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
3단계 민법: 일상을 지배하는 사법(私法)의 논리
서론: 왜 지금 민법인가?
1단계에서 우리는 '법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하며 자연법론과 법실증주의를 탐구했고, 2단계에서는 헌법이라는 국가와 개인 사이의 최고 규범을 분석했다. 이제 3단계에서 우리는 그 시선을 완전히 다른 곳으로 돌린다. 국가와 개인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 사이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 즉 **민법(民法, Civil Law)**이다.
잠깐 생각해봐라. 오늘 아침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하나 샀다면, 그 순간 법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유튜브 광고를 보고 충동적으로 운동화를 주문했는데 불량품이 왔다면, 나는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가? 친구가 장난으로 내 자전거를 부숴버렸다면, 나는 어떻게 배상받는가? 이 모든 질문에 답하는 것이 민법이다. 법은 교과서 안에만 있는 게 아니라, 네가 숨 쉬고 물건을 사고 친구와 다투는 그 순간순간에 작동하고 있다.
I. 이론적 기초 — 민법이 서 있는 땅
공법과 사법: 2단계와의 연결
2단계에서 우리는 헌법이 **공법(公法)**임을 배웠다. 공법이란 국가와 개인의 관계, 또는 국가기관 상호 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이다. 반면 민법은 **사법(私法)**이다. 사법이란 대등한 개인들 사이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으로, 이 구분은 단순한 분류가 아니라 법의 성격 자체를 바꾼다. 공법 관계에서는 국가가 우월한 지위에서 명령을 내리지만, 사법 관계에서는 원칙적으로 누구도 다른 누구에게 강요할 수 없다. 이것이 사법의 첫 번째 숨결이다.
[노트 기록] 공법 vs. 사법: 공법 = 국가(우월) ↔ 개인(열등), 예: 헌법·행정법·형법 / 사법 = 개인(대등) ↔ 개인(대등), 예: 민법·상법
민법의 역사: 로마에서 대한민국까지
민법의 뿌리는 놀랍게도 2,000년 전 로마법에 있다. 로마인들은 계약(contractus), 소유권(dominium), 불법행위(delictum)를 정밀하게 분류하고 원칙을 세웠다. 특히 **유스티니아누스 황제(Justinianus I)**가 533년에 편찬한 『로마법대전(Corpus Juris Civilis)』은 서양 법학의 성경이라 불린다. 이 로마법이 중세 유럽 대학에서 재발굴되었고, 19세기 독일의 법학자 **프리드리히 카를 폰 사비니(Friedrich Carl von Savigny)**가 이끄는 역사법학파가 이를 체계화하여 결국 1900년 **독일 민법전(BGB, Bürgerliches Gesetzbuch)**이 탄생했다. 한국은 1958년 이 독일 민법전을 모델로 삼아 대한민국 민법을 제정했고, 오늘날까지 그 뼈대가 유지되고 있다(곽윤직, 『민법총칙』 제8판, 2012). 즉, 우리가 오늘 배울 법은 2,000년의 지혜가 응축된 결과물이다.
근대 민법의 3대 원칙: 자유주의의 법적 표현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의 정신을 담아 근대 민법은 세 가지 원칙 위에 세워졌다.
**첫째, 사적 자치의 원칙(私的 自治, Principle of Private Autonomy)**이다. 개인은 자신의 법률관계를 자유롭게 형성할 수 있다. 어떤 계약을 맺을지, 누구와 거래할지 — 이 모든 것은 국가가 아닌 개인이 결정한다. 계약 자유의 원칙이 이것의 핵심 표현이다. **둘째, 소유권 절대의 원칙(所有權 絶對)**이다. 내 것은 내 것이다. 타인도, 국가도 정당한 이유 없이 나의 소유물을 침해할 수 없다. 이것은 자본주의의 법적 기초이기도 하다. **셋째, 과실 책임의 원칙(過失 責任)**이다. 내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만 책임을 진다.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손해를 배상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산업사회의 복잡한 사고들 — 공장 오염, 자동차 사고, 의료 사고 — 이 늘어나면서 **무과실 책임(無過失 責任)**의 예외가 확대되었다. 이것은 불법행위 파트에서 다시 다룬다.
[노트 기록] 근대 민법 3원칙: ① 사적 자치 → 계약 자유 / ② 소유권 절대 → 재산권 보호 / ③ 과실 책임 → 잘못한 자만 배상
여기서 스스로 물어봐라. 이 세 원칙은 완벽한가? "잘못이 없으면 책임 없다"는 원칙이, 대기업이 공장 폐수로 강을 오염시켰지만 법적 과실 증명이 거의 불가능한 경우에도 타당한가? 이 균열들이 20세기 민법의 수정으로 이어진다. 지금은 이 질문을 마음속에만 담아두고, 불법행위 파트에서 답을 찾아보자.
II. 계약법 — 약속이 법이 되는 순간
계약의 성립: 청약과 승낙의 합치
계약은 두 사람의 약속이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것이다. 친구와 "내일 같이 놀자"는 것은 단순한 약속이지, 계약이 아니다. 하지만 "이 게임기를 5만 원에 팔게"라고 말하고 상대방이 "좋아, 살게"라고 한다면, 그 순간 법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 발생한다. 계약은 **청약(請約, Offer)**과 **승낙(承諾, Acceptance)**의 합치, 즉 **합의(合意)**로 성립한다(민법 제527조 이하). 청약이란 일정한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자는 의사표시이고, 승낙이란 그에 동의하는 의사표시다. 중요한 것은 청약과 승낙의 내용이 일치해야 한다는 점이다. "5만 원에 팔게"라는 청약에 "4만 원에 사겠어"라고 응답한다면, 이것은 승낙이 아니라 **새로운 청약(변경된 승낙)**이 된다.
법학에서는 여기서 두 가지 핵심 개념이 나온다. **의사표시(意思表示)**란 일정한 법률효과의 발생을 원하는 내심의 의사를 외부에 표시하는 행위다. "팔겠다", "사겠다", "빌려주겠다" 모두 의사표시다. **법률행위(法律行為)**란 이 의사표시를 핵심 요소로 하는 행위로서,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행위다. 계약이 그 대표적인 예다.
[노트 기록] 계약 성립 도식: 청약(A의 의사표시) + 승낙(B의 의사표시, 내용 일치) = 합의 → 계약 성립 → 법률효과 발생
계약의 유효 요건: 성립과 유효는 다르다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있다. 계약이 **성립(成立)**한다는 것과 **유효(有效)**하다는 것은 다르다. 집을 완성했다고 그 집에 살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처럼 — 전기도 없고, 불법 건물일 수도 있다. 계약도 마찬가지다.
계약이 유효하려면, 첫째 **당사자의 행위능력(行爲能力)**이 있어야 한다(민법 제5조).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원칙적으로 법정대리인(부모)의 동의 없이는 유효한 법률행위를 할 수 없다. 고등학생인 너도 마찬가지다. 단, 용돈으로 과자를 사는 것처럼 미성년자가 처분을 허락받은 재산에 관한 행위는 예외다(민법 제6조). 둘째, 계약 내용이 강행법규나 선량한 풍속(善良한 風俗)에 반하지 않아야 한다. 예컨대 "내 친구를 때리면 100만 원 주겠다"는 계약은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로 무효다(민법 제103조). 셋째, **의사표시에 하자(瑕疵)**가 없어야 한다. 강박(협박)이나 사기(기망)에 의해 계약했다면, 또는 중요한 착오(錯誤)가 있었다면 그 계약은 **취소(取消)**할 수 있다(민법 제109조, 제110조).
여기서 **무효(無效)**와 **취소(取消)**의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 무효는 처음부터 아무 효력이 없는 것이고, 취소는 취소 의사를 표시하기 전까지는 유효하지만, 취소하면 소급(遡及)하여 — 처음으로 돌아가서 — 효력을 잃는 것이다.
[노트 기록] 무효 vs. 취소: 무효 = 처음부터 없었던 계약 / 취소 = 있었지만 취소 의사표시 시 소급해서 무효가 되는 계약. 취소 원인: 착오·사기·강박·행위무능력
계약의 효력: 채권과 채무의 탄생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하면, 당사자 사이에 **채권(債權)**과 **채무(債務)**가 발생한다. 5만 원짜리 게임기 매매 계약에서, 사는 사람(매수인)은 게임기를 받을 채권을 가지고 5만 원을 지급할 채무를 진다. 파는 사람(매도인)은 5만 원을 받을 채권을 가지고 게임기를 인도할 채무를 진다. 채권은 **물권(物權)**과 중요한 차이가 있다. 물권은 물건에 대한 권리로서 모든 사람에게 주장할 수 있는 대세적·절대적 권리인 반면, 채권은 특정 채무자에게만 주장할 수 있는 상대적 권리다. 이 차이는 후에 물권 파트에서 다시 등장한다.
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채무불이행(債務不履行)**이 된다(민법 제390조). 유형은 세 가지다. **이행지체(履行遲滯)**는 이행이 가능한데 시기를 어긴 것, **이행불능(履行不能)**은 채무자의 귀책사유로 이행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 **불완전이행(不完全履行)**은 이행했지만 불완전하게 한 것이다.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면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계약 해제도 할 수 있다(민법 제544조).
스스로 생각해봐라: 인터넷으로 운동화를 주문했는데 원래 색상이 아닌 다른 색이 왔다. 이것은 이행지체인가, 이행불능인가, 불완전이행인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III. 불법행위법 — 잘못이 책임을 만드는 논리
계약 없이도 책임이 생긴다
앞에서 우리는 계약에 의해 채권·채무가 생기는 것을 배웠다. 그런데 채권이 발생하는 원인이 계약뿐만은 아니다. **불법행위(不法行為, Tort)**도 채권을 발생시킨다. 친구가 장난으로 내 자전거를 망가뜨렸다면, 우리 사이에는 어떤 계약도 없었지만 친구는 손해를 배상할 채무를 지게 되고, 나는 배상을 요구할 채권을 얻는다. 이것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권이다(민법 제750조).
일반 불법행위의 성립요건: 4가지 모두 갖춰야 한다
민법 제750조는 말한다: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 한 문장에 성립요건이 모두 담겨 있다. 하나씩 분해해보자.
첫째, 고의(故意) 또는 과실(過失): 고의란 결과 발생을 알면서도 행위하는 것이고, 과실이란 주의 의무를 게을리하여 결과를 예견하지 못한 것이다. 운전 중 일부러 사람을 치면 고의이고, 빨간불을 못 보고 사람을 치면 과실이다. 1단계에서 배운 법의 기능 — 행동 지침 제공 — 을 기억하는가? 과실 요건이 바로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행동 기준을 만들어낸다. 둘째, 위법성(違法性): 행위가 법질서 전체의 정신에 비추어 허용되지 않아야 한다. 의사가 수술 중 환자에게 상처를 냈어도, 동의와 의학적 기준에 따른 행위라면 위법성이 없다(위법성 조각사유: 피해자의 동의, 정당방위, 긴급피난 등). 셋째, 손해(損害): 재산상 손해와 비재산상 손해(정신적 고통, 위자료(慰藉料))가 있다. 손해가 없으면 배상도 없다. 재산상 손해는 다시 ①적극적 손해(현실로 감소한 재산), ②소극적 손해(얻을 수 있었는데 못 얻은 이익, 일실이익(逸失利益))로 나뉜다. 넷째, 인과관계(因果關係): 가해 행위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相當因果關係)**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그 행위가 없었다면 손해도 없었을 것"이라는 조건 관계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행위로부터 그 손해가 발생하는 것이 경험칙상 상당해야 한다.
[노트 기록] 불법행위 성립요건 4가지: ① 고의·과실 + ② 위법성 + ③ 손해 발생 + ④ 상당인과관계 → 손해배상 책임 발생 (민법 제750조). 4가지 모두 필요하다.
특수 불법행위: 책임의 확장
민법은 일반 불법행위 외에 특수한 상황을 위한 규정들을 두고 있다. 사용자 책임(민법 제756조): 회사 직원이 업무 중 실수로 고객의 차를 파손했다면, 고객은 그 직원뿐 아니라 회사(사용자)에게도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공작물 책임(민법 제758조): 건물 외벽 타일이 떨어져 행인이 다쳤다면 건물의 점유자 또는 소유자가 책임을 진다. 특이한 점은 점유자는 중간책임(과실 없음을 증명하면 면책), 소유자는 **무과실 책임(과실 없어도 책임)**이라는 것이다. 제조물 책임(제조물 책임법): 스마트폰 배터리가 폭발해서 화상을 입었다면? 제조자의 과실을 증명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제조물 책임법은 제조자에게 무과실 책임을 부과하며, 제품의 결함(설계상 결함, 제조상 결함, 지시·경고상 결함)만 증명하면 된다.
여기서 서론에서 제기한 질문의 답이 나온다. 과실 책임 원칙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무과실 책임의 예외들이 20세기 이후 확장된 것이다. 법이 사회 변화에 반응하는 생생한 증거다.
IV. 물권법과 가족법 — 연결의 논리
물권의 세계: 소유권과 그 너머
앞서 채권과 물권의 차이를 언급했다. **물권(物權)**은 특정한 물건을 직접 지배하는 권리다. 가장 대표적인 형태가 **소유권(所有權)**으로, 물건을 사용(使用)·수익(收益)·처분(處分)할 수 있는 완전한 지배권이다(민법 제211조). 그 외에도 **지상권(地上權)**은 남의 토지 위에 건물을 짓고 소유할 권리이고, 대한민국 특유의 **전세권(傳貰權)**은 전세금을 지급하고 타인의 부동산을 사용·수익하는 권리이며, **저당권(抵當權)**은 돈을 빌려주면서 채무자의 부동산에 설정하여 변제받지 못하면 경매를 신청할 수 있는 담보물권이다.
물권에는 **물권법정주의(物權法定主義)**라는 중요한 원칙이 있다. 물권의 종류와 내용은 법률이 정한 것 외에는 창설할 수 없다(민법 제185조). 사적 자치 원칙의 예외인데, 왜일까? 물권은 모든 사람에게 주장할 수 있는 대세적 권리이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임의로 새로운 종류의 물권을 만들면 사정을 모르는 제3자가 예측할 수 없는 부담을 지게 되기 때문이다.
가족법: 신분관계의 법
민법의 마지막 큰 부분은 **가족법(家族法)**으로, 4편(親族法)과 5편(相續法)으로 이루어진다. 혼인은 계약인가? 흥미로운 질문이다. 혼인도 양 당사자의 합의로 성립하지만, 그 내용을 당사자가 자유롭게 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일반 계약과 다르다. 신분관계는 공공의 이해와 직결되어 있어 국가가 그 내용을 법정해 놓는다. 법정 상속 순위(민법 제1000조)나 이혼 요건(민법 제840조)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노트 기록] 법정 상속 순위: 1순위 = 직계비속(자녀, 손자녀), 2순위 =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3순위 = 형제자매, 4순위 = 4촌 이내 방계혈족. 배우자는 1·2순위와 공동상속, 없으면 단독 1순위.
V. 상법과 소비자보호법 — 시장경제의 법적 인프라
상법: 민법의 특별법
**상법(商法)**은 민법의 특별법으로, 상인과 상행위를 규율한다. 법률에서 특별법은 일반법에 우선한다(특별법 우선의 원칙). 상거래에 관해서는 민법보다 상법이 먼저 적용된다. 상법은 기업 활동의 특성상 거래의 신속성·안전성·획일성이 요구되기에, 민법보다 더 엄격하거나 완화된 규정을 둔다. 예컨대 상사 채권의 소멸시효는 민법의 10년(민법 제162조)이 아니라 5년이다(상법 제64조). 주식회사(株式會社)의 핵심은 주주 유한 책임의 원칙이다. 주주는 자신이 투자한 금액의 한도에서만 책임을 진다. 이 혁명적 아이디어 덕분에 대규모 자본 조달이 가능해졌고, 산업혁명을 가속화했다.
소비자보호법: 불균형을 교정하는 법
사적 자치의 원칙은 계약 당사자가 동등한 협상력을 가진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개인 소비자와 대기업 사이에 동등한 협상력이 있는가? 삼성이 만든 약관(約款, 미리 작성해 놓은 표준 계약서)을 개인이 수정 요청할 수 있는가? 없다. 이 현실을 직시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소비자기본법,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등이 등장했다. 대표적인 소비자 권리인 청약 철회권(淸約 撤回權) —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고 7일 이내에 이유 없이 반품할 수 있는 권리 — 은 사적 자치의 예외지만, 실질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법의 개입이다. 2단계에서 배운 헌법상 **사회권(社會的 基本權)**의 정신이 민사 영역에서 구현되는 것이다.
VI. 프로젝트: 민사 분쟁 해결 시뮬레이션
이론은 끝났다. 아래는 실제 민사 분쟁 사례들이다. 각 사례를 읽고 지금까지 배운 이론을 적용하여 법적으로 어떻게 분석할 수 있는지 스스로 논거를 구성해봐라. 정답은 없다 — 중요한 것은 어떤 법 원칙을, 왜, 어떻게 적용했는가이다. 각 문제에 다음 4단계로 접근하라: ① 관련 법 원칙을 특정하라 (계약인가 불법행위인가?) ② 성립 요건을 검토하라 (모든 요건이 충족되는가?) ③ 법적 효과를 서술하라 (어떤 권리·의무가 발생하는가?) ④ 상대방의 반박 논리를 검토하라.
[사례 1] 게임 아이템 거래의 배신 — 계약의 성립과 효력 (예상 소요: 7분)
고1인 민준이는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에서 고가의 캐릭터 아이템을 판매한다는 게시글을 보고 판매자 지훈에게 20만 원을 계좌 이체했다. 지훈은 입금을 확인한 후 "오늘 저녁에 아이템 보내줄게"라고 채팅으로 답했으나, 그 후 연락이 두절되었다. 민준은 법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가? 민준이 만 17세 미성년자라는 사실이 이 분석에 영향을 미치는가? 만약 민준의 부모님이 이 거래에 대해 사전에 명시적으로 반대한 바 있다면 어떻게 달라지는가? 지훈의 행위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에만 해당하는가, 아니면 다른 법적 성격이 더해지는가?
[사례 2] 카페 의자의 함정 — 불법행위와 손해배상 (예상 소요: 10분)
수현은 동네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다가 관리 소홀로 낡아진 의자에 앉았고, 의자가 부러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져 손목이 골절되었다. 수현은 병원 치료비로 150만 원이 들었고, 부러진 손목 때문에 다음 달 피아노 경연대회 출전을 포기해야 했다(예상 상금 100만 원). 또한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수현이 카페 사장에게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의 항목과 근거 조문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분석하라. 카페 사장이 "수현이 의자 다리가 흔들리는 것을 알면서도 앉았다"고 주장한다면, 이 사실이 배상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힌트: 민법 제396조 **과실상계(過失相計)**를 찾아봐라.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다면 법원은 어떻게 처리하는가?)
[사례 3] 중고거래의 덫 — 사기와 계약 취소 (예상 소요: 8분)
대학생 서연은 중고거래 앱에서 "정품 보증, 완전 새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올라온 에어팟을 30만 원에 샀다. 그러나 수령해 보니 정교한 중국산 짝퉁이었다. 판매자 현우는 "설명을 못 읽은 거 아니냐, 교환·환불 불가라고 분명히 써놨다"고 주장한다. 서연이 이 계약을 법적으로 다툴 수 있는 근거를 최소 두 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법적 논리로 구성하라. '교환·환불 불가' 조항은 법적으로 어느 정도의 효력을 가지는가? 소비자보호법과 약관 규제법은 이 상황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힌트: 이 사건은 민사 문제로만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왜 그런가?)
[사례 4] 아르바이트생의 실수 — 사용자 책임과 구상권 (예상 소요: 8분)
고3인 지원이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중 실수로 손님의 고가 노트북 가방에 음료수를 쏟아 노트북이 완전히 망가졌다. 수리 불가 판정으로 교체 비용이 180만 원이다. 손님은 편의점 사장에게 전액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편의점 사장은 배상해야 하는가, 한다면 어떤 법적 근거인가? 배상 후 사장이 지원이에게 180만 원 전액을 다시 청구할 수 있는가? (힌트: **구상권(求償權)**이라는 개념을 조사해봐라. 대법원은 사용자의 피용자에 대한 구상권을 어느 범위에서 인정하는가?) 지원이가 미성년자라는 사실은 이 분쟁에 어떤 변수를 만들어내는가?
[사례 5] 통합 종합 추론 — 계약·불법행위·소비자보호 교차 분석 (예상 소요: 20분)
평소 주식 투자에 관심이 많은 고1 재현이는 SNS에서 "주식 리딩방"을 운영하는 A씨를 만났다. A씨는 "월 30% 수익 보장"이라고 광고하며 100만 원의 가입비를 요구했다. 재현이는 부모님 몰래 저축한 돈으로 100만 원을 송금했고, A씨의 추천대로 B 주식에 투자하여 90만 원을 추가로 잃었다. 이후 A씨는 잠적했고, 알고 보니 금융감독원에 등록되지 않은 무등록 투자자문업자였다. 다음 각도에서 분석하라. (1) 재현이와 A씨 사이의 계약은 유효한가? 근거 조항과 함께 설명하라. (2) 이 사건에서 불법행위 성립요건 4가지를 각각 대입하여 분석하라. (3) 재현이가 이론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얼마이며, 각 항목의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4) 미성년자 재현이의 부모가 이 계약에 관하여 가지는 법적 권한과 책임은 무엇인가? (5) 만약 재현이가 A씨에게 "나 고1이야"라고 말했는데 A씨가 계속 거래를 진행했다면, A씨의 법적 책임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평가 기준 (100점)
프로젝트 완성 후 스스로 이 기준으로 먼저 평가해 보라.
민법 원리 이해 (30점): 계약·불법행위·물권·소비자보호법의 핵심 개념과 근거 조문을 정확히 인용하고 적용했는가? 무효·취소의 구분, 불법행위 4요건, 사용자 책임, 과실상계 등의 기술적 개념이 정확하게 사용되었는가?
사례 분석의 깊이 (50점): 단순히 "이것은 불법행위입니다"로 끝나는 게 아니라, 왜 각 요건이 충족되는지 또는 안 되는지를 논리적으로 서술했는가? 상대방의 반박 논리도 검토했는가? 여러 법적 근거를 중층적으로 활용했는가?
법적 조언의 실용성 (20점): 피해자 입장에서 실제로 취할 수 있는 조치(내용증명 발송, 한국소비자원 신고, 민사 소송, 형사 고소 등)를 현실적으로 제안했는가?
마치며: 민법은 일상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로마법에서 시작해 한국 민법의 계약·불법행위·물권·가족법, 그리고 상법과 소비자보호법까지 긴 여정을 걸었다. 핵심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민법은 대등한 개인들 사이의 자유로운 거래를 보장하되, 그 자유가 타인을 침해하거나 불평등한 현실에 의해 왜곡될 때 개입하는 법이다. 삼각김밥 하나를 살 때도, 친구와 약속을 어겼을 때도, 카페 의자에서 넘어졌을 때도 — 민법은 거기 있었다. 다음 4단계에서는 더 강렬한 세계, 국가가 개인에게 형벌을 부과하는 형법의 세계로 들어간다. 민법의 손해배상과 형법의 형사 처벌이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겹치는지, 그 비교가 법학의 전체 그림을 완성시켜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