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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신장의 제국 — 여과, 산-염기, 그리고 혈압의 화학적 원격 제어


서문 — 지금까지 어디에 서 있는가

1단계에서 우리는 인체가 피드백 루프로 항상성을 유지한다는 것을 배웠고, 뉴런의 Na⁺/K⁺ ATPase가 세포막 양쪽에 전위차를 만들어 전기 신호를 발화시킨다는 것을 이해했다. 2단계에서는 심장이 펌프로서 Poiseuille 법칙에 따라 혈관 저항과 혈류를 정량적으로 지배한다는 것을 공부했다. 이 두 개의 축 — 전기 신호 제어(1단계)와 압력 유체 역학(2단계) — 이 3단계에서 드디어 하나로 합쳐진다. 신장(kidney)은 전기화학적 펌프와 물리적 여과막을 동시에 사용해, 혈액의 성분을 편집하고, 몸의 pH를 수식으로 통제하며, 혈압을 호르몬으로 원격 조종하는 통합 제어 센터다. 자, 이 제국의 문을 열어보자.


1부: 이론적 기초 — 본 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물리와 화학

여과(Filtration)를 물리학으로 이해하기

여과를 가장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커피 필터는 원두 가루는 막고 커피 분자와 물은 통과시킨다. 여기서 '어떤 것이 통과하고 어떤 것이 막히는가'는 기본적으로 크기의 문제다. 그런데 빛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광학 필터(optical filter)는 특정 파장(빨강, 초록, 파랑)만 선택적으로 통과시키고 나머지는 차단한다. 신장의 사구체(glomerulus)는 이 광학 필터와 원리가 놀랍도록 유사하다. 단순히 크기만이 아니라, 분자의 크기, 전하(charge), 형태를 동시에 '스펙트럼'처럼 분류해 특정 분자만 통과시킨다. 이것이 학습목표 ①에서 말하는 "분광 물리 관점"의 의미다. 신장은 혈액이라는 혼합물에서 필요한 것과 버려야 할 것을 파장을 고르듯 골라낸다.

그런데 여과에는 '힘'이 필요하다. 2단계에서 배운 Poiseuille 법칙을 떠올려보자. 혈관 속 혈류(Q)는 압력 차이(ΔP)가 클수록 커진다. 사구체도 마찬가지다. 혈액 쪽 압력이 필터 반대편 압력보다 커야 물질이 밀려서 통과한다. 그런데 이 압력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심장이 혈액을 밀어내는 기계적 압력인 **정수압(hydrostatic pressure)**이고, 다른 하나는 혈액 속 단백질이 물을 혈관 안으로 끌어당기는 **교질삼투압(colloid osmotic pressure, oncotic pressure)**이다. 이 두 힘이 서로 밀고 당기는 균형이 여과의 양을 결정한다.

삼투압의 크기를 정량화하는 공식이 van't Hoff 방정식이다: π = iMRT. 여기서 i는 용질의 이온 해리 계수(이온으로 분리되면 1 초과), M은 몰 농도, R은 기체 상수, T는 절대온도다. 혈액의 알부민(albumin)은 분자량이 약 69,000 Da(달톤, Dalton — 원자질량 단위)에 달하는 거대 분자라 몰 농도는 낮지만, 농도 기울기를 만들어 물을 혈관 안으로 당기는 교질삼투압을 형성한다. 이 힘이 없다면 혈관 속 액체는 모두 조직으로 빠져나가 부종(edema)이 생길 것이다.

[노트 기록] Starling Forces (스탈링 힘) — 여과의 순압력 공식: NFP = (Pgc − Pbs) − (πgc − πbs)

  • Pgc (사구체 모세혈관 정수압): ~60 mmHg
  • Pbs (보먼 공간 정수압): ~15 mmHg
  • πgc (사구체 모세혈관 교질삼투압): ~30 mmHg
  • πbs (보먼 공간 교질삼투압): ~0 mmHg (NFP 계산은 직접 해볼 것)

산-염기 화학의 기초: pH, 완충제, 르 샤틀리에

pH = −log[H⁺]. 이 수식은 짧지만, 그 의미는 방대하다. 수소이온 농도가 10배 늘어날 때마다 pH는 1만큼 줄어드는 로그 관계다. 중성수는 pH 7.0이고, 인체 혈액은 pH 7.4로 약알칼리성이다. 이 값이 왜 그렇게 중요할까? 효소, 이온 채널, 수용체 — 1단계에서 배운 Na⁺/K⁺ ATPase를 포함하여 — 이 모든 단백질은 특정 pH 범위에서만 3차원 구조를 유지한다. pH가 7.35 아래로 떨어지면(산혈증, acidosis) 단백질 구조가 무너지고 세포 기능이 붕괴된다. 7.45 위로 올라가면(알칼리혈증, alkalosis) 신경-근육 흥분성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근경련이 생긴다. 인체는 7.35~7.45라는 고작 0.1 단위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 매 순간 싸우고 있다.

이 전쟁의 핵심 무기가 **완충제(buffer)**다. 완충제는 강산이나 강염기가 들어와도 pH 변화를 최소화하는 약산/짝염기 쌍이다. 작동 원리를 르 샤틀리에 법칙(Le Chatelier's principle)으로 이해하자. 화학 평형 **HA ⇌ H⁺ + A⁻**에서 외부에서 H⁺(강산)가 투입되면, 평형은 H⁺를 소비하는 방향 — 즉 A⁻가 H⁺를 잡아 HA를 만드는 방향 — 으로 이동해 pH 변화를 완충한다. 반대로 OH⁻(강염기)가 들어오면, OH⁻가 H⁺를 잡아 물을 만들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HA가 H⁺를 내어주어 다시 평형이 유지된다. **pH가 급변하는 것을 막는 '화학적 쿠션'**이 바로 완충제다. 인체에서 가장 강력한 완충계는 CO₂-HCO₃⁻(이산화탄소-중탄산염) 시스템이며, 이것이 Henderson-Hasselbalch 방정식의 소재가 된다.

막 수송: 1단계의 기억을 신장으로 가져오다

1단계에서 세포막을 가로지르는 이온 수송은 활동전위의 핵심이었다. 이제 그 개념이 신장 세뇨관에서 다시 살아난다. **1차 능동수송(primary active transport)**은 ATP를 직접 써서 농도 기울기에 역행하는 수송이다 — Na⁺/K⁺ ATPase가 전형적인 예다. **2차 능동수송(secondary active transport)**은 1차 능동수송이 만들어놓은 농도 기울기 에너지를 빌려서 다른 분자를 함께 끌어당기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Na⁺/포도당 공동수송체(SGLT: Sodium-Glucose Linked Transporter)는 Na⁺가 농도 차를 따라 세포 안으로 자발적으로 이동하는 힘으로 포도당을 '무임승차'시킨다. Na⁺/K⁺ ATPase가 세포 안 Na⁺ 농도를 낮게 유지해주지 않으면 SGLT도 작동하지 않는다. 두 수송 메커니즘이 엔진과 기어처럼 맞물려야만 재흡수 공장이 돌아간다.


2부: 본 내용 — 신장 생리학의 핵심

2.1 사구체 여과율(GFR)과 분자 체(Molecular Sieve) 물리학

신장은 약 100만 개의 **네프론(nephron)**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네프론은 사구체와 세뇨관(tubule)으로 구성된다. 사구체는 모세혈관이 뭉친 구조물로, 혈액이 이곳을 통과할 때 여과가 일어난다.

위에서 정리한 Starling 힘을 실제로 계산하면: NFP = (60 − 15) − (30 − 0) = 15 mmHg. 이 15 mmHg의 순여과압력이 분당 약 125 mL의 혈장을 사구체에서 보먼 공간(Bowman's space)으로 밀어낸다. 이것이 **사구체 여과율(Glomerular Filtration Rate, GFR)**이다. 125 mL/min × 60 × 24 = 하루 약 180 L가 여과된다. 그런데 실제 소변은 하루 1.5~2 L뿐이다. 나머지 178 L는 세뇨관에서 재흡수된다. 신장은 180 L를 여과하고 99%를 회수하는 기적적인 재활용 공장이다.

더 완전한 방정식은 GFR = Kf × NFP 이다. 여기서 **Kf(여과 계수, filtration coefficient)**는 여과막의 수력 전도성(hydraulic conductivity)과 총 여과 표면적(~0.8 m²)의 곱이다. 이것이 바로 '분광 필터'의 민감도에 해당한다 — Kf가 클수록 같은 압력에서 더 많이 여과된다.

사구체 여과막은 세 층으로 이루어진 정교한 분자 체다. 첫째, 구멍이 뚫린 **내피세포(fenestrated endothelium)**는 혈구를 막는다. 둘째, **사구체 기저막(GBM)**은 헤파란 황산염(heparan sulfate)이라는 음전하 분자를 잔뜩 포함하여 음전하 단백질을 전기적으로 밀어낸다. 셋째, **족세포의 족돌기 사이 틈새(podocyte slit diaphragm)**는 414 nm 폭의 정교한 구멍 구조다. 직경 4 nm 이하의 분자(포도당: 0.8 nm, 크레아티닌: 0.6 nm)는 자유롭게 통과하고, 8 nm 이상의 분자(알부민: ~7 nm, 하지만 음전하로 GBM에 의해 추가 차단)는 거의 통과하지 못한다. 이 선택성을 정량화하는 지표가 **분자 체 계수(sieve coefficient, θ)**다.

[노트 기록] θ = (여과액 내 농도) / (혈장 내 농도)

  • 포도당: θ ≈ 1.0 (완전 여과)
  • 알부민: θ ≈ 0.001 (거의 차단)
  • 이눌린(inulin): θ = 1.0 → GFR 측정의 금표준(gold standard) 물질 (자유롭게 여과되고, 재흡수/분비 없음) 여과 분율(Filtration Fraction) = GFR / 신장 혈장 유량(RPF) = 125/625 ≈ 0.20 (20%)

2.2 세뇨관 재흡수: 구역별 분업 체계

여과액이 보먼 공간에 도달하면 세뇨관이라는 긴 관을 통과하며 정교한 재흡수를 거친다. **근위세뇨관(Proximal Convoluted Tubule, PCT)**이 재흡수의 주력 부대다. 여기서 Na⁺의 67%, 포도당 100%, 아미노산 100%, 중탄산염 80% 이상이 재흡수된다. 작동 방식은 앞에서 설명한 2차 능동수송이다: 내강 쪽(apical)의 SGLT2가 Na⁺ 농도 기울기를 이용해 포도당을 끌어들이고, 혈액 쪽(basolateral)의 Na⁺/K⁺ ATPase가 세포 안의 Na⁺를 혈액으로 내보내어 기울기를 유지한다. 이 두 수송체가 엔진과 기어처럼 맞물리지 않으면 포도당 재흡수는 중단된다.

**헨레 고리(Loop of Henle)**는 소변 농축의 비밀을 쥐고 있다. 하행각(descending limb)은 물 투과성이 높지만 용질 투과성은 낮아서, 삼투압 기울기를 따라 물이 빠져나가고 내부 용질이 진해진다. 반면 상행각(ascending limb)은 물이 통과할 수 없지만, 내강 쪽의 NKCC2(Na⁺/K⁺/2Cl⁻ 공동수송체)가 용질을 재흡수한다. 두 방향의 흐름이 서로 반대로 이루어지며 농도 기울기를 기하급수적으로 증폭하는 이 구조가 **역류 증폭계(countercurrent multiplication)**다. 덕분에 신장 수질(medulla) 깊은 곳의 삼투압은 혈장(~300 mOsm/L)의 4배인 ~1200 mOsm/L에 달하고, 이 환경이 나중에 ADH의 작용으로 소변을 극도로 농축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원위세뇨관(DCT)과 집합관(collecting duct)**은 미세 조정 구역이다. 체내 Na⁺와 K⁺의 최종 균형이 여기서 결정되며, 이를 조절하는 것이 **알도스테론(aldosterone)**이다. 집합관의 수분 투과성은 **ADH(antidiuretic hormone, 항이뇨호르몬)**가 조절하는데, ADH가 분비되면 아쿠아포린-2(AQP2) 채널이 내강 막에 삽입되어 물이 빠져나갈 수 있게 된다. 이 두 호르몬이 모두 RAAS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이 단계의 핵심 연결고리다.

[노트 기록] 세뇨관 구역별 재흡수 정리:

  • PCT: Na⁺(67%), 포도당(100%), 아미노산(100%), HCO₃⁻(80%) — SGLT2, Na⁺/K⁺ ATPase
  • 헨레 하행각: H₂O 삼투 손실 (용질은 유지)
  • 헨레 상행각: Na⁺, K⁺, Cl⁻ — NKCC2 (물 통과 불가)
  • DCT/집합관: Na⁺ (aldosterone), H₂O (ADH/AQP2), K⁺ 분비

2.3 Henderson-Hasselbalch 방정식: pH를 수학으로 쓴다

이제 산-염기 균형의 수리적 핵심으로 들어가자. 약산 HA의 해리 반응에서:

Ka = [H⁺][A⁻] / [HA]

양변에 −log를 취하면 (수학적으로 차근차근 따라올 것):

−log Ka = −log[H⁺] − log([A⁻]/[HA])

pKa = pH − log([A⁻]/[HA])

따라서: pH = pKa + log([A⁻]/[HA]) — 이것이 Henderson-Hasselbalch 방정식의 일반형이다. 분모가 결합 형태(산), 분자가 해리 형태(짝염기)임에 주목하자. 이제 인체의 주완충계에 적용한다:

CO₂ + H₂O ⇌ H₂CO₃ ⇌ H⁺ + HCO₃⁻

이 계에서 pKa = 6.1이고, 혈장 CO₂ 농도는 분압으로 표현하면 [CO₂] = 0.03 × PCO₂ (단위: mmHg)다. 따라서:

pH = 6.1 + log([HCO₃⁻] / (0.03 × PCO₂))

정상값: [HCO₃⁻] = 24 mEq/L, PCO₂ = 40 mmHg를 대입하면:

pH = 6.1 + log(24 / 1.2) = 6.1 + log(20) = 6.1 + 1.301 ≈ 7.40

[노트 기록] 핵심 비율: [HCO₃⁻] : [CO₂] = 20 : 1 이 유지되어야 pH = 7.4. 분자([HCO₃⁻])는 신장이 조절하고, 분모(CO₂ = 0.03 × PCO₂)는 폐가 조절한다. 응급 상황에서 폐는 수 분 내에 pH를 바꾸고, 신장은 수 시간~수 일에 걸쳐 정밀하게 유지한다.

이 방정식이 가진 임상적 의미를 스스로 생각해보자. 분자(HCO₃⁻)가 고정된 상태에서 분모(PCO₂)를 낮추면 어떻게 될까? 과호흡(hyperventilation)이 일어나면 CO₂가 날려나가 PCO₂가 내려간다. 그러면 log 값이 커지고 pH가 오른다. 이것이 산성이 쌓인 몸에서 숨을 빨리 쉬는 이유다.

2.4 산-염기 장애의 4가지 얼굴과 보상 기전

Henderson-Hasselbalch 방정식을 이해했다면 4가지 산-염기 장애는 논리적으로 도출된다. 분자(HCO₃⁻)가 낮아지거나 분모(PCO₂)가 높아지면 전체 분수가 작아지고 pH가 내려간다 → 산증(acidosis). 반대면 알칼리증(alkalosis). 원인이 폐에 있으면 호흡성(respiratory), 대사/신장에 있으면 **대사성(metabolic)**이다.

장애 pH PCO₂ HCO₃⁻ 1차 원인 보상 기전
호흡성 산증 (1차) ↑ (신장 보상) 폐포 환기 감소 신장이 HCO₃⁻ 재흡수·생성 증가
호흡성 알칼리증 (1차) ↓ (신장 보상) 과호흡 신장이 HCO₃⁻ 배출 증가
대사성 산증 ↓ (폐 보상) (1차) HCO₃⁻ 손실/산 축적 과호흡으로 PCO₂ 낮춤
대사성 알칼리증 ↑ (폐 보상) (1차) HCO₃⁻ 과잉 저호흡으로 PCO₂ 올림

보상의 핵심 원칙이 있다: 보상은 절대 과보상하지 않는다. 대사성 산증에서 폐가 보상으로 PCO₂를 낮추어도, pH가 7.4를 초과하는 알칼리증으로는 가지 않는다. 만약 보상이 예상 범위를 벗어났다면, 단순 보상이 아니라 두 가지 장애가 동시에 존재하는 **혼합 장애(mixed disorder)**를 의심해야 한다.

[노트 기록] Winters 공식 (대사성 산증에서 예상 PCO₂): 예상 PCO₂ = 1.5 × [HCO₃⁻] + 8 ± 2 실제 PCO₂가 이 범위를 벗어나면 혼합 장애를 의심한다. (출처: Emmett & Narins, Medicine, 1977 — 임상 현장에서 여전히 사용되는 공식)

2.5 RAAS: 혈압과 수분의 화학적 원격 제어 시스템

이 모든 것을 통합하는 마스터 호르몬 시스템을 이제 볼 차례다.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RAAS: Renin-Angiotensin-Aldosterone System)**은 혈압이 떨어지거나 체내 Na⁺가 부족할 때 활성화되는 호르몬 연쇄 반응(cascade)이다. 이 시스템은 신장이 단순한 여과기를 넘어, 혈압의 장기적 조절자임을 보여준다.

모든 것은 **레닌(renin)**에서 시작된다. 레닌은 사구체 옆의 방사구체 세포(juxtaglomerular cells, JG cells)에서 분비되는 단백질 분해 효소다. JG 세포는 세 가지 신호를 감지하면 레닌을 방출한다: ① 사구체 모세혈관 벽 자체가 감지하는 압력 저하(신장 혈류 감소), ② 치밀반(macula densa)이 감지하는 세뇨관 내 NaCl 농도 감소(이는 GFR 감소를 반영), ③ 교감신경의 β₁ 수용체 자극(전신적 혈압 저하 시 뇌가 신장에 보내는 신호). 이 세 신호 모두 결국 "지금 혈압·혈량이 부족하다"는 경보다.

레닌은 간(liver)에서 만들어진 **안지오텐시노겐(angiotensinogen)**을 잘라 **안지오텐신 I(Angiotensin I, Ang I — 10개 아미노산 펩타이드)**을 생성한다. 이 Ang I은 주로 폐의 혈관 내피에 존재하는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ACE: Angiotensin-Converting Enzyme)**에 의해 아미노산 2개가 추가로 절단되어 **안지오텐신 II(Ang II — 8개 아미노산)**로 변환된다. Ang II가 이 시스템의 실질적 사령관이다.

Ang II는 동시에 여러 전선에서 작용한다. 혈관에서는 혈관 평활근을 수축시켜(vasoconstriction) 혈압을 즉각 올린다. **부신 피질(adrenal cortex)**에서는 알도스테론(aldosterone) 분비를 자극한다. 뇌의 시상하부에서는 갈증을 유발하고 ADH 분비를 촉진해 수분 섭취와 보존을 늘린다. 신장 근위세뇨관에서는 직접 Na⁺ 재흡수를 증가시킨다.

알도스테론은 스테로이드 호르몬으로 세포 안으로 직접 들어가 유전자 발현을 바꾼다. 집합관의 주세포(principal cells)에서 **ENaC(Epithelial Na Channel)**와 Na⁺/K⁺ ATPase의 발현을 증가시켜 Na⁺ 재흡수를 늘리고, 동시에 K⁺ 분비를 증가시킨다. Na⁺가 재흡수되면 삼투압에 의해 물이 따라와 혈액량이 증가하고, 최종적으로 혈압이 상승한다. 혈압이 회복되면 레닌 분비가 억제되어 시스템이 스스로 꺼진다 — 음성 피드백 루프가 완성되는 순간이다. 이것이 1단계에서 배운 항상성 피드백의 호르몬 버전이다.

[노트 기록] RAAS 전체 cascade를 직접 화살표로 그릴 것: 혈압↓/혈량↓/Na⁺↓ → JG세포 → Renin → 간의 Angiotensinogen → Ang I → (ACE, 폐) → Ang II → ① 혈관수축(BP↑) / ② 부신피질 → Aldosterone (ENaC↑, Na⁺재흡수↑, K⁺분비↑, H₂O↑) / ③ 시상하부 → 갈증 + ADH(AQP2↑, H₂O 재흡수↑) → 혈량·혈압 회복 → Renin 억제 (음성 피드백)


3부: 프로젝트 예제 — 혼자 풀어보기 (정답 없음, 약 40분 분량)

지금까지 배운 개념들을 실제로 적용할 시간이다. 각 예제는 단순히 수식을 대입하는 것을 넘어, 시스템 전체를 연결해서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막히면 본 내용의 해당 섹션으로 돌아가 원리를 찾아보자.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 자체가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프로젝트 1] 인공 사구체 여과 모듈 설계

배경: 당신은 만성 신부전(Chronic Kidney Disease, CKD) 환자를 위한 이식형 인공 신장 팀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다. 기존 혈액 투석(hemodialysis)은 주 3회 수 시간씩 병원에 묶여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팀은 실제 사구체처럼 작동하는 소형 여과 모듈을 설계하려 한다.

예제 1-A — 기본 여과 설계

아래 조건이 주어졌다. 목표 GFR은 125 mL/min(정상 신장 기능)이고, 사용할 인공막의 단위 면적당 여과 계수는 0.002 mL/min/mmHg/cm²다. 설계된 인공 모세혈관 정수압은 55 mmHg, 인공 보먼 공간 압력은 10 mmHg, 인공 혈장 교질삼투압은 28 mmHg, 보먼 공간 교질삼투압은 0 mmHg다. 이 조건에서 Net Filtration Pressure를 계산하고, 목표 GFR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총 여과 면적(cm²)을 구하라. 이 면적을 실제 사구체 여과 면적(~8,000 cm², 약 0.8 m²)과 비교하면 설계 효율성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예제 1-B — 분자 선택성과 임상적 문제

인공막의 분자 체 계수(θ) 데이터가 아래와 같다.

분자 분자량 θ
포도당 180 Da 1.00
인슐린 5,800 Da 0.75
β₂-마이크로글로불린 11,800 Da 0.45
알부민 69,000 Da 0.003

환자의 혈장 인슐린 농도가 15 μIU/mL이고 GFR이 125 mL/min일 때, **하루 동안 이 모듈에서 여과되는 인슐린의 총량(μIU)**을 계산하라. 이것이 임상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가? 만약 문제가 된다면, 막 설계를 어떤 방향으로 개선해야 할까? θ 값이 분자 크기 외에 전하에도 의존한다는 사실을 설계 논의에 반드시 포함하라.

예제 1-C — RAAS와의 통합 설계

이 인공 신장 모듈이 이식된 환자가 수술 중 출혈로 혈압이 갑자기 떨어졌다. 자연 신장이 제거된 이 환자에서 RAAS는 어떻게 작동할까? 레닌을 분비하는 JG 세포의 세 가지 트리거를 다시 떠올려보고, 인공 모듈에서 레닌 분비가 가능하려면 어떤 종류의 압력 센서·화학 센서가 필요할지 공학적 관점에서 논하라.


[프로젝트 2] 산-염기 불균형 케이스 분석

배경: 응급실에 세 명의 환자가 들어왔다. 각 환자의 동맥혈 가스 분석(ABG: Arterial Blood Gas) 결과가 아래에 제시된다. Henderson-Hasselbalch 방정식과 보상 공식을 이용해 각 케이스를 분석하라.

예제 2-A — 고산 등반가

25세 남성, 해발 4,500 m에서 증상 발생. ABG: pH 7.52, PCO₂ 28 mmHg, HCO₃⁻ 22 mEq/L. 이 환자의 1차 장애를 진단하라. 고산에서 낮은 O₂ 분압이 어떤 경로를 통해 이 ABG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설명하라. 신장 보상이 진행 중인지, 예상 HCO₃⁻ 범위를 계산해 평가하라. (힌트: 호흡성 알칼리증의 신장 보상 예상식: 예상 HCO₃⁻ 감소량 = 2 mEq/L per PCO₂ 10 mmHg 감소 (만성))

예제 2-B — 반복 구토 환자

32세 여성, 3일간 격렬한 구토. ABG: pH 7.51, PCO₂ 48 mmHg, HCO₃⁻ 38 mEq/L. 1차 장애를 진단하고, 구토가 어떤 화학적 경로로 이 상태를 만들어냈는지 설명하라. 위산의 주성분을 생각해보면 무엇이 체외로 빠져나간 것인가? 폐의 보상으로 PCO₂를 더 높이는 것이 왜 제한적인지 — 저산소증(hypoxia)과 보상의 상충관계를 포함해 — 논하라.

예제 2-C — 당뇨병 케토산증 환자

16세 환자, 1형 당뇨 진단 후 인슐린 투약 중단. ABG: pH 7.18, PCO₂ 18 mmHg, HCO₃⁻ 6.5 mEq/L. Winters 공식으로 예상 PCO₂를 계산하고 실제값과 비교하라. 이것이 단순 대사성 산증인가, 혼합 장애인가? 케톤산(ketoacids)이 축적될 때 HCO₃⁻ 완충계가 어떻게 소비되는지, 그리고 신장이 이를 어떻게 보상하려 하는지 전체 기전을 설명하라.

예제 2-D — 보상 한계 계산

대사성 산증 환자에서 [HCO₃⁻]가 10 mEq/L로 떨어졌다. 폐의 최대 보상으로 PCO₂를 10 mmHg까지 낮출 수 있다면, Henderson-Hasselbalch 방정식을 이용해 달성 가능한 최대 pH를 계산하라. 이 값이 정상 범위(7.35~7.45)에 들어오는가? 만약 들어오지 않는다면, 신장의 HCO₃⁻ 회복 없이 이 환자의 pH가 정상화될 수 있는가? 이를 통해 신장 보상의 불가결성을 논하라.


[프로젝트 3] RAAS 임상 시나리오

배경: 고혈압 환자에게 **ACE 억제제(ACE inhibitor)**를 투여했다. ACE 억제제는 Ang I → Ang II 변환을 차단하는 약물이다.

예제 3-A — ACE 억제제의 생리적 효과 예측

ACE 억제제 투여 시 RAAS cascade의 어느 단계가 차단되는가? 이로 인해 알도스테론 수준, 집합관의 ENaC 발현, Na⁺ 재흡수, 혈액량, 최종 혈압에는 각각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 전체 흐름을 논리적으로 연결하여 서술하라.

예제 3-B — 역설적 레닌 증가

ACE 억제제를 장기 복용한 환자에서 혈장 레닌 활성도(plasma renin activity, PRA)가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된다. 왜 그럴까? Ang II가 정상 상태에서 JG 세포에 미치는 피드백을 근거로 설명하라. (힌트: 음성 피드백 루프가 차단되면 억제 신호가 사라진다)

예제 3-C — 알도스테론의 독립적 역할

어떤 환자가 ACE 억제제를 복용하는데도 혈장 알도스테론 농도가 높게 유지된다. 이런 현상이 가능한 이유를 두 가지 이상 제시하라. (힌트: Ang II 외에 알도스테론 분비를 자극하는 인자가 있다. 혈장 K⁺ 농도를 생각해보자)


평가 기준

이번 3단계 프로젝트는 산-염기 연산 정확도(40점), 모듈 설계 완성도(40점), 전문성 리포트(20점) 세 기준으로 평가한다. 풀면서 막히는 지점이 생기면 그 자리에서 본 내용의 해당 섹션으로 돌아가 원리를 다시 확인하자. 막힌다는 것은 아직 개념이 덜 연결된 지점을 찾았다는 뜻이다 — 그것을 발견하는 것 자체가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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