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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 03문과

언어학

단계1단계2단계3단계4단계5

2단계: 형태소에서 문장 구조까지 — 언어의 뼈대를 해부하다


이론적 기초: 언어 분석의 층위, 그리고 소리에서 의미로

1단계에서 우리는 언어의 가장 밑바닥인 소리의 세계를 탐험했다. IPA를 통해 조음기관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배웠고, /p/와 /b/처럼 의미를 구분해주는 최소 단위인 **음소(phoneme)**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봤다. "국물"이 [궁물]로 발음되는 비음화 규칙도 기억하는가? 그런데 소리 자체는 의미가 없다. /k/라는 소리 하나는 아무 뜻도 없다. 그렇다면 소리들이 모여 의미가 생기는 바로 그 지점, 즉 소리와 의미의 경계는 어디인가? 이것이 오늘 우리가 파고들 **형태론(morphology)**의 출발점이다.

언어학자들은 언어를 여러 **층위(level)**로 나누어 분석한다. 밑층부터 위로 올라가면: 음성학(phonetics) → 음운론(phonology) → 형태론(morphology)통사론(syntax) → 의미론(semantics) → 화용론(pragmatics)의 순서다. 1단계는 하층부, 2단계인 지금은 중간층, 3단계에서는 상층부로 올라갈 것이다. 마치 건물처럼 각 층위는 아래 층위 위에 세워진다. 형태론이 벽돌을 다룬다면, 통사론은 그 벽돌로 어떤 구조물을 세울 수 있는지를 다루는 설계도다. 3단계에서 배울 의미론과 화용론은 그 건물을 누가, 왜,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묻는다.

[노트 기록] 언어 분석의 6층위: 음성학 → 음운론 → 형태론 → 통사론 → 의미론 → 화용론


본 내용 1: 형태소론 (Morphology)

형태소란 무엇인가

**형태소(morpheme)**는 의미를 가진 가장 작은 언어 단위다. 미국의 언어학자 레너드 블룸필드(Leonard Bloomfield)는 1933년 기념비적 저서 Language에서 형태소를 "the minimal meaningful linguistic form"으로 정의했다. 핵심은 두 가지다: '의미(meaningful)'와 '최소(minimal)'. 잠깐 스스로 생각해보자. "books"라는 단어는 몇 개의 형태소인가? "book"은 책이라는 의미를, "-s"는 복수라는 의미를 담당한다. 그렇다면 "-s"를 더 쪼갤 수 있는가? /s/라는 자음 소리 하나가 '복수'라는 의미를 가지므로, 이것은 더 이상 쪼갤 수 없다. 반면 "book"을 "bo"와 "ok"으로 나눈다면? "bo"나 "ok"은 독립적인 의미가 없으니 형태소 분석이 아니다.

한국어로 가면 더 흥미롭다. "먹었다"를 분석해보자. '먹-'은 동사의 핵심 의미를 담은 어근이고, '-었-'은 과거 시제를, '-다'는 종결 어미를 표시한다. {먹-} + {-었-} + {-다}, 세 개의 형태소다. 이 분석이 얼마나 정교한지 느껴지는가? 한국어는 형태소들이 사슬처럼 붙어 의미를 쌓아올리는 언어다 — 이것이 나중에 설명할 **교착어(agglutinative language)**의 핵심 특성이며, 지금 배우는 내용과 학습목표 ③이 깊게 연결되어 있다.

[노트 기록] 형태소(morpheme) = 의미를 가진 최소 언어 단위. "books" = {book} + {-s} → 2개 형태소. "먹었다" = {먹-} + {-었-} + {-다} → 3개 형태소.

자유형태소 vs 구속형태소

형태소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자유형태소(free morpheme)**는 혼자서도 독립적으로 쓰일 수 있다. "book", "run", "happy", "책", "먹다"처럼 그 자체로 단어가 된다. 반면 **구속형태소(bound morpheme)**는 반드시 다른 형태소에 붙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영어의 "un-", "-ness", "-ed", 한국어의 '-이', '-을', '-았-'이 그 예다. "un-"을 혼자 쓰면 아무 의미가 없다; "un-" + "happy" = "unhappy"처럼 다른 형태소와 결합해야 비로소 살아난다. 이 두 종류를 조합하면 흥미로운 하위 분류가 생긴다. 자유형태소 중에서 "book", "run"처럼 구체적 의미를 담은 것은 어휘 형태소(lexical morpheme), "the", "and", "of"처럼 문법적 기능만 하는 것은 **기능 형태소(functional morpheme)**라 부른다.

[노트 기록] 자유형태소(free): 독립 사용 가능 (book, 책) / 구속형태소(bound): 다른 형태소와 결합 필수 (un-, -었-)

어근과 접사

**어근(root)**은 단어의 핵심 의미를 담당하는 형태소다. "unhappiness"라는 단어를 보면 "happy"가 어근이고 "un-"과 "-ness"는 접사다. 어근은 자유형태소일 수도 있고 — "happy"는 혼자 쓰인다 — 구속형태소일 수도 있다. "receive", "perceive", "conceive"에서 공통 어원인 "-ceive"는 라틴어 capere(잡다)에서 온 어근인데, 현대 영어에서 혼자 쓰이지 못한다. 이런 것을 **묶인 어근(bound root)**이라 한다.

**접사(affix)**는 어근에 붙어 의미나 문법적 기능을 추가하는 구속형태소다. 붙는 위치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어근 앞에 붙는 접두사(prefix): 영어 "un-"(unhappy), "re-"(rewrite), 한국어 "맨-"(맨손), "군-"(군소리). 어근 뒤에 붙는 접미사(suffix): 영어 "-ness"(happiness), "-ed"(walked), 한국어 "-이"(먹이), "-꾼"(일꾼). 어근 안에 삽입되는 **접요사(infix)**는 영어에는 거의 없지만 타갈로그어에서 "sulat"(쓰다)가 "-um-"을 받아 "sumulat"(쓴 사람)이 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구분 하나가 추가된다. 접사는 **굴절접사(inflectional affix)**와 **파생접사(derivational affix)**로 나뉜다. 굴절접사는 단어의 품사나 기본 의미를 바꾸지 않고 문법 관계만 표시한다. 영어 "-s"(복수), "-ed"(과거), "-ing"(현재분사)가 그렇다. "walk"는 "walks", "walked", "walking"이 되어도 여전히 '걷다'는 동사다. 반면 파생접사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낸다. "happy"(형용사) + "-ness" → "happiness"(명사)처럼 품사가 바뀌거나, "happy" + "un-" → "unhappy"처럼 의미가 반전된다. 굴절접사는 사전에 새 항목을 추가하지 않지만, 파생접사는 추가한다 — 이 차이가 다음 절과 직접 연결된다.

[노트 기록] 접사 분류: 접두사(앞) / 접미사(뒤) / 접요사(안). 기능 구분: 굴절접사(문법 관계, 품사 유지) vs 파생접사(새 단어 생성, 품사 가능 변화).


본 내용 2: 단어 형성론 (Word Formation)

언어는 매일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낸다. 한국어의 "핵인싸", "갓생", 영어의 "selfie", "podcast"처럼. 이 탄생 메커니즘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면 네 가지 핵심 방법이 있다.

**파생(derivation)**은 기존 단어에 파생접사를 붙여 새 단어를 만드는 과정이다. "happy" → "unhappy", "happiness", "happily". 한국어는 "먹다" → "먹이다"(사동, -이-라는 파생접미사 추가), "먹히다"(피동, -히-). 파생의 핵심은 **새로운 어휘 항목(new lexical item)**이 탄생한다는 점 — 사전에 새 항목이 추가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변형이 있다. **역성어(back-formation)**는 반대로 기존 단어에서 접사처럼 보이는 부분을 떼어내 새 단어를 만든다. "television"에서 "televise"라는 동사를 만들거나, "editor"가 먼저 존재했는데 "edit"이라는 동사를 역으로 파생시킨 것이 그 예다. 스스로 생각해보자: 한국어에서 역성어에 해당할 만한 사례를 찾을 수 있는가?

**합성(compounding)**은 두 개 이상의 어근을 결합해 새 단어를 만드는 과정이다. "black" + "board" = "blackboard". 여기서 중요한 점: "blackboard"는 단순히 '검은 칠판'이 아니다. 두 구성 요소의 합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hot dog"가 뜨거운 개가 아닌 것처럼. 한국어는 합성어의 천국이다: "손발", "밥그릇", "앞뒤", "돌아보다". 영어는 합성어를 붙여 쓰기도(blackboard), 띄어 쓰기도(living room), 하이픈으로 연결하기도(mother-in-law) 한다. 한국어는 대체로 붙여 쓴다. 이 형식적 차이가 합성어의 본질과 관련이 있는가, 아니면 단순한 철자 관습인가?

**혼성(blending)**은 두 단어의 일부를 잘라 붙이는 것이다. "breakfast" + "lunch" = "brunch", "smoke" + "fog" = "smog", "motor" + "hotel" = "motel". 합성과의 차이: 합성은 두 단어를 온전히 유지하지만, 혼성은 각 단어의 일부만 가져온다. **두음어(acronym)**는 구나 복합 명칭의 첫 글자들을 따서 만든다. NASA, LASER(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 AIDS, KBS. 두음어 중 일부는 원래 축약어라는 사실이 잊히고 독립적 단어로 굳어진다 — "laser"를 요즘 누가 약어라고 의식하는가?

이 밖에도 전환(conversion) — "email"(명사)을 "to email"(동사)로 품사 변환하는 것, 차용(borrowing) — 다른 언어에서 가져오는 것("컴퓨터", "인터넷"), 신조어(coinage) — 완전히 새로 만드는 것("Xerox", "Google") 등이 존재한다.

[노트 기록] 단어 형성 4대 방법: 파생(접사 추가) / 합성(어근+어근) / 혼성(두 단어 일부 결합) / 두음어(첫 글자). 추가: 역성어, 전환, 차용, 신조어.


본 내용 3: 통사론 기초 (Syntax)

이제 한 단계 위로 올라간다. 형태소와 단어를 배웠다면, 이제 그 단어들이 어떻게 결합해 **문장(sentence)**이 되는지를 다루는 **통사론(syntax)**이다. 고대 그리스어 syntaxis — '함께 배열하다' — 에서 온 말이다. 통사론을 이해하려면 20세기의 두 거대한 패러다임의 충돌을 먼저 알아야 한다.

구조주의 vs 생성문법: 두 가지 세계관

**구조주의 언어학(Structuralism)**은 1단계에서 배운 소쉬르(Saussure)에서 출발한다. 소쉬르가 **랑그(langue)**와 **파롤(parole)**을 구분하고 언어를 체계로 본 것처럼, 구조주의자들은 언어를 관찰 가능한 실제 발화의 패턴에서 귀납적으로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블룸필드가 이를 정교화했다. 이들의 대표 방법론은 직접 구성 성분 분석(Immediate Constituent Analysis, ICA) — 문장을 점점 더 작은 단위로 쪼개는 것이다. "The old man ate a sandwich" → [The old man] + [ate a sandwich] → 더 세분화. 이 방법은 문장의 **표면 구조(surface structure)**를 드러내는 데 유용하지만,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예를 들어 "Flying planes can be dangerous"라는 문장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구조주의는 이 **중의성(ambiguity)**을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1957년, 28세의 **놈 촘스키(Noam Chomsky)**가 Syntactic Structures라는 얇은 책 한 권으로 언어학을 완전히 뒤집었다. 이것이 **생성문법(Generative Grammar)**의 탄생이다. 촘스키의 핵심 주장은 세 가지였다. 첫째,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선천적 능력인 **언어 습득 장치(Language Acquisition Device, LAD)**를 갖고 있다. 둘째, 언어 능력은 유한한 규칙으로 무한한 문장을 생성할 수 있다(Discrete Infinity). 우리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문장도 만들고 이해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셋째, 언어 능력(competence) — 머릿속에 내재된 규칙 체계 — 과 언어 수행(performance) — 실제 발화 — 을 구분해야 한다. 스스로 생각해보자: 지금 당신이 만들어낸 이 문장이, 이전에 누군가가 똑같이 말한 적이 있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거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문장을 자연스럽게 만들고 이해하는가? 이것이 촘스키가 던진 질문이었고, 생성문법이 제시한 답은 "규칙"이었다.

[노트 기록] 구조주의: 관찰 가능한 발화에서 패턴 추출(귀납적), 표면 구조 중심. 생성문법(촘스키, 1957): 선천적 규칙으로 무한 문장 생성(연역적). Competence(내재적 능력) vs Performance(실제 발화).

구구조 규칙 (Phrase Structure Rules)

촘스키의 생성문법은 **구구조 규칙(Phrase Structure Rules, PS Rules)*으로 문장 구조를 기술한다. 마치 수학 공식처럼, 어떤 범주가 어떤 하위 범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규정한다. 기본 규칙들을 보자: S → NP + VP (문장은 명사구와 동사구로 구성), NP → (Det) + (Adj) + N (명사구는 선택적 한정사와 선택적 형용사들과 명사로), VP → V + (NP) + (PP) + (Adv) (동사구는 동사와 선택적 명사구, 전치사구, 부사로), PP → P + NP (전치사구는 전치사와 명사구로). 괄호 안의 요소들은 선택적(optional)이다. 이 규칙들을 "The dog chased a cat in the park"에 적용하면: S → NP(The dog) + VP(chased a cat in the park) → VP에서 V(chased) + NP(a cat) + PP(in the park) → PP에서 P(in) + NP(the park). 이 계층적 분석 과정이 수형도로 시각화된다.

[노트 기록] 핵심 PS Rules: S→NP+VP / NP→(Det)(Adj*)N / VP→V(NP)(PP)(Adv) / PP→P+NP

수형도 그리기 (Tree Diagram)

**수형도(tree diagram)**는 문장의 계층적 구조를 나무 모양으로 표현한 것이다. 뿌리(root)는 최상위 범주인 S, 가지(branch)는 구조적 관계, 잎(leaf)은 실제 단어다. "The cat sat."의 수형도를 보자:

        S
       / \
      NP   VP
     / \    |
   Det   N   V
    |    |   |
   The  cat  sat

조금 더 복잡한 "The dog chased a cat in the park."는 이렇게 된다:

                    S
                  /   \
                NP      VP
               / \    /  |  \
             Det  N  V   NP   PP
              |   |  |  / \  /  \
             The dog | Det N  P   NP
                   chased  a cat in / \
                                  Det  N
                                   |   |
                                  the park

수형도를 잘 그리려면 두 가지를 기억하라. 첫째, 모든 단어는 특정 품사 범주(N, V, Adj, Det, P...)에 속한다. 둘째, 품사들은 구(phrase)를 형성하고, 구들이 모여 더 큰 구를 형성한다. 이 **계층성(hierarchical structure)**이 통사론의 핵심이다. 단어를 단순히 일렬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단어들이 먼저 하나의 단위로 묶이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노트 기록] 수형도 노드 약어: S=문장, NP=명사구, VP=동사구, PP=전치사구, AP=형용사구, N=명사, V=동사, Adj=형용사, Det=한정사, P=전치사.

한국어 수형도는 어떻게 다를까? 한국어는 SOV 언어(Subject-Object-Verb) — 동사가 맨 끝에 온다. "고양이가 쥐를 잡았다"를 분석하면:

            S
          /   \
        NP     VP
        |     /  \
       고양이가  NP    V
               |      |
              쥐를   잡았다

영어와 구조가 다름이 명확하다. 이 차이가 단순한 어순의 차이인가, 더 깊은 문법 구조의 차이인가? 촘스키는 이에 대해 **심층 구조(deep structure)**와 **표층 구조(surface structure)**라는 개념으로 답했다. 모든 언어는 심층에서는 동일한 보편 구조를 공유하지만, 표층에서는 **변형규칙(transformational rules)**에 의해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변형규칙 (Transformational Rules)

변형규칙의 대표적 예는 수동태 변환이다. "The dog chased the cat."(능동, 심층 구조)에 수동태 변형규칙을 적용하면 "The cat was chased by the dog."(수동, 표층 구조)가 된다. 두 문장은 의미상 거의 같지만 표층 구조가 다르다. 의문문도 마찬가지다: "The cat is sleeping." → 조동사 이동 규칙 적용 → "Is the cat sleeping?" 구조주의는 관찰 가능한 표층 구조만 다뤘지만, 촘스키는 관찰 불가능한 추상적 규칙 체계를 제안했다 — 이것은 언어학을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의 일부로 만든 혁명이었다.


본 내용 4: 언어 유형론 — 교착어, 굴절어, 고립어

이제 학습목표 ③으로 넘어간다. 세계의 언어들은 형태론적 특징에 따라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이 분류는 19세기 비교언어학자 **빌헬름 폰 훔볼트(Wilhelm von Humboldt)**가 체계화하고, 20세기 조지프 그린버그(Joseph Greenberg)가 "A Quantitative Approach to the Morphological Typology of Language"(1960)에서 실증적으로 발전시켰다.

**고립어(Isolating / Analytic Language)**는 형태론적 변화가 거의 없는 언어다. 각 단어는 변형되지 않으며, 문법 관계를 어순이나 별도의 문법 단어로 표현한다. 대표적 예는 **표준 중국어(만다린)**와 베트남어다. 중국어 "我爱你"(나는 너를 사랑한다)와 "你爱我"(너는 나를 사랑한다)는 같은 단어 세 개의 순서만 바뀐다. 단어 자체에 아무 변화가 없다. 형태소 분석을 하면 거의 1:1 대응 — 각 단어가 하나의 형태소다. 1단계에서 배운 "음소가 의미를 구분한다"는 개념처럼, 고립어에서는 "어순이 문법 관계를 구분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굴절어(Inflectional / Fusional Language)**는 단어 자체가 형태 변화를 겪으면서 문법 정보를 표현한다. 라틴어, 러시아어, 고대 그리스어, 독일어가 대표적이다. 라틴어 "amare"(사랑하다)를 보면: "amo"(나는 사랑한다), "amas"(너는 사랑한다), "amat"(그는 사랑한다). 어미가 변하면서 인칭, 수, 시제가 동시에 표현된다. 굴절어의 핵심은 하나의 굴절접사가 여러 문법 범주를 동시에 표현한다는 것이다 — 형태소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영어는 고대 영어 시절에는 굴절어에 가까웠지만, 현대 영어는 굴절 체계가 대폭 단순화되어 고립어와 굴절어의 중간쯤에 있다.

**교착어(Agglutinative Language)**는 형태소들이 명확하게 분리 가능한 단위로 사슬처럼 붙는 언어다. 한국어, 일본어, 터키어, 스와힐리어가 대표적이다. 앞서 분석한 한국어 "먹었다" — {먹-} + {-었-} + {-다} — 를 다시 떠올려보자. 각 형태소가 담당하는 문법 기능이 명확히 분리되어 있다. 교착어에서 하나의 접사는 하나의 문법 범주만 담당한다 — 이것이 굴절어와의 결정적 차이다. 터키어 "evlerimden"은 이 특성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ev(집) + ler(복수) + im(나의) + den(~에서) = "나의 집들에서". 네 개의 형태소가 명확히 분리되어 각자 하나의 문법 기능을 담당한다.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이 세 유형은 명확히 구분되는 범주가 아니라 **연속체(continuum)**에 가깝다. 어떤 언어도 100% 순수한 교착어나 굴절어가 아니다. 그린버그(1960)는 각 언어의 형태론적 복잡성을 수치화하는 **종합도 지수(synthesis index)**와 **융합도 지수(fusion index)**를 제안했다 — 언어는 이 두 척도 위의 어딘가에 위치하는 것이다.

[노트 기록] 고립어: 형태 변화 없음, 어순 중심 (중국어, 베트남어). 굴절어: 단어 변형, 한 접사가 여러 문법 기능 동시 담당 (라틴어, 러시아어). 교착어: 형태소 사슬, 각 접사가 하나의 기능만 담당 (한국어, 터키어, 일본어). 셋은 연속체 — 순수한 유형은 없다.


프로젝트: 직접 해부해보라

지금까지 배운 내용을 손으로 써가며 직접 적용할 시간이다. 세 개의 과제는 각각 약 10~15분씩, 총 40분 이상 소요된다. 답은 없다. 스스로 분석하고, 왜 그렇게 분석했는지 논리를 함께 써라. 틀리는 것보다 논리 없이 맞추는 것이 더 나쁘다.


프로젝트 1: 형태소 분석 (약 15분)

(A) 영어 단어 분석

아래 단어들을 형태소 단위로 분석하라. 각 형태소에 대해 ① 자유/구속형태소 여부, ② 어근/접사 여부(접사라면 접두사·접미사·굴절접사·파생접사 중 무엇인지) 표시하라.

  1. "unhappiness" — 형태소 경계를 표시하고, 파생이 일어난 순서를 논리적으로 서술하라. "unhappiness" = {un-} + {happiness}인가, = {un-} + {happy} + {-ness}인가? 어떤 순서가 더 타당한지, 이유를 설명하라. (힌트: "unnhappiness"에서 "unhappy"는 독립적인 단어로 존재하는가? "happiness"는? 접사가 붙는 순서에 논리가 있다.)
  2. "internationalization" — 이 단어에 몇 개의 형태소가 있는가? 각각을 분석하고, 파생 단계를 순서대로 서술하라.
  3. "cats", "children", "geese" — 세 단어 모두 복수형이지만 복수 표현 방식이 매우 다르다. 각각 어떤 방식으로 복수를 표현하는지 형태론적으로 설명하라. (힌트: "children"과 "geese"를 형태소로 분석할 수 있는가? 이 경우 형태소의 정의를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B) 한국어 문장 형태소 분석

다음 문장에서 각 어절(띄어쓰기 단위)을 형태소 단위로 분석하라. 어근과 접사를 구분하고, 굴절/파생 접사를 식별하라.

  1. "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주셨다."
  2. "그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C) 단어 형성 방법 판별

아래 단어들이 파생, 합성, 혼성, 두음어, 전환, 차용 중 어떤 방법으로 형성되었는지 판별하고, 그 근거를 설명하라. 하나의 단어에 여러 방법이 복합적으로 적용된 경우도 있다.

  1. "smog" (영어)
  2. "비빔밥" (한국어)
  3. "IMF" (한국어 맥락에서 사용)
  4. "인터넷" (한국어)
  5. "Google it"에서의 "Google" (영어) — 이것은 어떤 단어 형성 방법인가? 원래 고유명사였던 것이 동사가 되었다. 어떤 과정이 일어났는가?
  6. "갓생" (한국어 신조어) — 이 단어의 형태소를 분석하고, 어떤 단어 형성 방법이 적용되었는지 설명하라.

프로젝트 2: 수형도 그리기 (약 15분)

구구조 규칙(S→NP+VP 등)을 적용하여 아래 문장들의 수형도를 그려라. 각 노드에 올바른 범주 약어를 사용하라. 손으로 직접 그릴 것을 강력히 권장한다.

(A) 영어 문장 수형도

  1. "A happy cat drinks milk."
  2. "The bird sang a beautiful song in the tree."
  3. 도전 문제: "The man who loves dogs adopted a puppy." — 이 문장에는 관계절(relative clause)이 포함되어 있다. 위에서 배운 PS Rules만으로 이 문장의 전체 구조를 수형도로 그릴 수 있는가? 그릴 수 있다면 그려라. 막힌다면 어느 지점에서 어떤 이유로 막히는지 서술하라 — 그 서술 자체가 중요한 언어학적 통찰이다.

(B) 한국어 문장 수형도

한국어가 SOV 언어임을 기억하라. VP 내에서 목적어 NP가 동사 V 앞에 온다.

  1. "철수가 사과를 먹었다."
  2. "영희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다." — 이 문장에서 "도서관에서"는 어느 노드에 붙어야 하는가? PP인가, 부사구인가? 두 가지 분석이 가능하다면, 어떤 분석이 더 타당한지 설명하라.

(C) 비교 분석

영어 문장 "Dogs love bones."와 한국어 문장 "개들은 뼈를 좋아한다."를 각각 수형도로 그리고, 두 언어의 수형도 구조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최소 3가지 서술하라. 단순한 어순 차이 외에 더 깊은 구조적 차이가 있는지 탐구하라.


프로젝트 3: 언어 유형론 에세이 (약 15분)

주제: "한국어, 영어, 중국어(또는 라틴어)를 교착어·굴절어·고립어의 관점에서 비교 분석하라."

자유 형식으로 작성하되, 다음 네 가지 요소를 반드시 포함하라.

첫째, 구체적인 언어 예시를 사용하라. '나는 학교에 간다'를 세 언어로 표현하면 형태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실제 단어와 형태소 분석을 함께 제시하라. 둘째, 어순과 형태론의 관계를 논하라. 고립어는 왜 어순이 결정적으로 중요한가? 굴절어는 왜 어순이 비교적 자유로운가? 이 둘의 관계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라. 셋째, 영어의 위치를 판정하라. 영어는 엄밀히 어떤 유형인가? "he walks"의 "-s", "I went"(go의 불규칙 과거), "the dog is sleeping"을 분석하여 영어의 유형론적 위치를 논증하라. 넷째, "더 좋은" 언어 유형이 있는가? 교착어가 굴절어보다 우월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자신의 입장과 근거를 서술하라. 언어학에서 언어에 우열이 있다는 주장이 왜 논란이 많은지도 함께 생각해보라.

분량: 최소 400자(한글 기준), 최대 700자.


세 프로젝트를 마치면 형태소 분석(30점), 수형도 정확성(45점), 언어 유형론 에세이(25점)의 합산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지금은 점수보다 스스로 막힌 부분을 발견하고, 왜 막혔는지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이 글의 이론 부분으로 돌아와 다시 읽어라 — 그것이 진짜 학습이다. 3단계에서는 이 모든 구조 분석 위에 **의미(semantics)**와 **화용론(pragmatics)**이라는 상층을 얹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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