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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 및 정보 이론

Quantum 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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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양자 얽힘, 큐비트 연산, 그리고 알고리즘의 세계


서문: 1단계에서 이어지는 이야기

1단계에서 우리는 파동함수 |ψ⟩가 입자의 '존재 확률 분포'를 기술한다는 것을 배웠다. 슈뢰딩거 방정식이 이 파동함수의 시간 진화를 지배하고, 불확정성 원리가 왜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완벽히 알 수 없는지 설명해 주었다. 또한 양자 조화 진동자를 통해 에너지가 연속이 아닌 불연속적인 '덩어리(양자, quantum)'로 존재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그 모든 내용의 핵심은 **선형 중첩 원리(principle of superposition)**였다. 임의의 두 물리적으로 허용된 상태가 있으면, 그 둘을 적당한 비율로 더한 것도 역시 물리적으로 허용된 상태라는 원리. 2단계는 바로 이 중첩 원리를 '연산 도구'로 격상시키는 이야기다.

생각해 보면, 고전 컴퓨터의 비트(bit)는 0 아니면 1이다. 전압이 높거나 낮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런데 만약 1단계에서 배운 양자역학의 원리를 적용하면, 입자 하나가 0인 동시에 1인 상태에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이게 바로 **큐비트(qubit, quantum bit)**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두 개 이상의 큐비트가 서로 '연결'되어 한 쪽을 측정하는 순간 다른 쪽의 상태가 즉각 결정되는 현상을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이라 한다. 아인슈타인은 이를 "유령 같은 원격 작용(spooky action at a distance)"이라 불렀고, 이 현상이 실제로 존재함을 실험으로 확인하는 데 반세기가 걸렸다. 이제 우리는 이것을 그냥 신기한 현상으로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연산에 쓸 도구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1. 이론적 기초: 큐비트의 수학적 구조

큐비트를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표기법을 명확히 하자. 양자역학에서는 폴 디랙(Paul Dirac)이 고안한 Bra-ket 표기법을 사용한다. 상태 벡터 |ψ⟩는 '켓(ket)'이라 읽고, ⟨ψ|는 '브라(bra)'라 읽는다. 이 둘을 합치면 ⟨φ|ψ⟩, 즉 '브라켓(bracket)'이 되며 이것이 내적(inner product)을 표현한다. 1단계에서 파동함수 ψ(x)를 다루었다면, 이제는 유한 차원 힐베르트 공간(Hilbert space) 위의 벡터로 생각하면 된다.

큐비트의 두 기저 상태는 |0⟩과 |1⟩로 표기하며, 이는 고전 비트의 0과 1에 대응된다. 행렬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일반적인 큐비트 상태는 이 두 기저 상태의 선형 결합, 즉 중첩 상태다:

여기서 α와 β는 복소수(complex number)다. 1단계에서 파동함수의 절댓값 제곱이 확률 밀도였던 것을 기억하는가? 마찬가지로 |α|²은 측정했을 때 |0⟩이 나올 확률, |β|²은 |1⟩이 나올 확률이다. 규격화 조건(normalization condition) |α|² + |β|² = 1은 1단계에서 ∫|ψ(x)|²dx = 1이었던 것의 이산 버전이다. 연속 세계에서 이산 세계로 왔을 뿐, 구조는 동일하다.

[노트 기록] 큐비트 상태: |ψ⟩ = α|0⟩ + β|1⟩, |α|² + |β|² = 1. α, β ∈ ℂ (복소수). |α|²: 0을 측정할 확률, |β|²: 1을 측정할 확률.

이제 복소수 때문에 '자유도'가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보자. α = a + bi, β = c + di라 하면 실수 4개(a, b, c, d)가 있다. 규격화 조건이 하나의 제약을 주고, 전체적인 위상(global phase) e^(iθ)는 측정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물리적으로 동일한 상태) 실질적인 자유도는 2개다. 이 2개의 자유도를 각도로 매개변수화하면 임의의 큐비트 상태를 블로흐 구(Bloch sphere) 위의 한 점으로 나타낼 수 있다.

북극(θ=0)이 |0⟩, 남극(θ=π)이 |1⟩, 적도 위의 점들이 |0⟩과 |1⟩의 균등 중첩 상태들이다. 큐비트에 가하는 연산은 이 구 위에서의 **회전(rotation)**으로 시각화된다. 이것이 매우 강력한 직관적 도구다.


2. 양자 얽힘: 아인슈타인이 두려워했던 것

큐비트 하나의 상태를 이해했다면, 이제 두 큐비트를 동시에 생각해 보자. 고전적으로는 두 비트가 각각 독립적인 상태를 가진다. (0,0), (0,1), (1,0), (1,1) 중 하나다. 양자적으로는 두 큐비트의 결합 상태가 네 가지 기저 상태의 선형 결합이다:

대부분의 두 큐비트 상태는 이처럼 일반적인 중첩 형태를 띤다. 그런데 특별한 경우가 있다. 다음 상태를 보자:

이 상태에서 첫 번째 큐비트를 측정했을 때 |0⟩이 나왔다고 하자. 그러면 전체 상태는 순간적으로 |00⟩으로 붕괴한다. 즉 두 번째 큐비트도 반드시 |0⟩이다. 반대로 첫 번째 큐비트가 |1⟩이었다면 두 번째도 즉각 |1⟩이 된다. 두 큐비트 사이의 거리가 아무리 멀어도, 심지어 우주 반대편에 있더라도 이 상관관계는 성립한다.

"그렇다면 이미 처음부터 (0,0) 아니면 (1,1)로 정해져 있었고 우리가 모르는 것 아닌가?" 이것이 바로 아인슈타인, 포돌스키, 로젠(EPR)이 1935년에 제기한 질문이었다. 이들은 **숨겨진 변수(hidden variables)**가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1964년 존 벨(John Bell)이 이를 수학적으로 논파했다. 만약 숨겨진 변수가 있다면 세 방향으로 측정한 상관관계 사이에 반드시 성립해야 하는 부등식이 있는데(CHSH 부등식), 양자역학은 이 부등식을 위반한다. 그리고 실험이 양자역학의 손을 들어주었다. (Aspect et al., 1982년 실험; 2022년 노벨 물리학상) 즉, 얽힌 두 큐비트는 측정 전까지 진짜로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며, 그 정보는 어디에도 미리 저장되어 있지 않다.

[노트 기록] 4개의 벨 상태(Bell states) - 두 큐비트의 최대 얽힘 상태:

  • |Φ+⟩ = (1/√2)(|00⟩ + |11⟩)
  • |Φ-⟩ = (1/√2)(|00⟩ - |11⟩)
  • |Ψ+⟩ = (1/√2)(|01⟩ + |10⟩)
  • |Ψ-⟩ = (1/√2)(|01⟩ - |10⟩)

벨 상태의 핵심적 성질은 **분리 불가능성(non-separability)**이다. |Φ+⟩를 |ψ_A⟩⊗|ψ_B⟩ 형태로 쓸 수 없다. 어떤 단일 큐비트 상태 두 개의 텐서곱(tensor product)으로도 표현이 불가능하다. (직접 시도해 보라: (a|0⟩+b|1⟩)⊗(c|0⟩+d|1⟩) = ac|00⟩+ad|01⟩+bc|10⟩+bd|11⟩인데, 이것이 |Φ+⟩과 같으려면 ad=0, bc=0인데 동시에 ac=bd=1/√2이어야 한다. 모순.) 이것이 바로 얽힘의 수학적 정의다.


3. 큐비트 연산: 양자 게이트의 세계

고전 논리 게이트(AND, OR, NOT)가 비트를 변환하듯, **양자 게이트(quantum gate)**는 큐비트 상태를 변환한다. 결정적 차이는 양자 게이트가 반드시 유니터리(unitary) 행렬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행렬 U가 유니터리라 함은 U†U = UU† = I, 즉 켤레 전치(conjugate transpose)가 역행렬과 같다는 뜻이다. 왜 유니터리여야 하는가? 규격화 조건이 보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α|² + |β|² = 1이 연산 후에도 유지되어야 하는데, 이는 정확히 유니터리 변환의 성질이다. 또한 유니터리 행렬의 역행렬은 켤레 전치이므로, 모든 양자 게이트는 **가역적(reversible)**이다. 이는 고전 AND 게이트가 비가역적인 것(두 입력의 정보가 하나의 출력으로 '사라짐')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가장 중요한 단일 큐비트 게이트들을 살펴보자. **파울리 게이트(Pauli gates)**는 블로흐 구 위에서의 π 회전에 해당한다.

X 게이트는 |0⟩↔|1⟩을 교환하는 '양자 NOT 게이트'다. Z 게이트는 |0⟩은 그대로, |1⟩에는 -1을 곱한다(위상 반전). Y = iXZ다. 이 세 게이트는 단순히 외우는 것보다, 각각이 블로흐 구의 x축, y축, z축을 중심으로 한 π 회전임을 기억하라.

가장 '마법 같은' 게이트는 **아다마르 게이트(Hadamard gate, H)**다:

H|0⟩을 계산해 보자: (1/√2)(|0⟩ + |1⟩). 이를 |+⟩ 상태라 한다. H|1⟩ = (1/√2)(|0⟩ - |1⟩) = |−⟩ 상태다. 아다마르 게이트는 확정적인 상태를 완전한 중첩 상태로 변환한다. 블로흐 구에서 보면, H는 x축과 z축의 대각선 방향 주위로의 π 회전이다. 양자 알고리즘의 거의 모든 첫 단계가 "H 게이트를 모든 큐비트에 적용하여 균등 중첩 상태를 만든다"는 것으로 시작한다. 왜냐하면 n개의 큐비트에 H를 적용하면 2^n개의 기저 상태가 모두 동등한 확률로 중첩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양자 병렬성(quantum parallelism)**의 출발점이다.

두 큐비트 게이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CNOT(Controlled-NOT) 게이트다. 첫 번째 큐비트(제어 큐비트, control qubit)가 |1⟩이면 두 번째 큐비트(대상 큐비트, target qubit)에 X 게이트를 적용하고, |0⟩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CNOT의 결과: |00⟩→|00⟩, |01⟩→|01⟩, |10⟩→|11⟩, |11⟩→|10⟩. 그렇다면 |+⟩|0⟩에 CNOT을 적용하면? 제어 큐비트가 (1/√2)(|0⟩+|1⟩)이므로, 결과는 (1/√2)(|00⟩+|11⟩) = **|Φ+⟩**이다. 벨 상태가 완성됐다! 즉, H 게이트 하나와 CNOT 게이트 하나만으로 최대 얽힘 상태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이 양자 회로(quantum circuit)의 핵심 패턴이다.

[노트 기록] 벨 상태 생성 회로:

  • 큐비트 1: H 적용 → |0⟩에서 |+⟩로
  • 큐비트 2: 초기 상태 |0⟩
  • CNOT 적용 (큐비트 1이 제어, 큐비트 2가 대상)
  • 결과: |Φ+⟩ = (1/√2)(|00⟩+|11⟩)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중요한 성질이 있다: 복제 불가 정리(No-Cloning Theorem). 임의의 미지의 양자 상태 |ψ⟩를 복사하여 |ψ⟩|ψ⟩를 만드는 유니터리 연산은 존재하지 않는다. 증명은 유니터리의 선형성으로부터 따라온다. 이 정리는 양자 암호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핵심이다. 도청자는 전송 중인 양자 상태를 몰래 복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4. 양자 알고리즘: Grover와 Shor

드디어 양자 컴퓨터가 '무엇을 잘 하는가'의 핵심으로 들어간다. 주의할 것은, 양자 컴퓨터가 모든 문제를 빠르게 푸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특정 구조를 가진 문제에서만 이점이 있으며, 그 구조를 찾아내고 활용하는 것이 알고리즘 설계의 핵심이다.

4.1 Grover의 검색 알고리즘

크기 N의 정렬되지 않은 데이터베이스에서 특정 항목 하나를 찾는 문제를 생각하자. 고전적으로는 평균 N/2번, 최악의 경우 N번 조회해야 한다. 즉 O(N)이다. **Grover의 알고리즘(Grover's algorithm, 1996)**은 이를 O(√N) 번의 조회로 줄인다. N=100만이면 고전은 최대 100만 번, Grover는 약 1000번이다. 그 원리는 무엇인가?

핵심 아이디어는 **진폭 증폭(amplitude amplification)**이다. 먼저 H^⊗n (n개의 큐비트에 모두 H를 적용)으로 2^n=N개의 기저 상태를 균등 중첩시킨다. 이 상태에서 우리가 찾는 답 |ω⟩의 진폭도 1/√N으로 동등하다. 여기에 두 연산을 반복 적용한다.

첫째, 오라클(Oracle) O_f: 답 상태 |ω⟩의 진폭에 -1을 곱한다(위상 반전). 다른 상태들은 그대로. 수학적으로 O_f|x⟩ = (-1)^f(x)|x⟩, 여기서 f(x)=1은 x가 답일 때, 0은 그 외다.

둘째, 반전-평균(inversion about average, Grover diffusion operator): 모든 진폭을 현재 평균값에 대해 반전시킨다. 수식으로는 D = 2|s⟩⟨s| - I이며 |s⟩는 균등 중첩 상태다.

한 번의 오라클 + 반전-평균이 하나의 **Grover 반복(iteration)**이다. 이를 기하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균등 중첩 상태 |s⟩와 답 상태 |ω⟩가 이루는 2차원 평면에서, 각 반복이 |s⟩에 수직인 축과 |ω⊥⟩에 수직인 축을 기준으로 한 반사 연산(reflection)의 합성이다. 결과적으로 전체 상태 벡터가 Grover 반복마다 2θ씩 회전하며 |ω⟩에 접근한다. 여기서 sin(θ) = 1/√N이다. |ω⟩에 도달하려면 π/2 회전이 필요하므로 약 π/(4θ) ≈ π√N/4 ≈ O(√N)번이 필요하다.

[노트 기록] Grover 알고리즘 구조:

  1. 초기화: H^⊗n|0...0⟩ → |s⟩ = (1/√N)Σ_x|x⟩
  2. 반복 ~π√N/4회: a. 오라클 O_f 적용 (답 상태 위상 반전) b. Grover diffusion D = 2|s⟩⟨s| - I 적용
  3. 측정: 높은 확률로 답 |ω⟩ 관측

중요한 오해를 짚고 넘어가자. Grover의 알고리즘이 답을 '항상' 찾는 것이 아니라 높은 확률로 찾는 것이다. 또한 O(√N)이 최적임이 증명되었다. 즉, 어떤 양자 검색 알고리즘도 이보다 더 빠를 수 없다.

4.2 Shor의 인수분해 알고리즘

**Shor의 알고리즘(Shor's algorithm, 1994)**은 양자 컴퓨팅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다. 큰 수 N을 소인수분해하는 문제를 O(log³N) 시간에 해결한다. 고전적 최선 알고리즘인 일반 수체 체(General Number Field Sieve)는 O(exp(N^(1/3)))이다. N이 2048비트 숫자일 때 고전 알고리즘은 우주의 나이보다 오래 걸리지만, Shor의 알고리즘은 충분한 큐비트가 있다면 몇 시간 내에 끝낼 수 있다. RSA 암호화의 안전성이 정확히 이 인수분해의 어려움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이 알고리즘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

Shor의 알고리즘의 핵심은 인수분해를 주기 찾기(period finding) 문제로 환원하는 것이다. 수론에서 다음이 알려져 있다: N이 두 소수의 곱 N=pq이고, gcd(a,N)=1인 a를 하나 고르면, f(x) = a^x mod N은 어떤 주기 r을 가진다(페르마-오일러 정리). 만약 r이 짝수이고 a^(r/2) ≠ -1 (mod N)이면, gcd(a^(r/2)±1, N)이 N의 비자명 인수다. 고전적으로 이 주기 r을 찾는 것이 어렵지만, 양자 컴퓨터는 **양자 푸리에 변환(Quantum Fourier Transform, QFT)**을 이용해 이를 효율적으로 한다.

QFT는 1단계에서 익숙한 고전 이산 푸리에 변환(DFT)의 양자 버전이다. DFT가 N차원 벡터를 처리하는 데 O(N log N)이 필요한 반면, QFT는 n=log₂N 개의 큐비트에 대해 **O(n²) = O(log²N)**개의 게이트만 필요하다. 이 지수적 가속이 가능한 이유는, QFT가 양자 병렬성을 이용해 2^n개의 상태를 동시에 변환하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의 전체 구조는 다음과 같다: (1) 균등 중첩 상태 준비, (2) 양자 병렬로 f(x) = a^x mod N 계산, (3) QFT를 적용하여 주기 r에 해당하는 진폭을 증폭, (4) 측정으로 r을 추출, (5) 고전 컴퓨터로 gcd 계산하여 인수 획득. 단계 (2)에서 모든 x에 대한 함수값이 중첩 상태로 동시에 계산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5. 양자 정보 전송: 텔레포테이션과 QKD

5.1 양자 텔레포테이션

**양자 텔레포테이션(quantum teleportation)**은 양자 상태를 한 큐비트에서 다른 큐비트로 전송하는 프로토콜이다. 이름이 텔레포테이션이지만, 물질이 이동하거나 빛보다 빠르게 정보가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 클래식 채널과 얽힘을 함께 사용하며, 전송되는 것은 '상태의 정보'다. 복제 불가 정리 때문에 원본 상태는 소멸된다.

앨리스(Alice)가 임의의 상태 |ψ⟩ = α|0⟩+β|1⟩을 밥(Bob)에게 전송하고 싶다. 단, α와 β를 앨리스 자신도 모른다(알면 그냥 전화로 알려주면 된다). 미리 앨리스와 밥이 벨 상태 |Φ+⟩를 공유한다고 하자. 이제 앨리스는 전체 3큐비트 시스템(|ψ⟩와 자신의 벨쌍 큐비트)에 CNOT을 적용하고, 이후 |ψ⟩ 큐비트에 H를 적용한다. 그 다음 자신의 두 큐비트를 측정하면 00, 01, 10, 11 중 하나를 얻는다. 앨리스는 이 2비트의 고전 정보를 밥에게 보낸다. 밥은 받은 정보에 따라 자신의 큐비트에 적절한 게이트(I, X, Z, XZ 중 하나)를 적용하면, 밥의 큐비트가 원래의 |ψ⟩ 상태가 된다. 원본은 측정으로 소멸되었으므로 복제 불가 정리를 위반하지 않는다.

[노트 기록] 양자 텔레포테이션 자원 요약: ①사전에 공유된 벨 쌍 1개 + ②2비트 고전 통신 → 임의 큐비트 상태 전송 가능. 이것은 정보 이론에서 **초고밀도 부호화(superdense coding)**의 쌍대(dual)다. (초고밀도 부호화: 1큐비트 전송으로 2비트 고전 정보 전달.)

5.2 BB84 프로토콜: 양자 키 분배(QKD)

**BB84 프로토콜(Bennett and Brassard, 1984)**은 세계 최초의 양자 암호 프로토콜이다. 목표는 앨리스와 밥이 도청자(이브, Eve)가 있더라도 안전하게 비밀 키를 공유하는 것이다. BB84는 복제 불가 정리와 측정에 의한 상태 붕괴를 도청 검출에 활용한다.

프로토콜의 작동 방식은 다음과 같다. 앨리스는 각 비트를 두 가지 기저(basis) 중 하나를 무작위로 선택하여 인코딩한다. 직교 기저(Z-basis): |0⟩은 비트 0, |1⟩은 비트 1. 대각 기저(X-basis): |+⟩는 비트 0, |−⟩는 비트 1. 밥도 각 수신된 광자를 무작위로 Z-basis 또는 X-basis로 측정한다. 측정 후 앨리스와 밥은 공개 채널을 통해 어떤 기저를 사용했는지(비트값은 공개하지 않음)를 비교한다. 기저가 같은 경우만 키로 사용한다(평균 50%). 이를 **체질(sifting)**이라 한다.

도청자 이브가 어떤 기저로 측정했든, 정확히 맞출 확률은 평균 75%다(25%의 확률로 오류 발생). 앨리스와 밥은 공유 키 일부를 공개 비교하여 **양자 비트 에러율(QBER, Quantum Bit Error Rate)**을 계산한다. QBER > 11%이면 도청이 의심되어 키를 폐기한다. (11%는 기기 잡음만 존재할 때의 임계치다.) 실제 구현에서는 **정보 조정(information reconciliation)**과 **개인 정보 증폭(privacy amplification)**을 거쳐 이브가 가진 부분 정보를 제거한다.


6. 양자 에러 보정: 노이즈와의 전쟁

실제 양자 컴퓨터의 큰 문제는 큐비트가 환경과 상호작용하여 상태가 교란되는 **양자 결어긋남(decoherence)**이다. 고전 컴퓨터는 단순 다수결 반복(0, 0, 0 → 0으로 다수결)으로 에러를 보정하지만, 양자에서는 복제 불가 정리 때문에 그 방법을 쓸 수 없다. 또한 에러는 비트 반전(bit flip, |0⟩↔|1⟩, X에러)뿐 아니라 위상 반전(phase flip, |+⟩↔|−⟩, Z에러)도 있다.

가장 간단한 예는 3큐비트 비트 반전 코드다. |0⟩ → |000⟩, |1⟩ → |111⟩로 인코딩한다. 세 큐비트 중 하나에서 비트 반전이 발생했다면, 다수결로(두 큐비트와 다른 하나를 보정) 복원한다. 주의할 점은 정보를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얽힘을 이용해 오류 신드롬(syndrome)을 측정한다는 것이다. 직접 큐비트를 측정하면 상태가 붕괴되므로, 두 큐비트 사이의 '패리티'를 측정하여 어떤 에러가 발생했는지만 알아낸다.

**피터 쇼어(Peter Shor, 1995)**는 비트 반전과 위상 반전을 모두 보정하는 9큐비트 Shor 코드를 개발했다. 이후 Andrew Steane의 7큐비트 코드, 그리고 현대의 **표면 코드(surface code)**로 발전했다. 표면 코드는 현재 구글, IBM 등이 채택한 가장 실용적인 에러 보정 방식으로, 2차원 격자 위에 물리 큐비트를 배열하여 하나의 논리 큐비트를 보호한다. 오류율이 임계값(약 1%) 이하라면 물리 큐비트를 늘릴수록 논리 에러율을 지수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를 **양자 에러 보정의 임계 정리(threshold theorem)**라 한다.


7. 양자 컴퓨터 하드웨어: 큐비트를 실제로 만들기

큐비트는 이론적으로는 이진 양자 시스템이면 무엇이든 된다. 현재 주요 구현 방식을 비교해 보자.

**초전도 큐비트(Superconducting qubit)**는 구글(Sycamore, Willow)과 IBM(Eagle, Condor)이 채택한 방식이다. 절대 온도에 가까운 극저온(약 1020 밀리켈빈, 우주 배경 복사온도보다 차가움)에서 조세프슨 접합(Josephson junction)이 비선형 인덕턴스를 형성하여 에너지 준위가 양자화된다. 장점은 반도체 공정과 호환되어 제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게이트 속도가 수십 나노초로 빠르다는 것. 단점은 극저온 환경이 필요하고 결어긋남 시간(coherence time, T₁, T₂)이 마이크로초밀리초로 상대적으로 짧다는 것이다.

**이온 트랩(Ion trap)**은 IonQ, Quantinuum이 채택한 방식이다. 레이저로 포획된 이온(예: ⁴⁰Ca⁺, ¹⁷¹Yb⁺)의 내부 전자 에너지 준위를 큐비트로 사용한다. 결어긋남 시간이 초분으로 매우 길고, 게이트 충실도(fidelity)가 높다. 단점은 게이트 속도가 마이크로초밀리초로 느리고 큐비트 수를 늘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광학 큐비트(Photonic qubit)**는 광자의 편광이나 경로로 큐비트를 구현한다. 상온 동작이 가능하고 광섬유 통신 인프라와 자연스럽게 결합된다. 단, 광자-광자 상호작용이 매우 약하여 2큐비트 게이트 구현이 어렵다. PsiQuantum이 이 방식을 연구 중이다.

세 방식 모두 NISQ 시대(Noisy Intermediate-Scale Quantum era), 즉 수십~수백 개의 물리 큐비트를 가지지만 완전한 에러 보정은 아직 어려운 현재 단계의 주요 플랫폼들이다. 2024년 구글의 Willow 칩이 특정 문제에서 고전 슈퍼컴퓨터보다 빠름을 보인 것이 최근의 주목할 만한 성과다.

[노트 기록] 큐비트 구현 비교표:

  • 초전도: 극저온 필요, 빠른 게이트, 짧은 결어긋남 시간, 제조 용이
  • 이온 트랩: 실온 가능, 느린 게이트, 긴 결어긋남 시간, 높은 충실도
  • 광학: 실온 가능, 2큐비트 게이트 어려움, 통신과 자연 결합

프로젝트: 스스로 풀어보기 (40분 설계)

아래 문제들은 위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직접 연필과 종이(또는 계산기)를 이용해 도전하라. 정답은 제공하지 않는다. 막힐 때는 위의 본문을 다시 읽으면서 단서를 찾아라.


[프로젝트 1: 큐비트 연산 — 약 10분]

상태 |ψ⟩ = (1/2)|0⟩ + (√3/2)|1⟩이 있다.

  • (a) 이 상태는 올바르게 규격화되었는가? 확인하라.
  • (b) 이 상태를 측정했을 때 0이 나올 확률과 1이 나올 확률은 각각 얼마인가?
  • (c) 이 상태에 X 게이트를 적용하면 어떤 상태가 되는가?
  • (d) (c)의 결과 상태에 H 게이트를 적용하면 어떤 상태가 되는가? (√3과 1을 그대로 두어도 좋다.)
  • (e) 블로흐 구에서 원래 |ψ⟩는 θ가 얼마인 점인가? (힌트: cos(θ/2) = ?)

[프로젝트 2: 벨 상태와 얽힘 — 약 10분]

두 큐비트 시스템을 생각하자.

  • (a) 상태 |Ψ+⟩ = (1/√2)(|01⟩+|10⟩)에서 첫 번째 큐비트를 Z-basis로 측정했을 때, 가능한 결과와 각 확률, 그리고 측정 후 시스템의 상태는 무엇인가?
  • (b) 상태 (1/√2)(|00⟩+|01⟩)가 얽힘 상태인지 아닌지 판별하라. (힌트: 이것이 |ψ_A⟩⊗|ψ_B⟩로 분리되는가?)
  • (c) 분리 가능하다면, 각 큐비트의 상태는 무엇인가?
  • (d) |Ψ-⟩ = (1/√2)(|01⟩-|10⟩) 상태에서 CNOT(큐비트 1이 제어)을 적용하면 어떤 상태가 되는가?

[프로젝트 3: BB84 프로토콜 시뮬레이션 — 약 15분]

아래 표는 앨리스가 10개의 비트를 전송하는 BB84 과정이다. 빈 칸을 채우고 분석하라.

비트 번호 앨리스 비트값 앨리스 기저 전송 상태 밥 기저 밥 측정값 기저 일치? 키 비트
1 0 Z 0⟩ X ? 불일치
2 1 X −⟩ X ? 일치
3 0 X +⟩ Z ? 불일치
4 1 Z 1⟩ Z ? 일치
5 0 Z 0⟩ Z ? 일치
6 1 X −⟩ Z ? 불일치
7 0 X +⟩ X ? 일치
8 1 Z 1⟩ X ? 불일치
9 0 Z 0⟩ X ? 불일치
10 1 X −⟩ X ? 일치
  • (a) 기저가 일치할 때, 밥의 측정값을 채워라. (기저 불일치 시 밥의 측정값은 무작위 0 또는 1이므로 빈칸으로 둬도 좋다.)
  • (b) 최종 체질(sifting) 후 공유 키 비트를 구하라.
  • (c) 도청자 이브가 비트 번호 2, 4, 7의 큐비트를 Z-basis로 측정했다고 가정하자. 각 경우에 이브의 측정이 통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브의 행동이 탐지될 가능성을 구하라.
  • (d) QBER이 20%로 측정되었다면, 이것이 단순 잡음인지 도청인지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프로젝트 4: Grover 알고리즘 분석 — 약 5분]

2개의 큐비트(4개의 기저 상태)를 이용한 Grover 알고리즘을 분석하자. 답은 |11⟩이다.

  • (a) 초기 균등 중첩 상태에서 각 기저 상태의 진폭은 얼마인가?
  • (b) 오라클 O_f를 적용하면 어떻게 되는가? (|11⟩의 진폭만 변함)
  • (c) Grover diffusion을 적용했을 때, 진폭의 평균이 어떻게 변하는지 계산하라. (힌트: 현재 진폭의 평균을 μ라 하면, 각 진폭 a_i는 2μ - a_i로 변환된다.)
  • (d) 몇 번의 반복이 필요한가? 이론값 π√N/4와 비교하라.

이 네 프로젝트를 마쳤다면, 1단계에서 배운 파동함수의 중첩이 어떻게 2단계의 큐비트 상태로 이어지고, 얽힘이 연산 자원으로 활용되며, 알고리즘과 프로토콜이 물리적 현상 위에 어떻게 쌓이는지의 전체 흐름을 직접 손으로 경험했을 것이다. 3단계에서는 이 모든 것을 실제 하드웨어와 노이즈 환경에서 구현하는 NISQ 알고리즘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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