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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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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헌법 — 국가와 시민이 맺은 최고의 계약


파트 1. 이론적 기초 — 헌법은 왜 존재하는가?

1단계에서 우리는 법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연법론과 법실증주의가 어떻게 대립하는지 배웠다. 기억하는가? 자연법론자들은 "법 위에 법이 있다"고 주장했고, 법실증주의자들은 "법은 권력에 의해 제정된 명령일 뿐"이라고 맞섰다. 헌법은 이 두 입장이 실제 국가 제도 속에서 어떻게 타협하는지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무대다. 헌법은 단순한 법이 아니라, 국가 그 자체를 만들고 운영하는 설계도이자, 국민이 국가에게 "너는 여기까지만 허용된다"고 선언하는 계약서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잠깐 멈추고 생각해보자. 만약 법이 권력자가 만드는 것이라면, 권력자 자신도 법에 묶어두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사는 이 질문에 피로 답해왔다.

**입헌주의(Constitutionalism)**의 출발점은 1215년 영국의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다. 귀족들이 왕 존(King John)에게 강제로 서명시킨 이 문서는 "왕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원칙을 최초로 문서화했다. 이후 1689년 영국 권리장전(Bill of Rights), 1776년 미국 독립선언서, 1789년 프랑스 인권선언을 거치며 입헌주의는 근대 국가의 근간이 된다. 그 공통된 아이디어는 하나다. 국가 권력은 무한하지 않으며,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제한되어야 한다는 것. 이 제한을 명문화한 것이 바로 헌법이다.

[노트 기록] 입헌주의의 핵심 명제: "국가 권력은 헌법에 의해 제한되며, 개인의 기본권은 국가보다 선행한다."

이 아이디어의 철학적 뿌리는 사회계약론에 있다.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는 자연 상태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보았고, 인간이 안전을 위해 국가에 권력을 위임한다고 했다. 존 로크(John Locke)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국가가 개인의 생명·자유·재산을 침해하면 국민은 저항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는 **일반의지(General Will)**를 통해 인민 주권 개념을 발전시켰다. 이 세 사람의 논의가 결합되면서 "국민이 국가에 권력을 주되, 그 권력의 한계와 조건을 미리 문서로 못 박아 두자"는 발상이 탄생한다. 그 문서가 헌법이다. 1단계에서 배운 자연법론의 언어로 말하자면, 헌법은 "법 위의 법", 즉 모든 실정법이 따라야 할 상위 규범이 된다.

대한민국 헌법은 1948년 제헌헌법 이후 현재까지 9차례 개정되었다. 현행 헌법(1987년, 제9차 개정)은 군사독재에 맞선 6월 민주항쟁의 결과물이며, 그 핵심 성과는 대통령 직선제 복원과 헌법재판소 신설이다. 이 역사적 맥락을 기억하면서 헌법의 내용으로 들어가자.


파트 2. 본 내용 — 헌법의 세 축: 기본권, 통치구조, 헌법재판

2-1. 기본권: 국가가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영역

**기본권(基本權, fundamental rights)**을 7살 아이에게 설명한다면 이렇게 할 수 있다. "경찰이 아무 이유 없이 너를 잡아갈 수 없어. 선생님이 너의 일기장을 허락 없이 볼 수 없어. 국가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기본권은 단순히 "국가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의 목록이 아니라, 두 가지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

첫째는 **주관적 공권(subjektives öffentliches Recht)**으로서의 성격이다. 기본권은 개인이 국가에 대해 자신의 권리를 직접 주장할 수 있는 개인적 권리다. 둘째는 **객관적 가치질서(objektive Wertordnung)**로서의 성격이다. 이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1958년 **뤼트 판결(Lüth-Urteil)**에서 발전시킨 개념으로, 기본권은 국가와 개인의 관계를 넘어 사인(私人) 사이의 관계(민사·형사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는 헌법적 가치 체계라는 의미다. 한국 헌법재판소도 이 논리를 수용해, 기본권이 사법(私法) 영역에도 간접 적용된다고 본다.

[노트 기록] 기본권의 이중성: ① 개인 → 국가에 대한 주관적 권리 / ② 전체 법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객관적 가치질서

이제 기본권의 종류를 살펴보자. 헌법학은 통상 기본권을 다음 다섯 가지로 분류한다.

**자유권적 기본권(Liberty Rights)**은 국가 권력의 간섭으로부터 개인의 자유 영역을 보호하는 권리다. "국가여, 개입하지 마라(Abwehrrecht)"는 성격을 갖는 가장 고전적인 기본권이다. 신체의 자유(헌법 제12조), 양심·종교의 자유(제19·20조), 표현·언론의 자유(제21조), 직업 선택의 자유(제15조), 주거의 자유(제16조) 등이 여기에 속한다. 1단계에서 배운 로크의 자연권론이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된 영역이다.

**평등권(Equality Rights)**은 헌법 제11조에 규정된 "법 앞의 평등"으로, 국가가 합리적 이유 없이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절대적 평등이 아니라 **상대적 평등(비례적 평등)**이라는 점이다. 초등학생과 운전면허 시험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합리적 차별이지, 불평등이 아니다. 헌법학에서는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진정한 평등이라고 본다(아리스토텔레스의 배분적 정의와 연결된다).

**사회적 기본권(Social Rights)**은 20세기에 들어서야 등장한 상대적으로 새로운 개념이다. 자유권이 국가의 불개입을 요구하는 데 반해, 사회권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급부(給付)해 줄 것을 요구한다. 교육받을 권리(제31조), 근로의 권리(제32조), 사회보장에 관한 권리(제34조),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제35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사회권에 대해서는 헌법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있다. 이 권리들이 법원에서 직접 청구할 수 있는 구체적 권리인가, 아니면 입법자가 구현해야 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적 규정에 불과한가? 한국 헌법재판소는 대체로 사회권을 입법재량의 한계 내에서 보호되는 권리로 보는 입장이다.

**청구권적 기본권(Claim Rights)**은 기본권 침해를 구제받기 위한 절차적 권리다. 재판을 받을 권리(제27조), 국가배상청구권(제29조), 형사보상청구권(제28조) 등이 포함된다. 이 권리들은 다른 기본권이 침해됐을 때 구제를 청구하는 수단적 성격을 갖기 때문에 "기본권을 위한 기본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참정권(Political Rights)**은 국가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권리로, 선거권(제24조), 피선거권, 국민투표권(제72조) 등이 있다. 루소의 인민 주권론이 제도화된 영역이다.

[노트 기록] 기본권 5분류: 자유권(국가 불개입) → 평등권(비례적 평등) → 사회권(국가 적극 급부) → 청구권(기본권 구제 수단) → 참정권(주권 행사)

기본권의 한계: 권리도 무한하지 않다

이제 가장 기술적으로 중요한 부분이다. 기본권이 절대적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표현의 자유가 있으니 타인을 마음껏 비방해도 된다", "신체의 자유가 있으니 경찰에게 저항해도 된다"—이런 주장이 성립할까? 당연히 아니다.

기본권의 한계는 크게 두 층위로 나뉜다. 첫째는 내재적 한계다. 권리 자체의 성질상 타인의 권리나 공공질서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한계로, 헌법에 명시되지 않아도 당연히 인정된다. 둘째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외재적 한계다. 이 조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 안전보장, 질서 유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두 가지 핵심을 담고 있다. 법률유보(法律留保)의 원칙: 기본권은 오직 **법률(國會가 제정한 법)**로만 제한할 수 있다. 행정명령이나 시행령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리고 본질적 내용 침해 금지: 아무리 공익을 위해서라도 기본권의 핵심적 본질은 건드릴 수 없다. 사형제도가 헌법상 허용되는지 논란이 되는 것도 바로 이 조항 때문이다.

하지만 법률로 제한했다고 해서 모두 합헌인 것은 아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헌법재판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심사 기준인 **과잉금지원칙(Principle of Proportionality, 비례의 원칙)**이다. 이 원칙은 독일 공법학에서 발전하여 한국 헌법재판소에도 깊이 수용되어 있으며, 네 단계로 구성된다.

[노트 기록] 과잉금지원칙 4단계:

  1. 목적의 정당성: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 목적 자체가 헌법적으로 정당한가?
  2. 수단의 적합성: 선택된 제한 수단이 그 목적 달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가?
  3. 침해의 최소성: 동일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더 덜 침해적인 수단이 없는가?
  4. 법익의 균형성: 달성되는 공익이 침해되는 사익보다 크거나 균형을 이루는가?

이 네 단계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위헌이 된다. 예를 들어, "범죄율을 낮추겠다"는 목적으로 모든 국민의 SNS를 실시간 감시하는 법률을 제정했다고 하자.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될 수 있어도, 침해의 최소성 단계에서 걸린다. 범죄 예방이라는 목적은 SNS 전면 감시보다 덜 침해적인 수단(영장에 의한 개별 수사 등)으로도 달성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잉금지원칙은 단순히 암기할 공식이 아니라, "국가의 제한이 과도하지 않은지"를 논리적으로 따져보는 분석 도구라는 점을 명심하자.

또한 기본권 간의 충돌(衝突) 문제도 중요하다. 한 개인의 표현의 자유와 다른 개인의 명예권이 부딪히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언론사의 알 권리 보장과 범죄 피의자의 무죄 추정권이 충돌하면? 헌법재판소는 이런 경우 **이익형량(利益衡量)**과 규범 조화적 해석을 통해 두 기본권이 최대한 공존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다. 어느 한 쪽을 완전히 희생시키는 것은 헌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다.


2-2. 통치구조: 권력은 왜 나뉘는가?

1단계에서 법의 기능 중 하나가 권력 남용 방지라고 했다. **통치구조(統治構造)**는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핵심 원리는 프랑스 계몽철학자 몽테스키외(Montesquieu)가 『법의 정신(De l'esprit des lois, 1748)』에서 정립한 **권력분립(Separation of Powers)**이다. 그의 명제는 단순하고 강력하다. "권력을 가진 자는 권력을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 권력이 남용되지 않으려면 권력으로 권력을 제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 권력을 입법권(법을 만드는 권력), 행정권(법을 집행하는 권력), **사법권(법을 적용하는 권력)**으로 나누고, 각각 독립된 기관(국회, 대통령·행정부, 법원)이 담당하게 했다.

대한민국 헌법은 미국식 대통령제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의원내각제적 요소(국무총리제, 국회의 국무위원 해임 건의권 등)를 혼합한 독특한 형태를 취한다. 대통령은 직선제로 선출되어 5년 단임이며 강한 행정권을 갖지만, 국회는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에 맞서 재의결권을 보유한다. 이 긴장 관계가 권력 남용을 억제하는 헌법적 설계다. 헌법재판소는 이 구조에서 "사법부가 헌법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로 기능하는데, 이제 헌법재판으로 넘어가자.


2-3. 헌법재판: 법 위의 법을 지키는 심판

**헌법재판(憲法裁判)**은 법률이나 국가 행위가 헌법에 합치하는지 여부를 심사하는 절차다. 한국은 1988년 9월 독립된 **헌법재판소(憲法裁判所, Constitutional Court)**를 설치했다. 9인의 재판관(대통령 3인 지명, 국회 3인 선출, 대법원장 3인 지명)으로 구성되며, 재판관 임기는 6년이다. 결정에는 원칙적으로 6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위헌·탄핵 인용·정당해산의 경우 재판관 6인 이상 찬성).

헌법재판소의 권한은 헌법 제111조에 열거된 다섯 가지 심판 유형으로 구성된다. 이를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이번 단계의 핵심 학습목표 중 하나다.

[노트 기록] 헌법재판 5가지 유형:

① 위헌법률심판(違憲法律審判): 법원이 재판 중 적용할 법률의 위헌 여부가 의심될 때, 법원이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提請)**을 한다. 즉, 일반 국민이 헌법재판소에 직접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을 통해서만 심판이 개시된다. 핵심 요건은 "재판의 전제성"으로, 해당 법률이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 실제로 적용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군인이 상관을 비판하는 SNS 게시물로 기소되었는데, 적용된 군형법 조항의 위헌 여부가 문제라면 법원이 재판을 멈추고 헌법재판소에 제청할 수 있다.

② 헌법소원심판(憲法訴願審判): 두 가지로 나뉜다. **권리구제형 헌법소원(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받은 국민이 직접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는 것이다. 단, 보충성 원칙이 적용된다. 다른 법적 구제 수단(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을 모두 거친 후에야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위헌심사형 헌법소원(제68조 제2항)**은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법원에 의해 기각된 경우, 당사자가 직접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는 것이다. 청구 기간은 기본권 침해를 알게 된 날로부터 90일, 침해 있은 날로부터 1년 이내다.

③ 권한쟁의심판(權限爭議審判): 국가 기관 사이, 국가 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사이, 또는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에 권한의 존부나 범위에 관한 다툼이 있을 때 심판한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이 "대통령의 특정 행위가 국회의 권한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④ 정당해산심판(政黨解散審判):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 **정부(법무부장관)**가 청구하여 헌법재판소가 정당 해산을 명령할 수 있다.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 한국 헌정사에서 유일한 사례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민주주의의 적에게는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는 "민주주의의 방어(streitbare Demokratie)" 개념이 그 근거다.

⑤ 탄핵심판(彈劾審判):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법관 등 고위 공직자가 직무 수행 중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을 때, 국회가 탄핵을 소추하고 헌법재판소가 파면 여부를 결정한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기각),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인용·파면)이 대표적 사례다.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발의,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소추 의결되며, 헌법재판소 재판관 6인 이상이 찬성해야 파면이 결정된다.


파트 3. 테크니컬 심화 — 헌법재판소의 결정 유형과 판례 읽기

헌법재판소가 심판을 마치면 여러 종류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 결정 유형을 이해하는 것이 실제 판례를 읽을 때 필수적이다.

합헌(合憲) 결정은 심판 대상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이다. 그러나 합헌 결정이 곧 "좋은 법"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위헌이라 할 수 없다"는 소극적 판단일 수 있다. 위헌(違憲) 결정은 해당 법률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으로, 결정일 이후 효력을 상실한다(원칙적으로 장래 효). 헌법불합치(憲法不合致) 결정은 헌법에 위반되지만, 즉시 효력을 상실시키면 오히려 더 큰 법적 혼란이 생기는 경우, 입법자에게 일정 기간 내에 법을 개정하도록 유도하는 결정이다. 한정합헌·한정위헌 결정은 법 조항의 해석을 특정 범위로 한정할 때 합헌(또는 위헌)이라는 결정으로, 법 조항 자체는 존치하면서 해석의 범위를 헌법재판소가 통제하는 방식이다.

[노트 기록] 헌재 결정 유형: 합헌 / 위헌(즉시 효력 상실) / 헌법불합치(개정 촉구) / 한정합헌·한정위헌(해석 범위 제한)

주요 판례를 통해 이론을 실전에 연결해보자.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2019. 4. 11., 헌법재판소 2017헌바127)**은 과잉금지원칙 적용의 교과서적 사례다. 자기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임신 유지 여부를 결정할 자기결정권이라는 사익과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을 형량하면서, 기간 제한 없이 예외 없이 낙태를 처벌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법익의 균형성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즉,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동일하게 형사처벌하는 것은 지나친 제한이라는 것이다. 헌법불합치로 결정된 이유는, 즉시 위헌으로 선고하면 관련 처벌 규정이 모두 공백 상태가 되어 오히려 법적 혼란이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국회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해야 했으나 실패하여 현재 해당 조항은 효력을 잃은 상태다.

**간통죄 위헌 결정(2015. 2. 26., 헌법재판소 2009헌바17 등)**은 기본권의 내재적 한계와 사생활의 자유가 충돌하는 지점을 보여준다. 헌법재판소는 간통 처벌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았고, 과잉금지원칙 심사에서 법익의 균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참고로 2008년까지 이 동일한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네 차례 합헌 결정을 내렸다.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가 헌법 해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파트 4. 프로젝트 — 모의 헌법재판 (문제만, 정답 없음)

지금까지 배운 내용을 토대로, 실제 헌법재판소의 심판 구조를 모방한 세 가지 문제를 제시한다. 각 문제를 풀 때, 과잉금지원칙 4단계와 기본권 분류를 반드시 활용하고, 단순히 "옳다/그르다"가 아니라 **법적 논거(legal argument)**를 체계적으로 구성해보라. 정답은 없다. 네 논리가 곧 답이다.


[문제 1] 고등학생 두발 규제 헌법소원 (배점 예시: 헌법 지식 30 + 논변 구성력 45 + 균형 잡힌 시각 25)

가상의 A고등학교는 "학습 분위기 조성 및 면학 풍토 확립"을 이유로 교칙에서 남학생의 머리카락 길이를 귀 아래로 내려오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에 해당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고1 학생 박모씨는 이 교칙이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려 한다.

너는 이 사건을 맡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보좌 연구원이다. 다음 질문들을 순서대로 분석하라.

(가) 박씨가 침해받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기본권은 무엇이며, 해당 기본권의 법적 성격(헌법 조항 포함)을 설명하라.

(나) 이 헌법소원이 적법하게 청구되기 위한 요건(보충성, 기본권 침해, 청구 기간)이 충족되는지 검토하라. 단, "교칙"이 헌법재판소법상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논하라.

(다) 과잉금지원칙 4단계를 순서대로 적용하여, 합헌 측 논거와 위헌 측 논거를 각각 구성하라. 양측 논거를 동등하게 강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라) 만약 네가 재판관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단, 단순한 개인 의견이 아니라 헌법적 논거에 기반해야 한다.


[문제 2] 온라인 게임 셧다운제 헌법적 쟁점 분석

가상의 법률 "청소년 디지털 보호법"은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 시간대(자정~오전 6시) 온라인 게임 접속을 기술적으로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게임 개발사 X사와 청소년 이용자 Y씨가 각각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실제로 한국에는 이와 유사한 "셧다운제"가 2011년 도입되었다가 2021년 폐지된 바 있다.)

(가) X사(게임 개발사)가 침해받을 수 있는 기본권과, Y씨(청소년 이용자)가 침해받을 수 있는 기본권을 각각 구분하여 제시하라. 두 청구인의 기본권이 서로 성격상 어떻게 다른지도 설명하라.

(나) 이 법률이 달성하려는 입법 목적은 무엇이며, 그 목적이 헌법적으로 정당한가? 이 과정에서 보호받아야 할 공익(청소년 보호)과 침해되는 사익(자유권, 영업의 자유)의 무게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논하라.

(다) 만약 셧다운제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는다면, 헌법재판소는 어떤 이유로 즉시 위헌 대신 헌법불합치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은가? 헌법불합치 결정의 특성과 연결하여 설명하라.

(라) 다른 나라(예: 중국의 게임 이용 제한 정책, 미국의 온라인 청소년 보호 방식)와 비교하면서, 한국의 접근 방식이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충족하는지 검토하라. 단, 실제 비교 자료는 네가 스스로 추론하거나 논리적으로 구성할 것. (구글링 금지)


[문제 3] 모의 헌법재판 변론 작성 — 집회 제한 조례

가상의 서울특별시는 조례를 통해 "시청 광장 반경 200미터 이내에서는 100인 이상의 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규정을 제정했다. 이유는 "교통 혼잡 방지와 시민 통행권 보호"다. 이에 시민단체 Z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너는 이 사건에서 Z 시민단체를 대리하는 헌법 소송 변호인이다. 다음 형식으로 변론 요지서를 작성하라.

변론 요지서 형식:

Ⅰ. 사건의 경위와 청구 취지 — 어떤 기본권이, 어떤 공권력 행사에 의해, 어떻게 침해되었는가?

Ⅱ. 침해된 기본권의 성격 — 집회·시위의 자유(헌법 제21조)가 왜 민주주의에서 특별한 위상을 갖는지 설명하라. (힌트: 소수자가 다수에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관점에서)

Ⅲ. 과잉금지원칙 위반 주장 — 4단계를 모두 활용하여, 이 조례가 어느 단계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지 특정하고 논거를 제시하라. (주의: 4단계 중 적어도 2단계 이상에서 위반 논거를 제시해야 설득력이 있다)

Ⅳ. 상대방(서울특별시) 논거에 대한 반론 — 시 측은 "교통 혼잡 방지와 시민 통행권 보호"라는 정당한 공익을 내세울 것이다. 이 논거의 약점을 찾아 반박하라.

Ⅴ. 결론 및 청구 취지 — 어떤 종류의 결정(위헌/헌법불합치/한정위헌)을 구하는지 밝히고, 그 이유를 논하라.


평가 기준 안내 (자가 점검용)

변론 요지서 또는 각 문제의 답변을 완성한 후, 스스로 다음 기준으로 점검해보라. 헌법 지식(30점): 기본권 분류, 헌법재판 유형, 과잉금지원칙을 정확하게 사용했는가? 논변 구성력(45점): 단순한 주장이 아니라 전제→논거→결론의 구조로 법적 논리를 전개했는가? 반론을 고려했는가? 균형과 깊이(25점): 합헌 측과 위헌 측 양쪽의 논거를 공정하게 다루었는가? 하나의 결론으로 비약하지 않고 충분한 논증을 거쳤는가?

법학의 핵심 역량은 "정답을 아는 것"이 아니라 **"어느 쪽이든 설득력 있게 논증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도 9명 중 의견이 갈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네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그 결론에 이르는 논리의 밀도가 곧 너의 법학적 사고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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