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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 21문과

음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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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화성학 · 대위법 · 편곡 · DAW


1부. 배경지식 — 왜 어떤 음들은 함께 어울리는가

음악을 배우면서 가장 처음 드는 의문 중 하나는 이것이다. "왜 도-미-솔은 기분 좋게 들리고, 도-레♭-솔♭은 불안하게 들리는가?" 이 질문의 답은 놀랍게도 물리학에 있다. 1단계에서 음정(interval)을 배웠다면, 그 음정들이 왜 그런 이름을 가지고, 왜 그런 느낌을 주는지를 이제 파고들 시간이다.

소리는 공기의 진동이다. 기타 줄을 튕기면 줄 전체가 진동하는 동시에, 줄의 절반, 3분의 1, 4분의 1 길이로도 동시에 진동한다. 이렇게 기본음(fundamental)과 함께 자동으로 울리는 일련의 음들을 **배음열(Overtone Series, 혹은 Harmonic Series)**이라고 부른다. 피타고라스(Pythagoras)가 기원전 6세기에 이미 발견한 이 원리는, 진동수비(frequency ratio)가 간단할수록 두 음이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완전5도(Perfect 5th)의 진동수비는 3:2이고, 장3도(Major 3rd)는 5:4다. 반면 단2도(Minor 2nd)는 16:15로 복잡해서 뇌가 "이 두 파동이 충돌한다"고 느낀다. 협화음(consonance)과 불협화음(dissonance)의 차이는 취향이 아니라 수학이다.

[노트 기록] 배음열의 처음 8개 음을 도(C)를 기준음으로 써보자: C(1배음) → C(2배음) → G(3배음) → C(4배음) → E(5배음) → G(6배음) → B♭(7배음) → C(8배음). 이 배열이 낯익지 않은가? 도-미-솔은 배음열의 4·5·6번째 음이다. 바로 이것이 장3화음(Major Triad)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들리는 물리적 이유다.

이 배경지식이 중요한 이유는, 화성학의 모든 규칙이 근본적으로 이 배음열에서 파생되기 때문이다. 오늘 배울 코드, 보이싱, 대위법의 규칙들이 왜 그런지 모르겠다 싶을 때, "배음열상 더 가까운 배음끼리 붙이면 협화, 멀거나 충돌하면 불협화"라는 원리로 돌아와서 생각해보면 거의 다 설명된다.


2부. 화성학 기초 — 코드, 진행, 보이싱

코드(Chord): 음들의 군집

1단계에서 음정(두 음 사이의 거리)을 배웠다. 코드는 3개 이상의 음정이 동시에 울리는 구조물이다. 가장 기본 단위는 3화음(Triad)으로, 근음(Root) 위에 3도와 5도를 쌓은 것이다. 예를 들어 C Major Triad는 C(근음) + E(장3도 위) + G(완전5도 위)다. 여기서 중간 음인 3도의 종류에 따라 화음의 성격이 결정된다.

[노트 기록] 4가지 기본 3화음의 구조를 반드시 외워라: 장3화음(Major Triad) = 장3도 + 단3도, 단3화음(Minor Triad) = 단3도 + 장3도, 감3화음(Diminished Triad) = 단3도 + 단3도, 증3화음(Augmented Triad) = 장3도 + 장3도. 이 4가지의 차이는 오직 두 3도의 배열 순서다.

스스로 생각해보자. C Major Triad(C-E-G)와 C Minor Triad(C-E♭-G)는 딱 하나, E와 E♭의 차이다. 이 반음 하나가 왜 그렇게 다른 감정을 만드는가? 앞서 배운 배음열을 떠올려보면, E는 배음열의 5번째(자연스러운 장3도)이고, E♭은 그보다 살짝 낮아 배음열에서 덜 "자연스러운" 위치에 있다. 뇌가 이 미묘한 차이를 포착해서 감정 반응을 만들어낸다. 단 반음의 차이가 장조/단조, 밝음/어두움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제 3화음에서 한 발 더 나아가면 **7화음(7th Chord)**이 등장한다. 5도 위에 3도 하나를 더 쌓은 것이다. 가장 중요한 7화음은 **속7화음(Dominant 7th, 예: G7 = G-B-D-F)**인데, 이 화음은 화성적 긴장감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G7 안에 있는 B와 F는 서로 감5도(Diminished 5th, 일명 tritone/삼전음) 관계인데, 삼전음은 배음열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불협화 관계다. 중세에는 이것을 diabolus in musica(음악 속의 악마)라고 불렀을 정도다. 그래서 G7은 반드시 C로 "해결(resolve)"하고 싶어 한다.

코드의 기능: T-S-D 시스템

서양 조성음악(tonal music)에서 각 화음은 단순히 음들의 조합이 아니라 **기능(function)**을 갖는다. 조성론의 대가 Hugo Riemann이 체계화한 이 개념에 따르면, 모든 화음은 세 가지 기능 중 하나로 분류된다.

으뜸화음(Tonic, T): 집(home). 안정감. C장조에서 I(C-E-G)와 vi(A-C-E). 버금딸림화음(Subdominant, S): 외출 준비. 부드러운 이동감. IV(F-A-C)와 ii(D-F-A). 딸림화음(Dominant, D): 귀가 직전의 긴장감. V(G-B-D)와 V7(G-B-D-F). 이 세 기능이 T → S → D → T 혹은 T → D → T의 형태로 순환하면서 조성음악의 모든 화성 진행이 만들어진다. 로마숫자 분석(Roman Numeral Analysis)은 이 기능을 시각화하는 도구다.

[노트 기록] C장조의 온음계 7화음 진행을 로마숫자로 써보자: I - ii - iii - IV - V - vi - vii° - I. 각 화음 옆에 기능(T/S/D)을 써넣어라. 이것이 이후 모든 코드 분석의 기반이다.

보이싱(Voicing): 같은 코드를 다르게 배치하는 기술

C Major Triad는 C-E-G 세 음이지만, 이것을 어떤 순서로 어떤 옥타브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소리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것이 보이싱이다. 가장 먼저 이해할 개념은 **자리바꿈(Inversion)**인데, 근음이 가장 아래에 있으면 기본위치(Root Position), 3도가 가장 아래에 있으면 제1전위(First Inversion), 5도가 가장 아래에 있으면 **제2전위(Second Inversion)**라 한다. 같은 C-E-G지만 E-G-C로 배치하면(제1전위) 소리가 가볍고 유동적으로 들리고, G-C-E(제2전위)는 불안정하게 들린다. 왜? 기본위치에서는 배음열과 가장 유사한 구조(아래에 5도, 위에 3도)가 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밀집 배치(Close Position)와 개방 배치(Open Position)**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C-E-G를 한 옥타브 안에 빽빽하게 넣으면 밀집, C-G-E처럼 넓게 펼치면 개방 배치다. 현악4중주나 합창을 들을 때 소리가 "두껍다", "넓다"고 느끼는 차이가 바로 여기서 온다. 피아노 팝에서 왼손에 근음, 오른손에 3도와 7도만 넣는 **쉘 보이싱(Shell Voicing)**은 재즈 피아니스트들이 즐겨 쓰는 간결한 형태다.


3부. 대위법 기초 — 선율들이 서로 대화하는 방식

화성학이 "화음 블록을 어떻게 쌓느냐"라면, **대위법(Counterpoint)**은 "독립적인 선율들이 동시에 울릴 때 어떤 규칙이 필요한가"를 다룬다. 이것은 바흐(J.S. Bach)가 인류 역사상 가장 완벽하게 구현한 기술이다. Johannes Fux의 교과서 Gradus ad Parnassum(1725)이 대위법의 교육 표준을 확립했고, 지금도 음대에서 이 책의 방식을 가르친다.

[노트 기록] 성부(voice/part)의 4종류를 외워라: 위에서부터 소프라노(Soprano, S), 알토(Alto, A), 테너(Tenor, T), 베이스(Bass, B). 이 SATB 구성은 합창, 현악4중주, 심지어 팝 편곡까지 서양음악의 기본 4성부 프레임이다.

대위법의 핵심 개념은 **성부 진행(Voice Leading)**이다. 각 성부가 다음 화음으로 이동할 때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것이 이상적이다. 구체적인 금지 규칙들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생각해보자. 평행5도/8도(Parallel 5ths/8ths) 금지: 두 성부가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5도 혹은 8도 움직이면, 두 성부가 독립성을 잃고 하나처럼 들린다. 독립적인 두 목소리가 합쳐지는 것이니 대위법의 본질에 반한다. 도약 후 반진행(Leap and Step Back): 한 성부가 큰 도약을 했다면, 다음 음에서 반대 방향의 순차 진행으로 균형을 잡아야 한다. 마치 크게 점프했다가 중심을 잡는 것처럼. 성부 교차(Voice Crossing) 자제: 소프라노가 알토보다 낮아지거나 알토가 소프라노보다 높아지면 듣는 이의 뇌가 혼란스러워한다.

이 규칙들이 왜 존재하는지 한 번 스스로 생각해보라. 단순히 "바흐 시대의 취향"이 아니다. 인간의 청각이 여러 선율을 동시에 추적할 때, 각 선율이 뚜렷한 궤적을 가져야 분리해서 인식할 수 있다. 평행5도가 금지되는 이유는 바로 그 뚜렷한 궤적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4부. 편곡과 오케스트레이션 기초

텍스처(Texture): 음악의 짜임새

편곡을 하려면 먼저 음악의 텍스처를 이해해야 한다. 단성부(monophony)는 하나의 선율만 있는 상태(예: 혼자 흥얼거리기). 호모포니(homophony)는 하나의 주선율과 이를 받쳐주는 화성 반주(예: 대부분의 팝송). 폴리포니(polyphony, 대위법적 텍스처)는 여러 독립 선율이 동시에 진행(예: 바흐 푸가). 편곡은 이 텍스처를 의도적으로 선택하고 조합하는 행위다.

악기의 음역과 음색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은 편곡을 실제 악기들에게 배분하는 기술이다. 각 악기는 고유한 음역(range)과 음색(timbre)을 가진다. 현악기(strings)는 따뜻하고 유연하며 다이나믹 폭이 크다. 목관악기(woodwinds)는 각자 개성이 뚜렷하며(플루트의 투명함, 클라리넷의 따뜻함, 오보에의 날카로움), 관악기(brass)는 화려하고 힘차다. 타악기(percussion)는 리듬과 색채를 담당한다.

편곡의 실제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악기의 음역을 무시하는 것이다. 튜바(Tuba)는 최저음역을 담당하는데 여기에 빠른 멜로디 라인을 쓰면 연주자는 힘들고 소리는 뭉개진다. 반면 플루트에 아주 낮은 음역의 베이스라인을 쓰면 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다.

[노트 기록] 주요 악기 음역을 기록해두자. 바이올린: G3-E7 / 첼로: C2-C6 / 트럼펫: E3-C6 / 피아노: A0-C8. 이 음역을 모르면 오케스트레이션은 불가능하다.

간단한 편곡의 원리: SATB 보이싱의 실제

편곡의 가장 기초는 4성부 SATB 코랄 스타일이다. 앞서 배운 성부 진행 규칙을 여기서 실제로 적용한다. 소프라노에 멜로디, 베이스에 근음이나 전위음, 알토와 테너는 내성부로 화음을 채운다. 각 성부 사이 간격은 소프라노-알토, 알토-테너 사이는 옥타브 이내로, 테너-베이스 사이는 그보다 넓어도 된다. 이것이 바흐 코랄의 기본 구조이며, 동시에 모든 편곡의 원형이다.


5부. DAW 입문 — 디지털 음악 스튜디오의 이해

**DAW(Digital Audio Workstation)**는 디지털 음악 작업의 모든 것을 처리하는 소프트웨어 스튜디오다. Ableton Live, Logic Pro, FL Studio, GarageBand 등이 대표적이다. DAW를 처음 열면 압도적으로 복잡해 보이지만, 핵심 개념은 세 가지로 단순화된다.

**트랙(Track)**은 DAW의 기본 단위로, 악기 하나 혹은 오디오 소스 하나가 들어가는 공간이다. 피아노 트랙, 드럼 트랙, 보컬 트랙이 각각 따로 존재하며, 이것들이 수직으로 쌓여 재생된다. **MIDI(Musical Instrument Digital Interface)**는 실제 소리가 아닌 음악 정보(어떤 음을, 언제, 얼마나 세게)를 기록한 데이터다. 피아노 롤(Piano Roll)에서 네모 블록들이 바로 MIDI 노트다. MIDI는 어떤 가상 악기에도 입혀서 재생할 수 있다. **오디오(Audio)**는 실제 소리 파형을 녹음한 것으로, 파형이 그려진 블록으로 표시된다. MIDI와 달리 수정이 제한적이다.

앞서 배운 화성학이 DAW에서 어떻게 연결되는지 생각해보자. C Major Triad를 피아노 롤에 입력한다면, C-E-G를 같은 시간축(타임라인)에 동시에 그린다. 이것이 바로 폐쇄 배치(Close Position) 보이싱이다. 이 세 음의 수직 배치를 바꾸면 전위가 되고, 옥타브를 조정하면 개방 배치가 된다. DAW는 머릿속의 화성학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도구다.


6부. 심화 연결 — 모든 것이 하나로

지금까지 배운 것들이 실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생각해보자. 배음열이 협화/불협화를 설명하고, 협화/불협화의 체계가 3화음과 7화음의 구조를 만들고, 그 화음들이 T-S-D 기능으로 묶여 진행(progression)을 이루고, 여러 성부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규칙이 대위법이고, 이 모든 것을 실제 악기에 배분하는 것이 오케스트레이션이며, DAW는 이 전체를 디지털로 구현하는 환경이다.

특히 **재하모니제이션(Reharmonization)**은 이 2단계의 핵심 기술이다. 원래 곡의 코드를 같은 기능을 유지하면서 다른 화음으로 교체하는 것인데, 예를 들어 C장조에서 V7(G7) 대신 ♭II7(D♭7)을 사용하는 **트리톤 서브스티튜션(Tritone Substitution)**이 재즈의 핵심 재하모니 기법이다. G7과 D♭7이 왜 교환 가능한가? 두 화음 모두 동일한 삼전음(B-F = C♭-F)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배음열 지식이 실제 편곡 기술로 이어지는 순간이다.


프로젝트 — 직접 해보기

아래 세 프로젝트는 순서대로 풀어라. 정답은 없고, 문제만 있다. 각 문제는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여러 가능한 답이 존재하므로, 네가 선택한 이유를 반드시 메모해두어라. 총 40분 분량이다.


[프로젝트 A] 코드 분석과 재하모니제이션 (약 15분)

아래는 〈Autumn Leaves〉(가을 잎새) 의 첫 8마디 코드 진행이다(Cm 단조 기준).

| Dm7♭5  | G7     | Cm7    | Fm7    |
| B♭7    | E♭maj7 | Am7♭5  | D7     |

(1) 각 화음의 구성음을 모두 쓰고, 기능(T/S/D)을 표시하라. 단조이므로 Cm이 I이며, 기능 분석 시 자연단음계와 화성단음계를 혼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라.

(2) 3마디와 4마디(Cm7 → Fm7)를 재하모니제이션하라. 기능은 유지하되 다른 화음으로 교체하고, 교체 이유를 서술하라.

(3) G7 화음에 트리톤 서브스티튜션을 적용하면 어떤 화음이 되는가? 그 화음의 구성음을 모두 쓰고, 원래 G7과 공유하는 음을 표시하라.


[프로젝트 B] SATB 보이싱 작성 (약 15분)

C장조에서 다음 코드 진행을 4성부(SATB) 코랄 스타일로 보이싱하라: I → IV → V7 → I. 단, 아래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1) 소프라노 라인: C-D-B-C (이 음들을 각 화음의 소프라노로 사용하라)

(2) 베이스 라인: 각 화음의 기본위치(Root Position)로만 작성하라.

(3) 알토와 테너: 화음 구성음 중 남은 음들로 채우되, 평행5도와 평행8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 발생한다면 어느 지점에서 발생했는지 스스로 찾아 수정하라.

(4) V7의 7음(F)은 반드시 반음 하강해서 해결(I의 E로)되어야 한다. 왜 그래야 하는지 배음열의 언어로 설명해보라.


[프로젝트 C] DAW 모방 구현 (약 10분, 종이/텍스트 기반)

실제 DAW가 없어도 이 과제를 할 수 있다. 아래의 악기 편성과 코드 진행을 받아, 각 악기에 어떤 역할을 배분할지 트랙 레이아웃을 설계하라.

편성: 피아노, 어쿠스틱 기타, 베이스 기타, 드럼 (4트랙) 진행: Am - F - C - G (4마디 루프, A단조) 분위기: 잔잔하고 감성적인 인디 팝

(1) 각 악기의 리듬 패턴을 서술하라. (예: "베이스는 각 마디 첫 박에 근음만 연주한다")

(2) 피아노의 보이싱을 각 코드별로 서술하라. 기본위치인지 전위인지, 밀집인지 개방인지 명시하라.

(3) 원래 Am - F - C - G에서 4마디 중 한 마디의 코드를 재하모니제이션하라. 어느 마디를 바꿨는지, 무엇으로 바꿨는지, 기능은 유지되는지 서술하라.

(4) 이 편곡에서 대위법적 요소(독립적 선율이 동시에 진행)를 넣으려면 어떤 악기에 어떤 선율을 추가하겠는가? 구체적으로 서술하라.


이 세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면, 코드 분석부터 SATB 보이싱, 재하모니제이션, 편곡 설계까지 2단계의 핵심을 모두 손으로 직접 다뤄본 것이다. 모든 선택에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라. 음악은 직관이기도 하지만, 그 직관의 이면에는 항상 물리학적, 화성학적 근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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