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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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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시나리오 작법 — 이야기를 설계하는 기술


Part 1. 이론적 기초: 왜 인간은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가?

1단계에서 우리는 영화가 어떻게 '보이는가'를 배웠다. 숏의 종류, 앵글의 선택, 몽타주가 두 이미지를 충돌시켜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방식, 미장센이 프레임 속 공간을 구성하는 원리까지. 그런데 그 모든 기법들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무엇을 담기 위해 그 카메라를 거기에 놓는가? 그 '무엇'이 바로 이야기(story)이고, 이야기를 설계하는 도면이 시나리오(screenplay)다. 2단계는 1단계의 모든 시각 언어에 영혼을 불어넣는 작업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면 이야기란 무엇인가? 너무 당연한 질문처럼 들리지만, 이것을 정의하는 일이 진짜 출발점이다. 인지과학자 마크 터너(Mark Turner)는 그의 저서 《문학적 마음(The Literary Mind)》(1996)에서 이야기하기(narrative)를 인간 인지의 기본 구조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경험을 이야기 형태로 기억하고, 미래를 이야기 형태로 상상하며, 타인을 이해할 때도 이야기 구조를 사용한다. 뇌신경과학적으로 보면, 이야기를 들을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은 실제 그 경험을 처리할 때 활성화되는 영역과 상당 부분 겹친다.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단순한 정보 수신이 아니라, 그 경험을 간접적으로 살아보는 것이다.

진화론적 관점도 흥미롭다. 인류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에 따르면, 인간의 사회적 집단 규모가 커지면서 구성원 간의 결속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언어와 이야기가 발달했다. 유인원들은 서로의 털을 손질해주며(grooming) 유대를 쌓는데, 수십 명이 동시에 그루밍을 할 수는 없다. 이야기는 그 집단적 그루밍의 언어 버전이었다. 이야기는 취미가 아니라 생존 도구였다. 그리고 그 본능이 수천 년을 거쳐 오늘날 영화라는 형태로 진화한 것이다.

[노트 기록] 이야기의 두 가지 기능: ① 감정적 경험의 시뮬레이션 — 안전하게 위험을 '경험'한다. ② 사회적 결속 — 공유된 이야기는 공동체를 만든다.

이제 철학으로 넘어가자. 서양 문명에서 이야기의 문법을 최초로 체계화한 인물은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기원전 384–322)다. 그의 저서 《시학(Poetics)》(기원전 335년경)은 오늘날 모든 시나리오 교과서의 조상이라 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tragedy)을 분석하며 몇 가지 핵심 원칙을 도출했다. 모든 이야기는 **시작(beginning)·중간(middle)·끝(end)**을 가져야 하며, 이야기의 핵심은 행동(action, praxis) — 즉 캐릭터가 '무언가를 하는 것' — 이고, 좋은 이야기는 관객에게 카타르시스(catharsis), 즉 감정의 정화를 일으킨다. 극 중에서 두려움과 연민을 경험함으로써 억눌린 감정이 해소되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생각해보자. 아리스토텔레스가 2,300년 전에 쓴 원칙이 지금도 유효하다면, 그것은 이야기가 시대와 문화를 초월한 인간 본성의 어떤 지점을 건드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 '어떤 지점'이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해두면, 이 단계 전체를 이해하는 가장 든든한 기반이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또 비극의 주인공이 **하마르티아(hamartia)**를 가진다고 했다. 흔히 '비극적 결함'으로 번역되지만, 더 정확하게는 '판단의 오류' 혹은 '맹점(blind spot)'이다. 오이디푸스는 진실을 알려는 과도한 집착이 파멸을 불렀고, 맥베스는 야망이 판단력을 흐렸다. 이 하마르티아 개념은 곧 배울 캐릭터 아크와 직결된다. 기억해 두자.


Part 2. 3막 구조: 시나리오의 뼈대

현대 시나리오 이론의 성경이라 불리는 책이 있다. 시드 필드(Syd Field)의 《시나리오(Screenplay: The Foundations of Screenwriting)》(1979)다. 필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3분법을 할리우드 시나리오에 적용해 **패러다임(Paradigm)**이라는 구조를 제시했다. 표준 장편 시나리오는 90–120페이지이며, 영화 1분 = 시나리오 1페이지가 기준이다. 이 페이지를 기준으로 구조가 나뉜다.

[노트 기록] Syd Field의 3막 구조 패러다임:

  • 1막 — 설정(Setup): 1~25페이지 (25%)
  • 2막 — 대립(Confrontation): 25~75페이지 (50%)
  • 3막 — 해결(Resolution): 75~110페이지 (25%)

1막은 세계와 인물의 소개다. 관객에게 이 세계의 규칙, 주인공이 누구인지, 그가 살고 있는 **일상적 세계(ordinary world)**를 보여준다. 그리고 1막 초반, 약 10–15페이지 지점에서 **인사이팅 인시던트(Inciting Incident)**가 발생한다. 주인공의 일상 평형을 깨뜨리는 첫 번째 충격이다. 그리고 1막의 끝, 약 25페이지 지점에서 **플롯 포인트 I(Plot Point I)**이 발생한다. 이것은 이야기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사건, 즉 주인공이 이전 세계로 돌아갈 수 없게 되는 전환점이다. 《기생충》(2019, 봉준호)에서 기택 가족이 박 사장 집에 완전히 침투한 뒤 지하 비밀 공간을 발견하는 순간이 이 지점이다. 거기서부터 영화는 전혀 다른 성격의 이야기가 된다.

2막은 대립과 상승이다. 주인공이 새로운 세계에서 장애물과 맞닥뜨리고, 극복하려 하지만 상황은 점점 복잡해진다. 2막 중간, 약 50페이지에 **미드포인트(Midpoint)**가 있다. 로버트 맥키(Robert McKee)는 그의 저서 《스토리(Story)》(1997)에서 이 지점을 '돌아올 수 없는 지점(Point of No Return)'으로 설명했다. 이야기의 분위기나 성격이 미묘하게 전환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75페이지에 플롯 포인트 II가 발생한다. 보통 주인공이 최악의 상황에 빠지는 지점으로, '다크 나이트 오브 더 소울(Dark Night of the Soul)'이라고도 한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주인공은 완전한 절망에 직면한다. 3막은 해결이다. 주인공은 모든 것을 잃은 자리에서 변화하거나, 마지막 자원을 끌어모아 클라이맥스를 향해 나아가며, 이후 짧은 데누망(denouement) — 갈등 이후의 안정화 국면 — 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한 가지 경고: 이 구조를 배웠다고 해서 모든 좋은 영화가 이 틀을 정확히 따른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많은 예술 영화들이 이 구조를 의도적으로 해체하거나 변형한다. 규칙을 모르고 어기는 것은 실수고, 규칙을 알고 어기는 것은 스타일이다. 그리고 1단계에서 배운 몽타주를 떠올리면 이 구조가 더 입체적으로 보인다. 에이젠슈테인이 두 이미지를 충돌시켜 새로운 의미를 만들었듯, 3막 구조도 각 플롯 포인트에서 '이전 상태'와 '새로운 상태'가 충돌하는 연속이다. 그 충돌에서 이야기의 의미가 탄생한다.


Part 3. 캐릭터 아크: 변화의 곡선

구조를 알았다면, 이제 그 구조를 채우는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 이야기는 행동이고, 행동하는 것은 캐릭터다. 그런데 단순히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진정으로 살아있는 캐릭터는 **변화(transformation)**한다. 이 변화의 궤적을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라고 한다.

K.M. 웨일랜드(K.M. Weiland)는 그의 저서 《캐릭터 아크 만들기(Creating Character Arcs)》(2016)에서 캐릭터 아크의 핵심을 네 개의 개념으로 정리했다: 상처(Wound), 거짓말(Lie), 욕구(Want), 필요(Need). 이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깊은 캐릭터 개발의 열쇠다. 모든 사람은 과거 경험으로 인해 **상처(Wound)**를 가지고, 그 상처에서 세상과 자신에 대한 잘못된 믿음, 즉 **거짓말(Lie)**이 형성된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버려진 경험이 있는 캐릭터는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는 거짓말을 믿을 수 있다. 이 거짓말은 대부분 본인이 인식하지 못한다. 이 거짓말이 표면적으로 원하는 것, **욕구(Want)**를 결정한다. 그런데 캐릭터가 진정으로 필요한 것, **필요(Need)**는 바로 그 거짓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 구조가 왜 중요한가? **Want는 외적 목표(external goal)이고, Need는 내적 목표(internal goal)**이기 때문이다. 좋은 시나리오는 이 두 목표가 충돌하며 긴장을 만든다. 외적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수록 내적으로는 더 공허해지거나, 반대로 내적 성장을 이루면 외적 목표를 포기하게 되는 구조다. 《위플래쉬(Whiplash)》(2014, 다미엔 차젤)의 앤드루를 생각해보자. 그가 원하는 것(Want)은 세계 최고의 재즈 드러머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진정으로 필요한 것(Need)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그 영화 전체를 이해하는 열쇠다. 직접 생각해보길 바란다.

[노트 기록] 캐릭터 아크의 세 가지 유형:

  • 긍정적 아크(Positive Arc): 캐릭터가 거짓말을 극복하고 성장한다. 가장 일반적.
  • 부정적 아크(Negative Arc): 거짓말에 굴복하고 타락하거나 몰락한다. (예: 맥베스, 조커)
  • 평평한 아크(Flat Arc): 캐릭터 자신은 변하지 않지만, 주변 세계를 변화시킨다. (예: 제임스 본드)

기술적으로, 캐릭터 아크는 3막 구조와 완벽하게 맞물린다. 1막에서 캐릭터의 거짓말과 상처가 소개된다. 2막에서 그 거짓말이 여러 사건을 통해 도전받는다. 다크 나이트 오브 더 소울은 거짓말과 진실이 가장 격렬하게 충돌하는 지점이다. 그리고 3막에서 캐릭터는 최종 선택을 내린다: 거짓말을 받아들일 것인가, 진실을 향해 나아갈 것인가. 이 선택이 결말의 성격을 결정한다.


Part 4. 다이얼로그와 서브텍스트: 말과 뜻 사이의 공간

이제 더 미묘하고 재미있는 영역으로 들어가 보자. 초보 시나리오 작가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캐릭터에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직접 말하게 하는 것이다. 실제 인간은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리는 감정을 숨기고, 에둘러 말하고, 한 말로 다른 것을 의미하며, 때로는 말하지 않음으로써 가장 중요한 것을 전달한다.

이것이 서브텍스트(subtext) — '텍스트 아래에 있는 것' — 다. 노벨 문학상 수상 극작가 헤롤드 핀터(Harold Pinter, 1930–2008)는 "일상 대화 아래에 있는 것이 진짜 드라마"라고 했다.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빙산 이론(Iceberg Theory)**을 제시했다: 좋은 글은 빙산처럼 8/9가 수면 아래에 잠겨 있어야 하며, 그 잠긴 부분이 표면에 드러난 것을 지탱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서브텍스트는 그 수면 아래의 빙산이다. 다음 두 대화를 비교해 보자.

나쁜 예시 (on-the-nose dialogue — 텍스트가 의도를 직접 말하는 경우):

A: "나 지금 너한테 화가 많이 나있어." B: "미안해. 나도 사실 겁이 나서 그랬어."

좋은 예시 (서브텍스트가 있는 대화):

A: "커피 다 됐어?" B: "응." A: (잠시 멈춤) B: "잔 가져다 줄까?" A: "괜찮아."

두 번째 대화에서 표면상 주제는 커피다. 그런데 우리는 두 사람 사이에 무언가 해소되지 않은 긴장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것이 서브텍스트의 힘이다. 그리고 여기서 1단계에서 배운 미장센이 다시 중요해진다. 배우의 눈빛, 몸의 방향, 공간 내 위치, 조명의 색온도 — 이 시각적 요소들이 수면 아래의 빙산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시나리오 작가는 대화를 쓰면서 동시에 그 장면이 시각적으로 어떻게 보일지를 상상해야 한다.

[노트 기록] 다이얼로그의 두 가지 기능:

  • 정보 전달(exposition):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전달. 너무 노골적이면 'talking heads' 현상이 일어난다.
  • 성격 표현(characterization): 캐릭터가 어떻게 말하는가가 그가 누구인가를 보여준다. 말의 내용이 아니라 방식이 중요하다.

기술적으로, 각 캐릭터는 고유한 목소리(voice)를 가져야 한다. 모든 대사가 같은 말투라면 사실 작가가 혼자 말하는 것이다. 캐릭터의 교육 수준, 출신 지역, 감정 상태, 관계 내 권력 역학에 따라 말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기생충》에서 기택 가족과 박 사장 가족의 말투를 비교해 보라. 계층 차이가 언어 자체에 새겨져 있다.


Part 5. 장르 컨벤션: 관객과의 암묵적 계약

장르를 단순히 '유형 분류'로만 이해하면 안 된다. 장르 이론가 릭 알트만(Rick Altman)은 그의 저서 《영화/장르(Film/Genre)》(1999)에서 장르를 관객과 영화 산업 간의 계약으로 정의했다. 관객이 '호러 영화'를 보러 갈 때, 그들은 특정한 경험 — 공포, 긴장, 놀람 — 을 기대한다. 이 기대를 **장르 컨벤션(genre conventions)**이라 한다. 시나리오 작가가 이 컨벤션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장르가 관객에게 '이 이야기를 어떻게 경험할 것인가'를 미리 알려주는 프레임이기 때문이다. **스릴러(thriller)**는 정보의 비대칭이 핵심 긴장 도구이고, **로맨스(romance)**는 만남·장애·결합(또는 이별)의 구조를 따르며, **SF(science fiction)**는 '만약(What if)?'이라는 질문을 통해 현재 세계를 낯설게 바라보게 한다.

그런데 장르의 진정한 힘은 컨벤션을 따를 때보다 컨벤션을 의식적으로 비틀 때 나온다. 이것을 **장르 서브버전(genre subversion)**이라 한다. 봉준호 감독이 특히 이것을 잘 한다. 《기생충》은 표면적으로 블랙 코미디이지만, 2막 중반부터 서스펜스 스릴러의 문법을 사용하고, 3막에서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전환된다. 이 전환이 '배신감'이 아닌 '충격과 몰입'을 주는 이유는 봉준호가 각 장르의 컨벤션을 깊이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1단계 언어로 돌아오면: 장르 컨벤션은 미장센, 조명, 편집 리듬과 연결된다. 호러는 저조도 조명과 느린 편집, 갑작스러운 점프 컷을 사용하고, 로맨스 코미디는 밝고 따뜻한 조명과 경쾌한 편집 리듬을 사용한다.

[노트 기록] 장르 컨벤션의 세 가지 공통 요소:

  • 반복적 이미지(recurring imagery): 호러의 어둠, 웨스턴의 황야 등
  • 전형적 캐릭터(stock characters): 호러의 희생자, 로맨스의 '운명의 상대'
  • 예측 가능한 플롯 패턴: 이것이 관객의 기대를 형성한다

Part 6. 각색과 원작: 이야기를 다시 쓴다는 것

시나리오 작법의 마지막 영역은 각색(adaptation) — 소설, 희곡, 만화, 실화 등 다른 매체의 이야기를 영화로 옮기는 작업 — 이다. 린다 허친(Linda Hutcheon)은 그의 저서 《각색 이론(A Theory of Adaptation)》(2006)에서 각색을 단순한 번역이 아니라 원작과 새로운 작품이 공존하는 창조적 대화로 정의했다. "원작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은 각색을 폄하하는 관점이다. 좋은 각색은 원작의 핵심 DNA를 유지하면서, 영화라는 매체의 고유한 언어로 그것을 재표현한다.

여기서 핵심적인 도전이 생긴다. 소설은 내면의 독백, 서술자의 목소리, 무한한 시간 처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영화는 기본적으로 외부적 행동과 시각적 이미지의 매체다. 소설에서 "그는 그녀를 오랫동안 그리워했다"는 한 문장이지만, 영화에서는 그 그리움을 시각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각색의 기술은 바로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이다. 1단계에서 배운 클로즈업, 몽타주, 미장센이 바로 그 도구들이다. 각색에는 세 가지 전략이 있다. 충실한 각색(close adaptation) — 원작의 구조와 세부를 최대한 유지; 자유로운 각색(loose adaptation) — 원작의 아이디어나 주제만 차용하고 나머지는 새롭게 창조; 재해석(reimagining) — 원작을 다른 시대나 문화적 맥락에 놓는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1996년 바즈 루어만 버전에서 현대 갱단 충돌로 재해석된 것처럼. 각색가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은 언제나 "왜 지금, 이 이야기를?"이다. 원작의 핵심 주제(thematic core)를 파악하면 각색의 방향이 보인다.


Part 7. 기술 형식: 시나리오는 어떻게 생겼는가?

이 모든 내용을 실제로 쓰려면 시나리오의 표준 형식을 알아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관습이 아니라 제작 과정의 의사소통을 효율화하는 실용적 도구다.

[노트 기록] 시나리오 기본 형식 요소:

  • 씬 헤더(Scene Heading / Slug Line): INT. 박 사장 집 거실 - 밤 형태. INT = 실내(Interior), EXT = 실외(Exterior).
  • 액션 라인(Action Line): 시각적으로 일어나는 일을 현재 시제로 묘사. 내면 감정을 직접 쓰지 않는다.
  • 캐릭터 큐(Character Cue): 대사 위에 대문자로 캐릭터 이름.
  • 다이얼로그(Dialogue): 대사 본문.
  • 페어런티컬(Parenthetical): 짧은 연기 지시. 과용 금지.

좋은 액션 라인의 핵심 원칙: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만 쓰라. "기택은 슬프다"가 아니라 "기택은 벽을 바라본다. 오랫동안." 감정은 배우와 감독이 채우는 것이다. 작가의 역할은 그것이 가능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Part 8. 프로젝트: 단편 시나리오 창작

아래 세 개의 프로젝트는 순서대로 난이도가 올라간다. 각 프로젝트는 서로 독립적이거나, 앞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진행해도 좋다. 정답은 없다. 채점 기준은 구조, 캐릭터, 다이얼로그이며, 창의성이 형식보다 중요하다. 단, 형식을 창의적으로 깰 수 있는 건 형식을 먼저 충분히 이해했을 때뿐이다.


프로젝트 A — 트리트먼트 작성 (약 15분)

**트리트먼트(treatment)**는 시나리오를 쓰기 전에 이야기의 전체 흐름을 산문 형태로 요약한 문서다. 분량은 1–2페이지이며, 3막 구조를 따라 이야기 전체를 서술한다. 대사는 포함하지 않는다.

아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10분짜리 단편 영화의 트리트먼트를 작성하라.

조건 ① 주인공은 명확한 외적 목표(Want)와 내적 결핍(Need)을 가져야 한다. 단, 이 두 가지를 직접 서술하지 말고 트리트먼트 내 사건들을 통해 암시하라. 조건 ② 인사이팅 인시던트가 반드시 명시되어야 하며, 그것이 왜 주인공의 일상적 균형을 깨뜨리는지 독자가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조건 ③ 장르를 하나 선택하고, 그 장르의 핵심 컨벤션을 최소 두 가지 포함하되, 그 중 하나는 의식적으로 비틀어라. 조건 ④ 결말은 열린 결말(open ending)로 쓰되, 캐릭터의 내적 변화 또는 선택이 암시되어야 한다. 조건 ⑤ 전체 이야기는 최대 세 개의 장소에서만 진행된다.


프로젝트 B — 씬 작성: 서브텍스트 (약 15분)

이번에는 실제 시나리오 형식으로 하나의 씬을 작성한다. 분량은 2–3페이지(대략 2–3분 분량)이며, 앞서 배운 표준 시나리오 형식을 사용한다.

씬의 조건 ① 두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 두 사람 사이에는 해소되지 않은 감정적 긴장이 있다 — 사랑, 배신, 질투, 후회 중 하나를 선택하라. 조건 ② 두 사람은 그 감정에 대해 직접 언급해서는 안 된다. 씬의 표면적 소재는 완전히 다른 것이어야 한다. 조건 ③ 씬은 반드시 행동(action)으로 끝나야 하며, 그 행동이 대사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야 한다. 조건 ④ 씬이 끝난 후 독자가 "이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라는 질문을 품도록 만들어라. 조건 ⑤ 씬 아래에 짧은 메모(5줄 이내)를 추가하라: 이 씬에서 두 캐릭터가 실제로 원하는 것(Want)은 무엇이며, 서브텍스트로 전달하려 한 감정은 무엇인가?


프로젝트 C — 각색 분석 및 오프닝 씬 창작 (약 10분)

아래 짧은 소설 단락을 읽고, 이것을 영화의 첫 씬(오프닝 씬)으로 각색하라. 시나리오 형식으로 1–2페이지를 작성한다.

원작 텍스트: "그는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길을 걸어 같은 카페에 갔다. 웨이트리스는 그가 주문하기 전에 커피를 내왔다. 그는 신문을 읽는 척했지만 실제로는 창문 너머를 바라봤다. 거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게 무엇인지는 자신도 알지 못했다."

각색 조건 ① 소설의 내면적 서술("그는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을 직접 쓰지 말고, 시각적 행동이나 씬 내 디테일로 변환하라. 조건 ② 웨이트리스에게 이름과 태도를 부여하라 — 원작에는 없지만 영화적 관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 조건 ③ 씬의 장르 분위기를 결정하라 — 드라마로 열 것인가, 스릴러로 열 것인가, 아니면 로맨스로 열 것인가? 그 선택이 액션 라인에서의 시각적 묘사(조명, 행동의 속도, 공간 배치)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보여라.


자기 점검 기준 (채점표)

프로젝트를 마친 후, 아래 기준으로 스스로 점검해 보라. 완벽하게 충족할 필요는 없다. 어디서 막혔는지, 어디가 흥미로웠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구조/플롯 (30점) — 3막의 흐름이 명확한가? 플롯 포인트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전환하는가? 인사이팅 인시던트가 충분히 강렬한가? 캐릭터/다이얼로그 (45점) — Want와 Need가 구분되는가? 대사가 서브텍스트를 담는가? 각 캐릭터의 목소리가 구분되는가? 캐릭터가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해 드러나는가? 형식 적합성 (25점) — 씬 헤더가 올바른 형식인가? 액션 라인이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만 묘사하는가? 내면 상태를 직접 서술하지 않았는가?


이 프로젝트들을 하다 보면 아마 가장 크게 느끼게 될 어려움은 이것일 것이다: 이야기는 머릿속에 있는데, 시나리오 형식으로 꺼내면 이상해진다. 그것은 완전히 정상이다. 시나리오는 소설도, 희곡도, 에세이도 아닌 독특한 매체 언어다. 그 언어에 익숙해지는 것은 오직 반복 연습뿐이다. 그리고 연습할 때마다, 오늘 배운 구조, 아크, 서브텍스트, 장르, 각색의 원리들이 점점 자연스럽게 손끝에서 나오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2,300년 전에 제기한 그 질문 — 이야기는 왜 우리를 움직이는가 — 에 대한 답을, 오늘 너는 직접 찾아가기 시작했다. 구조는 이야기의 뼈대이고, 캐릭터는 그 위의 근육이고, 다이얼로그는 목소리이며, 장르는 그 모든 것을 감싸는 피부다. 그리고 각색은 그 생명체를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살아 숨쉬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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