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및 라그랑주 역학
Advanced Mechanics
1단계: 고전 역학의 재정립 — 힘, 에너지, 그리고 세계를 기술하는 언어
배경지식: 왜 우리는 뉴턴을 다시 공부하는가
고등학교 물리 교실에서 F=ma를 배웠을 것이다. 선생님이 칠판에 써주고, 외우고, 시험에 나오는 그 공식. 그런데 솔직히 물어보자 — 그 공식이 왜 성립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실제 세계의 얼마나 넓은 영역을 설명하는지 느껴본 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오늘부터 그것을 바꿀 것이다.
뉴턴 이전의 세계로 잠깐 돌아가자. 기원전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는 "무거운 물체는 가벼운 물체보다 빠르게 떨어진다"고 주장했고, 사람들은 2000년 가까이 그 말을 믿었다. 이것이 틀렸다는 것을 처음 의심하고 실험한 사람이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다. 그는 피사의 사탑에서 두 쇠공을 동시에 떨어뜨렸고 — 이 실험의 역사적 진위는 논쟁이 있지만 — 핵심은 그가 관찰, 수학적 기술, 실험적 검증이라는 현대 과학의 방법론을 확립했다는 것이다. 이삭 뉴턴(Isaac Newton, 1643–1727)은 갈릴레오의 유산 위에 서서, 1687년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Philosophiæ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를 출판하며 세 가지 운동 법칙과 만유인력 법칙을 정립했다. 이것이 고전 역학(Classical Mechanics)의 탄생이다.
그렇다면 왜 고등학교에서 배운 것을 다시 공부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한국 교과서의 뉴턴 역학은 주로 스칼라(Scalar) 중심이다 — 크기만 있는 양. 하지만 현실의 물체는 앞뒤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공은 포물선을 그리고, 팽이는 세차 운동을 하며, 지진파는 3차원 공간 전체를 통과한다. 이 모든 것을 정확하게 기술하려면 벡터(Vector) — 크기와 방향을 모두 가진 양 — 가 필수다. 뉴턴 역학을 벡터로 완전히 재정립하는 순간, 그 단순해 보이는 F=ma가 얼마나 광대한 세계를 품고 있는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재정립이 2단계에서 배울 라그랑주·해밀턴 역학으로 가는 유일한 발판이다.
벡터: 물리의 언어
7살짜리 아이에게 벡터를 설명한다면, "오른쪽으로 3걸음, 앞으로 4걸음"처럼 방향이 있는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자라면, 벡터란 크기(magnitude)와 방향(direction)을 함께 갖는 물리량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속도, 힘, 가속도, 운동량, 전기장 — 이들은 모두 벡터다. 반면 질량, 온도, 에너지 — 이들은 크기만 있는 스칼라다.
벡터를 수학적으로 다루기 위해 두 가지 핵심 연산이 있다. 첫째, **내적(Dot Product, 스칼라곱)**은 두 벡터가 얼마나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지를 수치로 나타낸다. A⃗ · B⃗ = |A||B|cosθ = AxBx + AyBy + AzBz 이며, 결과는 스칼라다. 물리에서는 일(Work)을 계산할 때 쓰인다 — W = F⃗ · d⃗. θ=90°이면 cosθ=0이므로 일은 0이다. 지구가 달을 중력으로 끊임없이 당기는데도 원궤도에서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 중력 방향(지구 중심)과 달의 이동 방향(접선)이 항상 수직이다.
둘째, **외적(Cross Product, 벡터곱)**은 두 벡터가 이루는 평면에 수직인 새 벡터를 만든다. A⃗ × B⃗의 크기는 |A||B|sinθ이며, 방향은 **오른손 법칙(Right-hand Rule)**으로 결정된다 — 오른손의 네 손가락을 첫 번째 벡터에서 두 번째 벡터 방향으로 말아쥐면, 엄지가 가리키는 방향이 외적의 방향이다. 토크(Torque)와 각운동량(Angular Momentum)이 이 방식으로 정의된다. 한 가지 중요한 성질: A⃗ × B⃗ = -(B⃗ × A⃗) — 외적은 순서를 바꾸면 부호가 바뀐다. 내적과 달리 교환 법칙이 성립하지 않는다. 이것이 왜 중요한지는 토크를 배울 때 직접 느끼게 될 것이다.
[노트 기록] 벡터의 두 곱셈:
- 내적: A⃗ · B⃗ = |A||B|cosθ → 스칼라, 방향 무관, 평행할 때 최대(cos0°=1), 수직일 때 0
- 외적: |A⃗ × B⃗| = |A||B|sinθ → 벡터, 두 벡터 평면에 수직, 수직일 때 최대(sin90°=1), 평행할 때 0
뉴턴 역학의 벡터적 재정립
뉴턴의 제2법칙을 벡터로 쓰면 F⃗_net = ma⃗다. 당연해 보이지만, 이것이 3차원에서 갖는 의미는 엄청나다. 힘은 벡터이므로 방향이 있고, 가속도도 벡터이므로 방향이 있다. 이것은 세 개의 독립적인 방정식으로 분리된다: Fx = max, Fy = may, Fz = maz. 이 분리가 왜 중요한가? 포물선 운동을 생각해보자. 수평 방향엔 중력이 없으니(공기 저항 무시) ax = 0 → 등속. 수직 방향엔 중력이 있으니 ay = -g → 등가속도. 고등학교에서 수평과 수직을 분리해서 따로 계산했던 것이 바로 이 벡터 방정식을 성분별로 분리한 것이다. 각 방향의 독립성이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있게 해주는 핵심 열쇠다.
그런데 뉴턴의 원래 제2법칙은 사실 F=ma가 아니었다. Principia에서 뉴턴이 쓴 원래 표현은 F⃗ = dp⃗/dt — 힘은 운동량(Momentum) p⃗의 시간 변화율이다. p⃗ = mv⃗로 정의된 운동량의 도함수가 힘이라는 뜻이다. F=ma는 질량 m이 일정할 때만 성립하는 특수한 경우다. 로켓처럼 연료를 소비하며 질량이 변하는 경우, 혹은 상대론적으로 빠른 입자를 다루는 경우엔 반드시 F = dp/dt를 써야 한다. 이것이 더 근본적이고 보편적인 표현이다. 앞으로 이 공식을 F=ma보다 훨씬 자주 쓰게 될 것이다.
뉴턴의 제3법칙 — "작용-반작용" — 을 벡터로 쓰면 F⃗_AB = -F⃗_BA이다. 이것은 단순한 규칙이 아니라 운동량 보존 법칙의 뿌리다. A가 B에 힘을 가하면, B는 같은 크기의 힘을 A에 반대 방향으로 가한다. 두 힘의 합은 0이므로, 외부 힘이 없는 계에서는 전체 운동량이 항상 보존된다. 아무것도 없는 진공에서 우주비행사가 공구를 던지면 반대 방향으로 밀려나는 것, 총이 발사될 때 반동이 생기는 것, 로켓이 가스를 분사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것 — 모두 이 하나의 법칙에서 나온다.
운동량, 충격량, 에너지: 힘의 두 얼굴
힘의 효과를 이해하는 데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 하나는 시간적 효과, 다른 하나는 공간적 효과다. 앞서 F = dp/dt를 배웠다. 이것을 시간에 대해 적분하면:
J⃗ = ∫F⃗ dt = Δp⃗
이것이 **충격량-운동량 정리(Impulse-Momentum Theorem)**이다. 충격량(Impulse) J⃗는 힘을 시간에 대해 적분한 양이다. 테니스 라켓으로 공을 칠 때, 접촉 시간은 약 5ms에 불과하지만 이 짧은 시간 동안 평균 수백 N의 힘이 작용해 공의 운동량을 완전히 바꾼다. 에어백의 원리도 정확히 이것이다 — 충돌 시 Δp(운동량 변화)는 물리적으로 정해져 있다. 에어백은 접촉 시간 Δt를 늘려 F = Δp/Δt에서 F를 줄인다. 수백 ms에 걸쳐 힘을 분산시켜 부상을 줄이는 것이다.
힘의 공간적 효과로 넘어가면 에너지가 등장한다. **일(Work)**은 W = ∫F⃗ · ds⃗ 으로 정의된다 — 힘 벡터와 미소 변위 벡터의 내적을 경로를 따라 적분한 것이다. 내적이 쓰이므로 힘과 이동 방향이 수직이면 일은 0이다. 이것을 뉴턴 제2법칙에 대입해서 계산하면 **일-에너지 정리(Work-Energy Theorem)**가 나온다:
Wnet = ΔKE = ½mv₂² - ½mv₁²
운동에너지(Kinetic Energy) KE = ½mv²는 벡터적으로 KE = ½m(v⃗·v⃗)이다 — 내적이 크기의 제곱을 만들어내므로, 운동에너지는 방향과 무관한 스칼라가 된다. 여기서 중요한 통찰이 있다: 운동량과 운동에너지는 같은 운동을 기술하지만 서로 다른 정보를 담는다. 두 물체가 같은 운동에너지를 가져도 운동량이 다를 수 있고, 그 역도 성립한다.
퍼텐셜에너지(Potential Energy) PE는 위치의 함수로, **보존력(Conservative Force)**이 작용할 때 정의된다. 보존력이란 힘이 한 일이 경로에 무관하고 출발점과 도착점에만 의존하는 힘이다. 수학적으로는 F⃗ = -∇U — 힘은 퍼텐셜에너지의 기울기(gradient)의 음수다. ∇U는 "U가 가장 가파르게 증가하는 방향과 그 기울기"를 나타내고, 힘은 그 반대 방향 즉 "U가 가장 가파르게 감소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공이 굴러 내려갈 때 중력이 작용하는 방향이 퍼텐셜에너지가 감소하는 방향인 것을 생각해보면 직관적으로 이해가 될 것이다.
[노트 기록] 역학적 에너지 보존: 보존력만 작용할 때 E = KE + PE = const. 마찰 등 비보존력이 있으면 역학적 에너지는 감소하지만 —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고 열에너지로 변환된다. 에너지 보존 법칙은 언제나 성립한다.
강체 동역학: 돌고 굴러가는 세계
지금까지는 물체를 점(Point Mass)으로 취급했다. 이제 강체(Rigid Body) — 외력에 의해 형태가 변하지 않는 물체 — 를 다룬다. 현실의 물체 대부분은 근사적으로 강체다. 강체의 운동은 두 부분으로 분해된다: 질량중심(Center of Mass)의 병진운동과 질량중심 주위의 회전운동. 병진운동은 F⃗_net = Ma⃗_cm으로, 즉 강체 전체를 질량중심에 모인 점입자처럼 취급해 뉴턴 제2법칙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회전운동은 어떻게 기술할까?
토크(Torque) τ⃗는 τ⃗ = r⃗ × F⃗로 정의된다. 외적이다. r⃗는 회전 축에서 힘의 작용점까지의 위치 벡터다. 토크의 크기는 |τ| = rF sinθ이며 θ는 r⃗와 F⃗ 사이의 각도다. 문을 열 때 경첩에서 멀리 밀수록 쉽게 열리는 이유가 r이 커지기 때문이고, 문 손잡이에 수직(θ=90°)으로 힘을 가해야 가장 효율적인 이유가 sinθ가 최대이기 때문이다. 이제 회전 운동에서의 뉴턴 제2법칙을 쓸 수 있다:
τ⃗_net = Iα⃗
여기서 I는 관성 모멘트(Moment of Inertia), α⃗는 **각가속도(Angular Acceleration)**이다. 이것이 F=ma의 회전 버전이다. 질량 m이 병진운동에서 '가속시키기 어려운 정도'를 나타내듯, 관성 모멘트 I는 회전에서 '돌리기 어려운 정도'를 나타낸다. I = Σ mᵢrᵢ² (이산 질량) 혹은 I = ∫ r² dm (연속 물체)로 계산된다. 핵심은 rᵢ가 단순 거리가 아니라 회전 축으로부터의 수직 거리라는 점이다.
[노트 기록] 주요 강체의 관성 모멘트 (M=전체 질량, R=반지름, L=길이):
- 속이 찬 구(중심 축): I = 2/5 MR²
- 속이 빈 구(껍질, 중심 축): I = 2/3 MR²
- 속이 찬 원기둥/디스크(중심 축): I = 1/2 MR²
- 속이 빈 원통(중심 축): I = MR²
- 균일한 막대(중앙 수직 축): I = 1/12 ML², (끝 수직 축): I = 1/3 ML²
왜 속이 빈 구의 I가 속이 찬 구보다 클까? I = ∫ r² dm인데, 속이 빈 구는 모든 질량이 표면(최대 r = R)에 집중되어 있다. 속이 찬 구는 질량이 중심부터 표면까지 분포하므로 많은 질량이 작은 r값을 갖는다. r²이 크기의 제곱이므로, 질량이 축에서 멀수록 I에 큰 기여를 한다. 이것이 왜 I가 물체의 총 질량뿐 아니라 질량 분포에 결정적으로 의존하는지의 이유다.
**평행 축 정리(Parallel Axis Theorem)**는 계산을 크게 단순화하는 강력한 도구다: I = Icm + Md². 질량중심을 지나는 축에 대한 관성 모멘트 Icm을 알면, 그것과 평행한 어떤 축(거리 d만큼 떨어진)에 대한 관성 모멘트도 즉시 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균일한 막대의 중앙 수직 축에 대한 I가 1/12 ML²이라면, 끝을 지나는 수직 축에 대한 I는 1/12 ML² + M(L/2)² = 1/12 ML² + 1/4 ML² = 1/3 ML²이다.
**각운동량(Angular Momentum)**은 L⃗ = Iω⃗ (강체) 혹은 점입자에 대해 L⃗ = r⃗ × p⃗로 정의된다. 토크와의 관계는 τ⃗_net = dL⃗/dt — 각운동량의 시간 변화율이 알짜 토크다. 이것은 선운동의 F⃗ = dp⃗/dt와 완벽히 대응된다. 외부 토크가 없으면 각운동량이 보존된다(L⃗ = const).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팔을 모으면 I가 줄고, L = Iω = const이므로 ω가 커져 빠르게 도는 것, 거성이 붕괴하여 중성자별이 될 때 반지름이 극적으로 줄어 엄청난 속도로 자전하게 되는 것 — 모두 각운동량 보존의 결과다.
경사면을 구르는 물체의 경우, 총 운동에너지는 병진과 회전의 합이다: E_total = ½mv²_cm + ½Iω². 구름 운동에서는 미끄러짐 없이 구른다면 v_cm = Rω라는 구속 조건이 성립한다. 에너지 보존을 적용하면 경사면 높이 H에서 출발했을 때 도달 속도는 v = √(2gH/(1+β))이며, β = I/MR²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결과가 M과 R에 무관하다는 것이다 — 오로지 형태를 결정하는 β 값만이 결과를 결정한다. 속이 찬 구(β=2/5)가 속이 빈 원통(β=1)보다 빠르다. 직접 생각해보자: 왜 β가 작을수록 더 빠른가?
진동: 되돌아오는 힘의 세계
자연에서 가장 편재하는 운동이 **진동(Oscillation)**이다. 용수철에 매달린 추, 시계 추, 기타 줄의 떨림, CO₂ 분자 내의 원자 진동, 별의 맥동 — 모두 진동이다. 진동의 핵심 개념은 복원력(Restoring Force) — 물체를 평형 위치로 되돌려 보내려는 힘이다. 평형에서 멀어질수록 복원력이 커지고, 복원력이 물체를 다시 끌어당기지만 평형을 지나쳐 반대쪽으로 가게 된다 — 그리고 이 과정이 반복된다.
**단순 조화 진동(Simple Harmonic Motion, SHM)**은 복원력이 변위에 선형적으로 비례할 때 발생한다: F = -kx. 뉴턴 제2법칙을 적용하면:
m(d²x/dt²) = -kx → d²x/dt² + (k/m)x = 0
이것은 2차 선형 상미분방정식이다. 그 해는 **x(t) = A cos(ωt + φ)**이며, ω = √(k/m)은 각진동수(Angular Frequency), A는 진폭(Amplitude), φ는 **초기 위상(Initial Phase)**이다. 주기 **T = 2π/ω = 2π√(m/k)**는 진폭에 무관하다 — 이것을 **등시성(Isochronism)**이라 한다. 갈릴레오가 피렌체 성당에서 샹들리에가 크게 흔들리든 작게 흔들리든 같은 시간에 한 번씩 흔들린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이 발견이 진자시계로 이어졌다.
[노트 기록] SHM 핵심 관계:
- 위치: x(t) = A cos(ωt + φ)
- 속도: v(t) = dx/dt = -Aω sin(ωt + φ), 최대 속도 v_max = Aω (x=0에서)
- 가속도: a(t) = dv/dt = -Aω² cos(ωt + φ) = -ω²x (중요: 가속도는 항상 변위의 반대 방향)
- 에너지: E = ½kA² = 항상 보존, x에서 KE = ½m(Aω)²sin²(ωt+φ), PE = ½kx²
**감쇠 진동(Damped Oscillation)**은 현실에서 반드시 만나게 되는 진동이다. 순수한 SHM은 에너지 손실이 없어 영원히 진동하지만, 현실의 모든 진동은 마찰이나 공기 저항으로 에너지를 잃는다. 저항력을 F_damp = -bv (b: 감쇠 계수)로 모델링하면 운동방정식은:
m(d²x/dt²) + b(dx/dt) + kx = 0
해는 감쇠 정도에 따라 세 가지다: 과소감쇠(Underdamping, b² < 4mk) — 진폭이 지수 감소하면서 진동(x(t) = Ae^{-γt}cos(ω't+φ), γ = b/2m, ω' = √(ω₀² - γ²)), 임계감쇠(Critical Damping, b² = 4mk) — 진동 없이 가장 빠르게 평형 복귀, 과대감쇠(Overdamping, b² > 4mk) — 진동 없이 느리게 복귀. 자동차 충격 흡수 장치는 임계감쇠에 가깝게 설계된다 — 진동이 없으면서도 가장 빠르게 안정되는 최적점이기 때문이다. 문이 "쾅" 닫히지 않고 부드럽게 닫히는 도어 클로저도 마찬가지다.
파동: 에너지가 공간을 여행하는 방식
**파동(Wave)**은 물질의 이동 없이 에너지가 전파되는 현상이다. 호수에 돌을 던지면 파문이 퍼져나가지만, 물 분자는 위아래로 진동할 뿐 파문과 함께 이동하지 않는다. 파동은 매질 입자들이 SHM을 하는 것이 공간적으로 연속되며 에너지가 전달되는 것이다. 앞서 SHM을 배운 것이 바로 이 연결을 위한 것이다.
파동의 수학적 기술: y(x, t) = A sin(kx - ωt + φ). 여기서 k는 파수(Wave Number) = 2π/λ (λ: 파장), ω는 각진동수 = 2πf (f: 진동수). 파동의 속도 v = ω/k = λf = λ/T. 이 한 줄의 수식이 공간(x)과 시간(t)에 따른 파동의 모든 정보를 담는다. kx - ωt를 **위상(Phase)**이라고 한다. 같은 위상(예: kx - ωt = const)을 갖는 점들이 같은 운동을 하고, 이 점들이 시간에 따라 이동하는 속도가 파동의 속도다.
**파동 방정식(Wave Equation)**은 ∂²y/∂t² = v² (∂²y/∂x²) 이다. 이 편미분방정식의 아름다움은 **선형성(Linearity)**에 있다 — 두 해의 임의의 선형 결합도 해가 된다. 이것이 **중첩 원리(Superposition Principle)**의 수학적 근거다. 두 파동이 같은 공간에 존재하면, 그 지점의 변위는 두 파동 각각의 변위의 단순한 합이다.
**보강 간섭(Constructive Interference)**은 두 파동의 위상이 맞을 때 발생한다. 두 파동 y₁ = A sin(kx - ωt)와 y₂ = A sin(kx - ωt + δ)를 더하면 합성파의 진폭은 2A cos(δ/2)이다. 위상차 δ = 0 (또는 2nπ)이면 진폭 2A로 최대 보강 간섭, 위상차 δ = π (또는 (2n+1)π)이면 진폭 0으로 완전 **상쇄 간섭(Destructive Interference)**이다. 경로차(두 파원에서 관찰점까지의 거리 차)로 표현하면:
[노트 기록] 간섭 조건 (같은 위상으로 출발하는 두 파원):
- 보강 간섭: 경로차 Δ = nλ (n = 0, ±1, ±2, ...)
- 상쇄 간섭: 경로차 Δ = (n + ½)λ (n = 0, ±1, ±2, ...)
**정상파(Standing Wave)**는 같은 진폭을 가진 두 파동이 반대 방향으로 진행할 때 형성된다. y₁ = A sin(kx - ωt)와 y₂ = A sin(kx + ωt)를 더하면 삼각함수의 합차 공식에 의해:
y = 2A sin(kx) cos(ωt)
이 결과에서 공간 부분 sin(kx)와 시간 부분 cos(ωt)가 분리되었다 — 파동이 이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sin(kx) = 0인 위치, 즉 kx = nπ → x = nλ/2인 위치는 마디(Node) — 항상 정지. sin(kx) = ±1인 위치는 배(Antinode) — 가장 크게 진동. 기타 줄을 튕기면 양쪽 끝이 고정(마디)되어 정상파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특정 음높이의 소리를 만들어낸다.
**공명(Resonance)**은 외부 구동 진동수가 계의 고유 진동수와 일치할 때 진폭이 급격히 커지는 현상이다. 1940년 미국 타코마 내로스 다리(Tacoma Narrows Bridge)가 시속 67km의 바람에 의한 공진으로 붕괴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사건은 토목공학에서 공진 주파수 설계의 중요성을 일깨운 역사적 교훈으로 남아 있다(Billah and Scanlan, 1991, American Journal of Physics 참조).
전문가 시선: 보존 법칙들의 심오한 연결
지금까지 배운 에너지 보존, 운동량 보존, 각운동량 보존 — 이 세 가지 보존 법칙이 서로 독립적인 우연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1915년 독일의 수학자 에미 뇨터(Emmy Noether)가 증명한 **뇨터 정리(Noether's Theorem)**는 이것들이 필연적인 연결을 갖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 물리 법칙이 어떤 연속적 대칭성을 가지면, 거기에 대응하는 보존량이 반드시 존재한다. 에너지 보존은 물리 법칙이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는 시간 이동 대칭성에서, 운동량 보존은 공간의 어느 위치에서나 같은 법칙이 성립한다는 공간 이동 대칭성에서, 각운동량 보존은 공간 방향이 동등하다는 공간 회전 대칭성에서 비롯된다. Herbert Goldstein의 Classical Mechanics(3rd ed.,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2)는 2단계에서 배울 해밀턴·라그랑주 역학을 통해 이 연결을 엄밀히 전개한다. 지금 배우는 벡터 기반의 뉴턴 역학이 그 더 깊은 체계로 가는 유일한 입구라는 것을 기억하라.
프로젝트: 직접 풀어보기 (정답 없음, 약 40분)
이제 이론을 손과 머리로 직접 다룰 시간이다. 아래 문제들은 개념을 단순히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념을 연결하고 물리적으로 해석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수식만 구하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각 결과가 물리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반드시 한 문장으로 설명하라. 막히면 앞에서 배운 공식과 원리를 참조하되, 단순히 대입하기 전에 왜 그 공식을 쓰는지를 먼저 쓰는 연습을 하라.
[프로젝트 A: 운동량과 충격량]
문제 A-1. 질량 0.145 kg인 야구공이 투수로부터 42 m/s의 속도로 날아온다. 타자가 공을 쳐서 54 m/s로 정반대 방향으로 되돌려 보냈다. 배트와 공의 접촉 시간은 1.2 ms이다. (a) 공이 받은 충격량의 크기와 방향을 구하라. (b) 접촉 시간 동안의 평균 힘의 크기를 구하라. (c) 배트가 더 딱딱해서 접촉 시간이 0.6 ms로 절반으로 줄었다면, 같은 운동량 변화를 만들기 위해 힘은 어떻게 변하는가? 이것이 실제 타격 및 타자의 손목 부담과 어떤 관계인지 물리적으로 설명하라.
문제 A-2. 얼음판 위에서 정지해 있던 질량 75 kg인 사람이 질량 2 kg인 공을 수평으로 10 m/s로 던졌다. (a) 공을 던진 직후 사람의 속도를 구하라. (b) 이 계의 총 운동에너지는 던지기 전과 후 어떻게 달라지는가? 운동에너지가 변했다면, 그 에너지는 어디서 왔거나 어디로 갔는가? 이것이 운동량 보존과 에너지 보존이 동시에 성립함에도 모순이 아닌 이유를 설명하라.
문제 A-3 (심화). 질량 m인 공이 속도 v₀로 날아오다가 질량 M인 정지해 있는 공과 완전 탄성 충돌(elastic collision, 운동에너지 보존) 을 한다. 충돌 후 두 공의 속도 v₁, v₂를 구하라. m = M인 특수한 경우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당구에서 이 현상을 본 적 있는가? 그리고 m ≫ M이면 M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프로젝트 B: 강체 역학과 관성 모멘트]
문제 B-1. 반지름 R = 0.25 m, 질량 M = 4 kg인 속이 찬 원기둥이 수평 고정 축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회전한다. 원기둥 표면에 감긴 끈 끝에 질량 m = 2 kg인 물체를 매달아 정지 상태에서 놓는다. (a) 물체의 선가속도 a를 구하라. (b) 끈의 장력 T를 구하라. (c) 3초 후 물체의 속도와 원기둥의 각속도를 구하라. (힌트: 물체에 F=ma, 원기둥에 τ=Iα를 쓰되, 구속 조건 a = Rα를 이용하여 연립하라. 끈의 장력이 T_object = mg와 같지 않은 이유를 반드시 설명하라.)
문제 B-2. 피겨스케이팅 선수(몸통 관성 모멘트 I_body = 2.8 kg·m²)가 양팔을 펼친 채 각속도 ω₁ = 1.2 rad/s로 자전하고 있다. 양팔(합쳐진 질량 m_arms = 7 kg)의 질량 중심은 회전 축에서 r₁ = 0.75 m 거리에 있다. 팔을 몸에 붙이면 r₂ = 0.12 m가 된다. (a) 팔을 붙인 후 각속도 ω₂를 구하라. (b) 초기와 최종 회전 운동에너지를 각각 구하고, 차이가 있다면 그 에너지는 어디서 왔는가? (c) 만약 빙판이 완전히 마찰이 없다면, 선수의 질량 중심(몸 전체의)은 이 과정에서 어떻게 움직이는가?
문제 B-3 (심화). 질량 M, 길이 L인 균일한 막대가 한쪽 끝을 마찰 없는 힌지(hinge)에 걸고 수평으로 고정되어 있다가 놓인다. 놓인 직후 (a) 각가속도 α를 구하라 (힌지를 지나는 수직 축에 대한 I를 먼저 구하라). (b) 막대 끝(자유단)의 선가속도를 구하라. (c) 이 값이 자유 낙하 가속도 g보다 큰가 작은가? 이것이 물리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하라. (d) 막대가 수직이 되었을 때의 각속도를 에너지 보존을 이용해 구하라.
[프로젝트 C: 진동과 파동]
문제 C-1. 질량 m = 0.4 kg인 물체가 용수철 상수 k = 160 N/m인 용수철에 연결되어 마찰 없는 수평면에서 SHM을 한다. t = 0일 때 위치 x₀ = +0.08 m, 속도 v₀ = +0.6 m/s이다. (a) 각진동수 ω와 주기 T를 구하라. (b) 총 역학적 에너지 E를 구하라. (c) 진폭 A를 구하라 (에너지 관계를 이용하라). (d) x(t) = A cos(ωt + φ)로 표현할 때 초기 조건을 이용해 φ를 구하라. (e) 속도가 최대가 되는 위치와 그 최대 속도를 구하라.
문제 C-2. 두 스피커 S₁과 S₂가 같은 진동수 f = 850 Hz의 소리를 동위상으로 방출하고 있으며, 두 스피커 사이 거리는 d = 4.0 m이다. 소리의 속도는 v = 340 m/s이다. (a) 소리의 파장을 구하라. (b) 두 스피커를 잇는 선의 수직 이등분선(두 스피커로부터 등거리인 선) 위에 서 있는 관찰자 P는 보강 간섭을 듣는다. P가 이 선 위를 S₁ 방향으로 이동할 때, P로부터 S₁까지의 거리를 r₁, S₂까지의 거리를 r₂라 하면, 첫 번째 상쇄 간섭이 발생하는 조건을 경로차로 표현하라. (c) 만약 S₂ 스피커의 위상을 180° (π) 반전시킨다면, 수직 이등분선 위의 관찰자가 듣는 소리는 보강인가 상쇄인가? 이유를 설명하라.
문제 C-3 (심화). 길이 L = 0.60 m인 양쪽이 고정된 줄에 장력 T = 72 N이 걸려 있고, 선밀도(linear mass density) μ = 0.032 kg/m이다. (a) 줄에서의 파동 속도 v = √(T/μ)를 구하라. (b) 이 줄에서 가능한 정상파의 조건 — 줄의 길이가 파장의 몇 배여야 하는가 — 을 도출하고, 처음 세 개의 파장(기본진동수, 2배음, 3배음)을 구하라. (c) 기본 진동수(fundamental frequency, 1st harmonic)를 구하라. (d) 기본 진동의 정상파를 y(x,t) = 2A sin(kx)cos(ωt)로 표현할 때, k와 ω의 값을 수치로 구하고, 마디와 배의 위치를 명시하라. (e) 2배음(2nd harmonic)의 마디는 몇 개이며, 어느 위치에 있는가?
이 문제들을 풀면서 어떤 지점에서 막히는지 느껴보라. 막히는 지점이 정확히 어떤 개념의 이해가 부족한지를 알려주는 신호다. A 파트는 충격량-운동량 정리와 충돌, B 파트는 τ=Iα·각운동량 보존·에너지 변환, C 파트는 SHM의 에너지 분석과 파동 간섭이 핵심이다. 문제를 다 풀었다면 스스로 질문해보라: 이 결과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가? 뉴턴의 F=ma, F=dp/dt, τ=Iα — 이것들이 하나의 일관된 원리에서 나온다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2단계로 갈 준비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