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 및 정보 이론
Quantum Info
4단계: 원자핵의 세계 — 자연이 숨겨둔 가장 강력한 에너지
이론적 기초: 우주의 힘들과 핵의 역설
지금까지 1단계부터 3단계를 거치며, 우리는 전자의 파동함수, 불확정성 원리, 큐비트의 중첩과 얽힘, 그리고 초전도 큐비트가 양자 하드웨어로 구현되는 방식까지 배웠다. 그 모든 논의는 주로 전자(electron) 의 세계, 즉 원자의 껍질 부분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제 우리는 더 깊이 들어간다. 원자핵(atomic nucleus) 안으로.
먼저 스케일을 느껴보자. 수소 원자의 반지름은 약 5.3 × 10⁻¹¹ m(0.053 nm, 보어 반지름)인데, 그 중심에 있는 양성자의 반지름은 약 8.8 × 10⁻¹⁶ m이다. 즉, 원자 전체를 도쿄 돔 크기로 키운다면, 핵은 그 한가운데 놓인 작은 구슬 하나 정도다. 핵이 원자 부피의 극히 일부를 차지함에도, 원자 질량의 99.97%가 핵에 몰려 있다는 사실 — 이것만으로도 핵이 얼마나 믿기 어려울 만큼 밀도가 높은지 짐작할 수 있다. 핵의 밀도는 약 2.3 × 10¹⁷ kg/m³인데, 이것은 각설탕 크기의 핵 물질이 지구상의 모든 자동차를 합친 것보다 더 무겁다는 의미다.
그런데 여기서 심각한 문제가 하나 등장한다. 핵 안에는 양성자가 여러 개 모여 있다. 양성자는 모두 양전하(+e)를 띤다. 고등학교 물리에서 배웠듯, 같은 전하를 띤 입자들은 쿨롱 힘(Coulomb force)으로 서로 밀어낸다. 두 양성자가 핵 안에서 서로 약 1 fm(= 10⁻¹⁵ m) 거리에 있다면, 그 쿨롱 척력은 약 230 N에 달한다 — 사람 한 명의 몸무게에 해당하는 힘이 두 알갱이 사이에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핵은 멀쩡히 유지된다. 도대체 무엇이 이 엄청난 척력을 이기고 핵을 붙들어 놓는가? 이 질문이 4단계 전체의 출발점이다.
우주에는 현재까지 알려진 네 가지 기본 힘(fundamental forces) 이 있다: 중력(gravity), 전자기력(electromagnetic force), 약력(weak nuclear force), 그리고 강력(strong nuclear force). 일상에서 경험하는 거의 모든 힘 — 마찰, 탄성, 화학반응, 빛 — 은 전자기력의 변형이다. 중력은 우주 규모에서 지배적이지만 소립자 수준에서는 완전히 무시할 만큼 약하다. 약력과 강력은 핵 규모(10⁻¹⁵ m 이하)에서만 의미 있게 작용한다. 이 두 힘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노트 기록] 네 가지 기본 힘 비교표 — 힘의 이름 / 상대적 세기 / 도달 거리 / 매개 입자: 강력(1, ~1-3 fm, 글루온/파이온), 전자기력(1/137, 무한대, 광자), 약력(10⁻⁶, ~10⁻³ fm, W±·Z 보손), 중력(10⁻³⁸, 무한대, 중력자)
본 내용 I: 강력(Strong Force)의 본질
강력은 이름 그대로 자연계에서 가장 강한 힘이다. 그러나 강력에는 결정적인 특징이 하나 있는데, 바로 도달 거리가 극단적으로 짧다는 점이다. 전자기력은 거리가 멀어지면 1/r²으로 감소하면서도 이론상 무한대로 뻗어 나가지만, 강력은 약 1~3 fm를 넘어가면 사실상 0에 수렴한다. 이것이 강력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다.
강력의 진짜 기원은 쿼크(quark) 사이의 상호작용에 있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각각 3개의 쿼크로 이루어진 복합 입자다. 양성자는 uud(위쿼크 두 개, 아래쿼크 하나), 중성자는 udd로 구성된다. 쿼크들은 색전하(color charge) 라는 독특한 속성을 지니며, 이를 기술하는 이론이 양자색역학(QCD, Quantum Chromodynamics) 이다. 전자기력이 전하를 띤 입자들이 광자(photon)를 주고받으며 상호작용하듯, QCD에서는 색전하를 띤 쿼크들이 글루온(gluon) 이라는 매개 입자를 교환하며 강하게 결합한다. 여기서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광자는 전하가 없지만 글루온 자체도 색전하를 띠기 때문에 글루온끼리도 상호작용한다는 것 — 이것이 강력을 훨씬 복잡하고 강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그런데 핵물리학에서 우리가 직접 다루는 것은 쿼크 수준의 QCD가 아니라, 핵자(nucleon, 양성자나 중성자) 사이에 작용하는 잔여 강력(residual strong force)이다. 이것은 수소 분자에서 두 수소 원자가 공유결합을 통해 연결될 때 원자 간에 작용하는 힘이 사실 내부 전자와 양성자들 사이 전자기력의 잔여효과인 것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핵자 수준에서 잔여 강력은 주로 파이온(pion, π 중간자) 의 교환을 통해 기술된다. 1935년 일본의 물리학자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 는 이를 수리적으로 묘사하는 유카와 포텐셜(Yukawa potential) 을 제안했다:
여기서 R은 파이온의 질량에 의해 결정되는 도달 거리이고, g는 결합 상수다. 지수 함수 e^(-r/R) 항이 핵력을 짧은 거리에서만 유효하게 만드는 장본인이다. 이 식을 전자기력의 쿨롱 포텐셜(-ke²/r)과 비교해보라 — 지수 감쇠 항이 없는 쿨롱 포텐셜은 r이 커져도 서서히 줄어들지만, 유카와 포텐셜은 r이 R보다 조금만 커져도 급격히 소멸한다. 1949년 유카와는 이 이론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는다.
[노트 기록] 핵자 간 포텐셜의 특성: 아주 가까운 거리(< 0.4 fm)에서는 오히려 강한 반발력이 존재한다 (하드 코어 반발). 1~3 fm 사이에서 인력이 최대가 되고, 3 fm 이상에서는 거의 0에 수렴. 이 구조 때문에 핵의 크기가 일정하게 유지된다.
본 내용 II: 약력(Weak Force)과 베타 붕괴의 씨앗
강력이 핵을 붙드는 힘이라면, 약력은 핵을 변환시키는 힘이다. 약력은 강력보다 약 10⁶배 약하고 도달 거리도 약 10⁻¹⁸ m에 불과하지만, 그 역할은 결정적이다. 약력은 쿼크의 종류(flavor)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힘이다. 구체적으로, 아래쿼크(d)가 위쿼크(u)로 변환되면 중성자가 양성자로 바뀌고 이 과정에서 W⁻ 보손이 방출된 뒤 전자와 반전자뉴트리노로 붕괴된다. 반대 방향(u → d)도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베타 붕괴(β decay) 의 근원이며, 태양에서 양성자-양성자 연쇄 반응이 일어나고 지구가 식지 않는 이유이며,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가 가능한 이유이기도 하다. 약력은 1단계에서 배운 터널링 현상과 함께 핵 변환의 두 가지 중요한 양자 메커니즘을 이룬다.
본 내용 III: 질량 결손과 결합 에너지 — E = mc²의 진짜 의미
이제 핵물리학의 정량적 핵심으로 들어가자. 아인슈타인의 E = mc² 는 물리 역사상 가장 유명한 공식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이 핵폭탄과 관련된 무언가라고만 알고 그 실제 의미는 잘 파악하지 못한다.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질량 결손(mass defect) 개념이 필요하다.
헬륨-4 핵(⁴He)을 예로 들자. 헬륨-4 핵은 양성자 2개와 중성자 2개로 이루어져 있다. 이 핵자들의 질량을 따로따로 더하면:
- 양성자 질량: 1.007276 u (원자질량단위)
- 중성자 질량: 1.008665 u
- 합계: 2 × 1.007276 + 2 × 1.008665 = 4.031882 u
그런데 실제로 측정한 ⁴He 핵의 질량은 4.001506 u다. 0.030376 u가 사라졌다. 이것이 질량 결손 Δm이다. 에너지로 환산하면 (1 u = 931.5 MeV/c²):
이 28.3 MeV가 바로 헬륨-4의 결합 에너지(binding energy) 다. 핵자들이 서로 결합함으로써 이 에너지만큼 더 안정적인 상태가 된 것이며, 반대로 헬륨-4 핵을 분해해 양성자 2개, 중성자 2개로 만들려면 이 에너지를 외부에서 공급해줘야 한다. 여기서 핵심 개념을 하나 더 정의한다: 핵자당 결합 에너지(B/A), 즉 결합 에너지를 핵자 수 A로 나눈 값이다. ⁴He의 경우 28.3/4 ≈ 7.1 MeV/핵자.
[노트 기록] 결합 에너지 계산 공식: B.E. = (Z·m_p + N·m_n − M_핵) × c², 단위는 MeV. 핵자당 결합 에너지 B/A = B.E. / A.
핵자당 결합 에너지 곡선(Binding Energy per Nucleon Curve) 은 핵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그래프다. 가로축은 질량수 A(핵자 수), 세로축은 B/A(MeV 단위)다. 이 곡선을 머릿속에 그려보면: 가벼운 핵(H, He 등)에서 시작해 A가 증가함에 따라 B/A가 빠르게 올라간다. A ≈ 56 근방, 즉 철(⁵⁶Fe)에서 B/A가 약 8.8 MeV로 최대값을 갖는다. 그 이후 A가 더 커지면 B/A는 서서히 감소한다. 이것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 철보다 가벼운 핵들은 서로 융합(fusion)하면 B/A가 증가하는 쪽으로 이동하므로 에너지가 방출된다. 철보다 무거운 핵들은 분열(fission)하면 역시 B/A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이동하므로 에너지가 방출된다. 철은 핵에너지의 '에너지 골짜기' 바닥이다 — 철을 어떻게 해도, 즉 더 쪼개도 더 합쳐도, 에너지를 얻을 수 없다.
스스로 생각해보자: 태양은 수십억 년 동안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다. 태양의 주성분은 수소다. 이 두 사실과 B/A 곡선을 연결하면 태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설명할 수 있겠는가?
본 내용 IV: 방사성 붕괴 — 불안정한 핵의 세 가지 선택
모든 핵이 안정적이지는 않다. 양성자와 중성자의 비율이 적절하지 않거나, 핵이 너무 커서 강력이 모든 핵자를 다 붙들지 못하면, 핵은 자발적으로 변환을 통해 더 안정된 상태를 찾으려 한다. 이것이 방사성 붕괴(radioactive decay) 다.
알파 붕괴(α decay) 는 주로 A > 200인 무거운 핵에서 일어난다. 핵이 헬륨-4 핵(α 입자, ⁴He)을 통째로 방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라늄-238은 다음과 같이 붕괴한다:
여기서 잠깐, 1단계에서 배운 양자 터널링을 떠올려보라. 핵 안에서 α 입자가 탈출하려면 핵력이 만드는 포텐셜 장벽을 넘어야 한다. 고전 역학에서는 α 입자의 에너지가 그 장벽보다 낮으면 절대 탈출할 수 없다. 그러나 양자역학에서는 파동함수가 장벽을 투과할 수 있다! α 붕괴는 사실 터널링의 직접적인 산물이며, 1928년 조지 가모프(George Gamow)는 이것을 수리적으로 증명하여 양자역학의 가장 극적인 응용 사례를 제시했다.
베타 붕괴(β decay) 는 약력에 의한 쿼크 변환이다. β⁻ 붕괴에서는 중성자가 양성자로 바뀌면서 전자(e⁻)와 반전자뉴트리노(ν̄_e)를 방출한다:
또는 핵 반응식으로: ᴬZ_X → ᴬ(Z+1)_Y + e⁻ + ν̄_e. β⁺ 붕괴는 반대: 양성자가 중성자로 바뀌며 양전자(e⁺)와 전자뉴트리노(ν_e)가 방출된다. 1930년대 파울리(Pauli)는 베타 붕괴에서 에너지가 일부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는 관측에 "보이지 않는 중성 입자가 있을 것"이라 예언했고, 그것이 뉴트리노였다. 에너지 보존 법칙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입자를 추론한 것 — 이런 사고방식이 현대 물리학의 전형이다.
감마 붕괴(γ decay) 는 핵이 에너지를 잃는 가장 우아한 방법이다. α 또는 β 붕괴 이후 핵은 종종 들뜬 상태(excited state)에 머문다. 이때 핵자가 낮은 에너지 준위로 내려오면서 그 에너지 차이를 고에너지 광자(γ선) 로 방출한다. 이것은 1단계에서 배운 전자가 에너지 준위 사이를 전이할 때 빛을 방출하는 것과 완전히 같은 원리인데, 다만 핵 수준에서의 에너지 차이는 수백 keV ~ 수 MeV로 훨씬 크기 때문에 X선보다도 에너지가 높은 감마선이 나온다. Z나 A는 변하지 않고 에너지 상태만 바뀐다는 점에서 γ 붕괴는 핵의 정체성을 바꾸지 않는다.
[노트 기록] 세 붕괴 비교: α(Z-2, A-4, 헬륨핵 방출, 투과력 약, 종이 한 장으로 차단), β⁻(Z+1, A 유지, 전자+반뉴트리노, 알루미늄 수mm로 차단), γ(Z·A 변화 없음, 고에너지 광자, 납 수cm 필요)
본 내용 V: 방사성 붕괴의 정량화 — 반감기
방사성 붕괴는 근본적으로 확률적 과정(probabilistic process) 이다. 특정 핵이 다음 1초 안에 붕괴할 것인지는 결정되어 있지 않다 — 오직 그 확률만 정해져 있다. 이것은 1단계에서 배운 양자역학의 확률론적 본질이 거시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이다. 개별 핵에 대해서는 예측할 수 없지만, 수많은 핵이 모여 있을 때는 통계적으로 아름다운 법칙이 나타난다.
단위 시간당 붕괴 확률을 붕괴 상수(decay constant) λ라 하면, N개의 핵이 있을 때 단위 시간당 붕괴하는 핵의 수는 λN이다. 이를 미분 방정식으로 쓰면:
이 방정식을 풀면 (이 과정에서 분리변수법을 써보라):
여기서 N₀는 초기 핵의 수다. 이 지수 감소 함수에서 반감기(half-life, T₁/₂) 는 N이 N₀의 절반이 되는 시간으로 정의된다. N₀/2 = N₀e^(-λT₁/₂) 에서 풀면:
같은 식을 반감기로 표현하면: N(t) = N₀ × (1/2)^(t/T₁/₂). 이것은 매우 직관적이다 — 반감기가 1번 지나면 절반, 2번 지나면 1/4, 3번이면 1/8.
방사능(radioactivity) 또는 방사선 활동도(activity) 는 단위 시간당 붕괴 수로 정의되며 A = λN이다. 단위는 베크렐(Bq, 1 Bq = 1 붕괴/초) 또는 구단위인 퀴리(Ci, 1 Ci = 3.7 × 10¹⁰ Bq) 를 사용한다. 활동도도 시간에 따라 A(t) = A₀e^(-λt)로 감소함을 보여라.
[노트 기록] λ = ln2/T₁/₂, N(t) = N₀(1/2)^(t/T₁/₂) = N₀e^(-λt), A(t) = λN(t). 반감기는 물질마다 천양지차: ²³⁸U는 44.7억 년, ¹⁴C는 5730년, ¹³¹I(갑상선암 치료용)는 8.02일, ²¹⁴Po는 164 마이크로초.
본 내용 VI: 핵분열과 핵융합 — 결합 에너지 곡선의 두 극단
앞서 결합 에너지 곡선에서 철(Fe-56)이 최대값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핵분열(nuclear fission) 은 그 곡선의 오른쪽 끝에서 철 쪽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다. 우라늄-235가 중성자 하나를 흡수하면 불안정한 U-236이 되었다가 즉시 두 개의 중간 크기 핵으로 분열하며, 이때 여분의 중성자들도 함께 방출된다:
방출되는 3개의 중성자가 각각 다른 U-235를 분열시키면 중성자가 3³ = 27개, 또 분열하면 3⁴ = 81개 … 이것이 연쇄 반응(chain reaction) 이다. 원자폭탄은 이 연쇄 반응을 순간적으로 제어 없이 일으키는 것이고, 원자력 발전소는 중성자를 흡수하는 제어봉으로 연쇄 반응의 속도를 조절해 안정적인 에너지를 얻는다. 1회 핵분열에서 나오는 ~200 MeV는 화학 연소 반응(석탄 1개 탄소 원자가 CO₂가 될 때 방출하는 에너지 ~4 eV)보다 약 5000만 배 더 크다 — 이것이 핵에너지가 화석 연료와 비교가 안 되게 농축된 에너지원인 이유다.
핵융합(nuclear fusion) 은 반대 방향, 즉 결합 에너지 곡선의 왼쪽에서 철 쪽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다. 가장 실현 가능성 있는 반응은 중수소(D, ²H)와 삼중수소(T, ³H)의 융합이다:
태양에서는 주로 양성자-양성자(pp) 연쇄 반응이 일어난다: 4개의 양성자가 차례로 융합하여 헬륨-4가 되는 과정. 핵융합이 매력적인 이유는 연료인 수소가 무궁무진하고, 핵분열과 달리 장수명 방사성 폐기물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융합이 일어나려면 두 핵 사이의 쿨롱 장벽을 극복할 수 있을 만큼의 엄청난 온도(수억 K) 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태양은 자체 중력으로 이 조건을 유지하지만, 지구의 실험실에서는 자기장으로 플라즈마를 가두는 토카막(tokamak) 이나 강력한 레이저를 이용한 관성 가둠 방식(ICF) 을 쓴다.
로슨 기준(Lawson criterion) 은 핵융합 반응에서 입력 에너지보다 출력 에너지가 더 많아지는, 즉 에너지 이득이 발생하는 최소 조건을 정량화한 것이다. 1955년 존 로슨(John Lawson)이 제안한 이 기준은 플라즈마 입자 밀도 n, 에너지 가둠 시간 τ_E, 그리고 온도 T의 함수로 표현된다. D-T 반응의 경우 대략:
[노트 기록] 핵분열: 에너지 = 반응 전후 질량 결손 × c² ≈ 200 MeV/반응. 핵융합(D+T): 17.6 MeV/반응. 같은 질량의 연료를 쓸 경우 핵융합이 핵분열보다 에너지 밀도가 약 4배 높다.
테크니컬 심화: Q값과 반경험적 질량 공식
핵반응의 에너지 수지를 정확하게 계산할 때 사용하는 것이 Q값(Q-value) 이다. 반응 전 총 정지 질량 에너지에서 반응 후 총 정지 질량 에너지를 뺀 것으로, Q > 0이면 에너지가 방출되는 발열 반응(exothermic), Q < 0이면 에너지를 흡수해야 하는 흡열 반응(endothermic)이다:
예를 들어 α 붕괴 ᴬ_ZX → ᴬ⁻⁴_(Z-2)Y + ⁴_2He 의 Q값은 다음 세 질량으로 계산한다: Q = [M(X) − M(Y) − M(He-4)] × 931.5 MeV/u. 이 Q값이 α 입자와 딸핵의 운동 에너지로 분배된다.
결합 에너지를 더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틀이 베테-바이츠제커 공식(Bethe-Weizsäcker semi-empirical mass formula) 이다. 이 공식은 핵을 '액체 방울'로 보는 액적 모형(liquid drop model) 에 기반하며, 결합 에너지를 다섯 가지 항의 합으로 표현한다:
각 항을 순서대로 읽으면: 부피 항(모든 핵자가 결합에 기여), 표면 항(표면에 있는 핵자는 덜 결합됨), 쿨롱 항(양성자 간 척력), 비대칭 항(N≠Z일 때 에너지 증가), 쌍 에너지 항(짝수-짝수 핵이 가장 안정, 홀수-홀수가 가장 불안정). 이 공식으로 안정성 계곡(valley of stability), 즉 자연에서 안정적으로 존재하는 핵들이 Z-N 공간에서 어떤 궤적을 그리는지도 예측할 수 있다.
방사성 붕괴 연쇄에서 여러 방사성 핵이 차례로 붕괴할 때는 배터만 방정식(Bateman equations) 을 써서 각 단계의 농도를 시간의 함수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A → B → C(안정) 연쇄에서, B의 개수 N_B(t)는:
이 식이 복잡해 보여도 구조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첫 번째 항은 A의 붕괴로 새로 생성되는 B, 두 번째 항은 처음부터 있던 B의 감소분이다.
프로젝트: 핵반응 에너지 계산 (문제만 — 풀이 없음)
다음 문제들을 순서대로 풀어라. 필요한 물리 상수와 핵 질량은 검색하거나 교재에서 찾아라 — 직접 찾는 것도 학습의 일부다. 원자질량단위 1 u = 931.5 MeV/c², 전자 질량 0.000549 u, 양성자 질량 1.007276 u, 중성자 질량 1.008665 u.
[기초 결합 에너지]
문제 1. 탄소-12(¹²C) 핵의 결합 에너지를 계산하라. ¹²C의 원자 질량은 12.000000 u (정의값)이며, 수소 원자 질량은 1.007825 u, 중성자 질량은 1.008665 u다. (원자 질량을 쓸 때는 전자 질량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먼저 생각해보라.) 핵자당 결합 에너지도 구하고, ⁴He의 7.07 MeV/A와 비교해 탄소가 더 안정적인지 설명하라.
문제 2. 철-56(⁵⁶Fe)의 핵자당 결합 에너지는 약 8.79 MeV/핵자다. 우라늄-235(²³⁵U)의 핵자당 결합 에너지는 약 7.59 MeV/핵자다. 우라늄-235가 핵분열해서 두 개의 딸핵으로 나뉜다고 가정할 때, 1회 분열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를 MeV 단위로 어림 계산하라. (정확한 질량 데이터 없이, 핵자당 결합 에너지 차이만으로 추정하는 방법을 생각해보라.)
[방사성 붕괴와 반감기]
문제 3. 요오드-131(¹³¹I)의 반감기는 8.02일이다. 처음에 1.00 g의 ¹³¹I가 있다면 (a) 붕괴 상수 λ를 s⁻¹ 단위로 구하라. (b) 초기 방사능(Bq)을 구하라. (c) 40일 후에 남아 있는 질량(g)을 구하라. (d) 임상에서 갑상선암 치료에 ¹³¹I를 사용할 때, 왜 며칠의 반감기가 적절한지 핵물리학적 관점에서 설명하라.
문제 4.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radiocarbon dating): 살아있는 생물에서 ¹⁴C/¹²C 비율은 약 1.20 × 10⁻¹²로 일정하다. 생물이 죽으면 ¹⁴C가 보충되지 않고 붕괴한다(T₁/₂ = 5730년). 발굴된 나무 조각에서 ¹⁴C/¹²C 비율이 현재 생물의 0.250배로 측정되었다. 이 나무는 약 몇 년 전에 죽었는가? (풀이 과정에서 로그를 사용하는 방법을 직접 유도하라.)
문제 5. 연쇄 붕괴: ²³⁸U는 α 붕괴를 하여 ²³⁴Th가 된다. ²³⁴Th는 β⁻ 붕괴를 두 번 거쳐 ²³⁴U가 된다. (a) 전체 연쇄 반응식을 핵 반응식으로 쓰고 각 단계의 Z와 A 변화를 확인하라. (b) ²³⁸U의 반감기는 4.47 × 10⁹년이고 ²³⁴Th의 반감기는 24.1일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²³⁸U 시료에서 ²³⁴Th의 방사능은 ²³⁸U의 방사능과 어떤 관계를 갖겠는지 논리적으로 추론하라(이것을 영년 평형(secular equilibrium) 이라 한다).
[Q값과 에너지 계산]
문제 6. 다음 핵융합 반응의 Q값을 계산하라. 질량 데이터는 스스로 찾아라.
계산된 Q값(MeV)을 같은 질량의 TNT 폭발 에너지와 비교하라. (TNT 1 kg = 4.184 × 10⁹ J, 1 MeV = 1.602 × 10⁻¹³ J로 변환하라.)
문제 7. 알파 붕괴의 Q값과 운동 에너지 분배: ²²⁶Ra(라듐-226)가 α 붕괴하여 ²²²Rn(라돈-222)이 된다. (a) Q값을 계산하라 (Ra-226: 226.025403 u, Rn-222: 222.017571 u, He-4: 4.002602 u). (b) Q값이 α 입자와 딸핵(Rn)의 운동 에너지로 나뉜다. 운동량 보존 법칙을 이용해 α 입자와 Rn의 운동 에너지 비를 구하라. (c) α 입자의 운동 에너지를 MeV 단위로 계산하라.
[로슨 기준과 핵융합 시뮬레이션 추정]
문제 8. D-T 핵융합에서 로슨 기준은 n·τ_E ≥ 10²⁰ m⁻³·s (T ≈ 10⁸ K)다. ITER 토카막은 플라즈마 밀도 n ≈ 10²⁰ m⁻³, 에너지 가둠 시간 τ_E ≈ 3.7 s를 목표로 한다. (a) ITER의 n·τ_E 값을 계산하고 로슨 기준과 비교하라. (b) 핵융합 반응에서 에너지 증배율(Q_plasma = 에너지 출력/입력)이 10 이상이 되어야 실용적인 에너지원이 된다. ITER는 Q = 10을 목표로 한다. 이것이 왜 상업용 발전에는 아직 부족한지 설명하라. (c) 만약 플라즈마 온도를 10⁸ K에서 2 × 10⁸ K로 두 배 높이면 로슨 기준의 n·τ_E 요건은 어떻게 변할지 정성적으로 예측하고 이유를 설명하라.
[종합 설계 문제]
문제 9(심화). 우라늄 농축 핵연료와 D-T 핵융합 연료를 비교 분석하라. 각각 1 kg의 연료에서 이론적으로 얻을 수 있는 최대 에너지를 (a) 핵반응당 방출 에너지와 (b) 1 kg 안의 반응 횟수를 이용해 계산하라. 단 핵분열의 경우 U-235만 반응한다고 가정하고, 핵융합의 경우 D:T = 1:1 혼합물 1 kg이 있다고 가정하라. 계산 결과를 바탕으로, 연료 무게 측면에서 핵융합이 핵분열보다 왜 더 매력적인지 정량적으로 논하라.
문제를 풀면서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어느 단계에서 막혔는지와 함께 가져와라. 계산 결과만 가져오지 말고, 풀이 과정에서 어떤 논리적 선택을 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 그것이 물리를 이해했다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