과한다. 한국 형법이 규정하는 형벌의 종류를 체계적으로 파악해두는 것은 중요하다.

[노트 기록] 형법 제41조의 형벌 종류: 생명형 — 사형. 자유형 — 징역(노동 의무 있음), 금고(노동 의무 없음), 구류(30일 미만). 재산형 — 벌금, 과료(소액), 몰수(물건 박탈). 명예형 — 자격상실, 자격정지.

징역과 금고는 둘 다 교도소에 가두지만, 징역은 노역(labour)을 부과하고 금고는 그렇지 않다. 금고는 주로 과실범이나 내란죄 같은 정치범에게 적용되어 왔는데, "노동하라"는 것 자체가 수치로 여겨질 수 있다는 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재 이 구분을 폐지하자는 논의가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정책적 쟁점이다.

**양형(量刑, Sentencing)**은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구체적인 형량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법관은 법정형(法定刑)의 범위 안에서 범행 동기, 피해의 경중, 반성 여부, 피해 회복 여부 등 양형 인자를 고려해 선고형을 결정한다. 한국에는 2009년부터 **양형위원회(Sentencing Commission)**가 설치되어 양형기준을 제시함으로써 법관의 재량을 체계화하고 일관성을 높이고 있다.


제4부: 형사절차 — 범죄에서 집행까지

형사절차(刑事節次, Criminal Procedure)는 범죄 발생부터 형 집행까지의 전 과정이다. 이것은 범죄자를 처벌하는 기능과 동시에 무고한 사람이 억울하게 처벌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2단계에서 배운 헌법의 기본권 — 신체의 자유, 무죄추정의 원칙 — 이 형사절차 전반에 걸쳐 살아 숨 쉰다.

첫 번째 단계: 수사(捜査, Investigation) — 범죄 혐의가 있는지 확인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이다. 수사의 단서는 여러 방식으로 시작된다. **고소(告訴)**는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수사기관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처벌을 구하는 것이고, **고발(告發)**은 피해자 이외의 제3자(시민 등)가 신고하는 것이며, 수사기관이 자체적으로 인지하는 경우도 있다. 수사는 **임의수사(任意捜査)**와 **강제수사(強制捜査)**로 나뉜다. 임의수사는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 진행하는 것(임의 동행, 참고인 조사)이고, 강제수사는 동의 없이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체포, 구속, 압수수색)이다. 강제수사는 원칙적으로 **영장(令狀)**이 필요하다. **영장주의(令狀主義)**란 법관이 발부한 영장 없이는 강제수사를 할 수 없다는 원칙으로, 헌법 제12조와 제16조에 근거한다. 이것이 왜 중요한지 생각해봐 — 경찰이 영장 없이 아무 집이나 뒤질 수 있다면 어떤 사회가 될까?

두 번째 단계: 기소(起訴, Prosecution) — 수사가 끝난 후 검사가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는 행위다. 한국은 기소독점주의(起訴獨占主義) 원칙을 채택한다 — 오직 검사만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검사는 수사 결과를 보고 기소(공소제기), 불기소처분(不起訴處分), 또는 기소유예를 결정한다. 불기소에는 혐의없음, 죄가 안됨, 공소권없음 등 여러 종류가 있다. 한편 **기소편의주의(起訴便宜主義)**는 혐의가 충분하더라도 검사가 여러 사정(반성, 피해 회복 등)을 고려해 기소하지 않을 수 있다는 원칙이다. 이 권한이 남용되지 않도록 고소인의 항고 제도 등 견제 장치가 있다.

세 번째 단계: 재판(裁判, Trial) — 법원에서 유무죄와 형량을 결정하는 공개 절차다. 형사재판의 핵심 원칙이 있다.

[노트 기록] 형사재판의 3대 원칙: ①무죄추정의 원칙(無罪推定의 原則) — 유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된다(헌법 제27조 제4항). ②증거재판주의(證據裁判主義) — 사실인정은 증거에 의해야 한다(형사소송법 제307조). ③자백배제법칙(自白排除法則) — 고문, 협박, 부당한 약속 등으로 얻은 자백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형소법 제309조).

왜 무죄추정 원칙이 필요할까? 반대로 생각해봐 — "유죄추정" 원칙이라면 피고인이 스스로 무죄를 증명해야 한다. 이것이 얼마나 가혹한지 상상해봐. 이와 관련해 영미법의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In dubio pro reo)"라는 원칙도 함께 기억하면 좋다.

공판 절차는 ①공소장 낭독 → ②피고인 진술 → ③검사의 입증(증거 제출, 증인 신문) → ④피고인·변호인의 반박 → ⑤최후진술 → ⑥판결 선고의 흐름으로 진행된다. 1심 판결에 불복하면 항소(抗訴), 2심에 불복하면 **상고(上告)**를 통해 대법원까지 다툴 수 있다.

네 번째 단계: 집행(執行, Execution) — 확정된 판결을 실제로 이행하는 과정이다. 징역형은 교도소에서 집행된다. **가석방(假釋放, Parole)**은 형의 일부를 복역한 후 성행이 양호한 수형자를 조건부로 석방하는 제도다(형법 제72조). 사형은 법무부장관의 명령으로 집행하되, 인권 논쟁으로 한국은 1997년 이후 사실상 모라토리엄(집행 유예) 상태다.


제5부: 형사정책 — 어떻게 하면 범죄를 줄일 수 있을까

형사정책(刑事政策, Criminal Policy)이란 범죄 원인을 분석하고 범죄를 예방·통제하기 위한 국가적 대응 전략이다. 앞에서 이론적 기초에서 응보론과 예방론을 잠깐 언급했는데, 이것이 형사정책의 핵심 논쟁으로 돌아온다.

**응보형론(Retributivism)**은 칸트적 전통이다. 형벌은 범죄자가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는 것이며, 그것으로 정의가 실현된다. 미래 억제 효과가 없어도 처벌은 정당하다. 이 관점에서 피해자의 정의감 회복이 중요한 가치다. **예방형론(Preventivism)**은 공리주의적 전통으로, 처벌 자체보다 미래 범죄를 줄이는 효과가 형벌의 존재 이유라고 본다. 예방론은 다시 일반예방특별예방으로 나뉜다. 일반예방(General Deterrence)은 형벌의 위협으로 일반 시민들이 범죄를 삼가도록 하는 것이고, 특별예방(Special Deterrence)은 범인 당사자가 재범하지 않도록 교화·개선하는 것이다.

[노트 기록] 형사정책의 4가지 이론: ①응보(Retribution) ②일반억제(General Deterrence) ③특별억제/교화(Rehabilitation) ④무력화(Incapacitation, 격리). 각각 "왜 처벌하는가"의 답이 다르다.

20세기 후반부터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했다. 캐나다 사회학자 하워드 제어(Howard Zehr)는 1990년 저서 『렌즈를 바꾸며(Changing Lenses)』에서 **회복적 사법(Restorative Justice)**을 체계화했다. 전통적 형사사법이 "국가 對 범인"의 구도로 운영된다면, 회복적 사법은 "피해자 + 가해자 + 지역사회"의 3자가 참여해 피해 회복과 관계 복원을 목표로 한다.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의 가족회의(Family Group Conference) 모델이 대표적이다. 회복적 사법은 징역 대신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하고, 손해를 배상하며, 지역사회 봉사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

**피해자 보호(Victim Protection)**는 전통 형사사법에서 소외된 피해자를 다시 중심으로 데려오는 움직임이다. 한국의 「범죄피해자보호법」(2005년 제정)은 피해자의 정보 접근권, 진술권, 지원 서비스 등을 규정한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2는 피해자에게 공판 중 진술할 기회를 보장한다.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은 검찰단계의 범죄피해자 화해 프로그램, 소년사법에서의 조정 프로그램 등으로 한국에서도 시행 중이다.

형사정책을 비교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어떤 이론도 단독으로 완전하지 않다. 응보론만 강조하면 교화 없는 처벌이 되어 출소 후 재범률이 올라간다. 예방론만 강조하면 억제 효과가 실증적으로 증명되지 않는 경우 형벌의 정당성 자체가 흔들린다. 회복적 사법은 중대 범죄나 반성 없는 가해자에게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좋은 형사정책은 이 이론들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의 문제이며, 이것이 법학자와 정책 입안자들이 지금도 씨름하는 난제다.


제6부: 프로젝트 — 형사 사건 분석

이제 배운 개념들을 실제 사건에 적용해볼 시간이다. 아래 세 개의 프로젝트를 주어진 순서대로 풀어봐. 정답은 없다. 논리를 구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PROJECT 1: 범죄 성립 여부 분석 (배점 기준: 형법 원리 30점 + 사건 분석 45점)

아래 사례를 읽고 각 단계(구성요건 해당성 → 위법성 → 책임)별로 분석하라.

사례 A — "나쁜 의사" 외과의사 박 모씨는 응급실에 실려 온 중증 환자에게 수술을 집도했다. 수술 중 예상치 못한 출혈이 발생해 신속한 결정이 필요했고, 박 의사는 가족의 사전 동의 없이 긴급 절개 수술을 시행했다. 환자는 생존했다. 나중에 환자 가족이 박 의사를 상해죄로 고소했다. (i) 구성요건 해당성이 있는가? (ii) 위법성 조각 여부를 어떤 논리로 판단할 것인가? (iii) 죄형법정주의의 어떤 파생원칙과 관련되는가?

사례 B — "자다가 벌어진 일" 김 모씨는 수면장애를 앓고 있었다. 어느 날 수면 상태에서(몽유병적 상태로) 부엌 칼을 들고 옆집에 침입하여 이웃을 상해했다. 깨어나 보니 자신이 한 일이었다. (i) 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 중 고의·과실의 문제를 논하라. (ii) 책임 단계에서 심신장애 조항(형법 제10조)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iii) 만약 김 씨가 이전에도 몽유병 증상을 알고 있었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이론적으로 책임을 어떻게 구성할 수 있을까?

사례 C — "열 살짜리 절도범" 초등학교 4학년(만 10세) 아이가 편의점에서 과자를 훔쳤다. (i)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관련 조문과 함께 답하라. (ii)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국가는 이 아이에 대해 어떤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가(소년법 영역에서 생각해볼 것)? (iii) 형사미성년자의 연령 기준(14세)이 적절한가? 높이거나 낮춰야 한다는 주장의 논거를 각각 구성해봐.


PROJECT 2: 형사절차 도식화 + 비판 분석

[도식화 과제] 아래 사건 흐름을 읽고, 수사 → 기소 → 재판 → 집행의 각 단계에 어느 기관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직접 도식(흐름도)으로 그려봐.

사건 흐름: 시민 A가 B에게 구타당한 후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B를 긴급체포하고 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사는 수사 기록을 검토하여 B를 폭행죄로 기소했다. 1심 법원은 B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B는 항소했고, 2심 법원은 1심 판결을 유지했다. B는 상고를 포기했고 판결이 확정되었다.

[비판 분석 과제] 위 절차 중 "구속영장 발부"가 무죄추정의 원칙과 긴장 관계에 있다는 주장이 있다. 이 긴장 관계를 설명하고, 이 긴장을 어떻게 해소하거나 정당화할 수 있는지 논하라(100~200자).


PROJECT 3: 형사정책 비교 평가 + 정책 제안 (배점 기준: 형사정책 비교 평가 + 정책 제안 25점)

아래 두 가지 실제 정책 논쟁을 읽고 각각에 대해 응보론, 예방론, 회복적 사법 세 가지 관점에서 평가하라. 그 후 자신의 입장을 논거와 함께 밝혀라.

정책 논쟁 1 — 소년범 형량 강화 2022년 한국에서 촉법소년(10~14세 미만) 연령을 낮추고 소년범 처벌을 강화하자는 입법 논의가 있었다. 지지자들은 청소년 강력범죄 증가를 근거로 들고, 반대자들은 처벌 강화가 교화를 막는다고 주장한다. (i) 응보론은 이 논쟁을 어떻게 판단할까? (ii) 특별예방론(교화)의 입장에서는? (iii) 회복적 사법의 관점에서는? (iv) 너의 결론은?

정책 논쟁 2 — 사형제 폐지 한국은 1997년 이후 실질적으로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사실상의 사형 폐지국이다. 폐지 주장은 오판 가능성, 국가에 의한 생명 박탈의 비인도성을 들고, 존치 주장은 극히 잔혹한 범죄에 대한 응보적 정의와 억제 효과를 든다. (i) 세 가지 형사정책 이론 각각의 입장을 정리하라. (ii) 사형의 범죄 억제 효과에 대한 실증 연구들은 일관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 이 사실이 예방론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iii) 너의 최종 논거를 구성하라.


이 세 프로젝트는 단순한 지식 확인이 아니다. 법학적 사고는 **"사실 → 규범 포섭 → 논리적 결론"**의 순환이다. 사례마다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해당 법 조문과 원칙을 정확히 적용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돌과 긴장을 직시하는 것 — 이것이 법학도의 기본 훈련이다. 40분 동안 논리를 꼼꼼히 구성해봐. 나중에 검토 단계에서 어디서 구멍이 생겼는지 발견하는 것이 진짜 배움이 된다.

← 단계 3단계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