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학
미디어학 4단계: 소셜미디어, 알고리즘, 그리고 디지털 윤리
1부. 이론적 기초 —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어디로 가는지 보인다
1단계에서 맥루한(Marshall McLuhan)을 배웠을 때,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미디어는 메시지다(The Medium is the Message)." 그 말의 핵심은, 무엇을 전달하느냐보다 어떤 수단으로 전달하느냐가 사회를 더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통찰이었다. 텔레비전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단순히 "새로운 채널이 생겼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앉아서 수동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인간의 습관 자체가 바뀌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쓰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은 어떤 새로운 인간을 만들고 있을까? 이 질문을 머릿속에 품고 이번 단계를 시작하자.
소셜미디어를 이해하려면, 먼저 **플랫폼(Platform)**이라는 개념을 정확히 해야 한다. 플랫폼은 단순한 앱이나 웹사이트가 아니다. 경제학자 장 티롤(Jean Tirole)과 장 샤를 로쉐(Jean-Charles Rochet)가 2003년 논문 *"Platform Competition in Two-Sided Markets"*에서 정의한 것처럼, **플랫폼은 두 개 이상의 서로 다른 집단을 연결해주는 중개 구조(two-sided market)**다. 예를 들어, 유튜브는 '콘텐츠 제작자'와 '광고주'와 '시청자'를 동시에 연결한다. 이 세 집단이 없으면 유튜브는 존재할 수 없다. 마치 과거의 신문사가 독자와 광고주를 연결했듯이 말이다 — 이게 1단계에서 배운 '미디어 산업의 구조'와 이어지는 지점이다.
플랫폼 경제의 핵심 원리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다. 처음에는 단순하다.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플랫폼의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카카오톡을 생각해봐. 세상에 나 혼자만 카카오톡을 쓴다면, 그건 아무 쓸모가 없는 앱이다. 하지만 내 친구 10명이 쓰면 유용해지고, 전국민이 쓰면 안 쓰는 게 오히려 불편해진다. 이것을 경제학자 로버트 메트칼프(Robert Metcalfe)는 수식으로 표현했다: 네트워크의 가치는 사용자 수(n)의 제곱에 비례한다(n²). 이 원리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이 왜 그렇게 빠르게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설명해준다. 이들은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든 게 아니라, 임계점(critical mass)을 먼저 돌파한 것이다.
[노트 기록] 플랫폼의 3가지 핵심 개념 — ① Two-sided market (두 집단 이상 연결) ② Network Effect (사용자↑ → 가치 n² 비례 증가) ③ Critical Mass (임계점, 이 이후 자가증식적 성장)
그렇다면 소셜미디어는 언제, 어떻게 등장했을까? 1990년대 초기 인터넷은 일방적 정보 전달이었다(웹 1.0). 내가 홈페이지를 만들면 다른 사람은 그냥 읽기만 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00년대 초 '웹 2.0'이라는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난다. 팀 오라일리(Tim O'Reilly)가 2004년 이 개념을 제시하면서, **사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는 시대(User Generated Content, UGC)**가 열렸다. 싸이월드, 마이스페이스, 프렌드스터가 초기 형태였고, 2004년 페이스북, 2005년 유튜브, 2006년 트위터가 연달아 등장했다. 이 시기가 중요한 이유는, 미디어의 '게이트키퍼(gatekeeper)' — 즉, 무엇이 뉴스가 되고 무엇이 공론장에 올라오는지를 결정하는 권력 — 가 방송국과 신문사에서 플랫폼 기업과 일반 사용자들로 분산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단계에서 배운 저널리즘의 위기가 바로 이 맥락에서 발생한다.
2부. 본 내용 — 소셜미디어 생태계, 크리에이터 경제, 알고리즘, 윤리
소셜미디어 생태계: 단순한 앱들의 모음이 아니다
소셜미디어를 "SNS 앱들"이라고 부르면 너무 단순화된다. **생태계(ecosystem)**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가 있다. 생물학의 생태계처럼, 플랫폼들 사이에는 먹이사슬이 있고, 경쟁과 공생이 있으며, 환경(규제, 기술 변화)에 따라 생존하는 종이 달라진다. 현재 소셜미디어 생태계는 크게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관계 기반(Facebook, 카카오스토리)**은 내가 아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관심사 기반(Instagram, Pinterest)**은 콘텐츠의 주제를 중심으로, **알고리즘 기반(TikTok, YouTube)**은 플랫폼이 내게 무엇을 보여줄지를 능동적으로 결정하는 구조다. 특히 세 번째 유형이 최근 가장 강력한 이유는, 사용자가 굳이 '팔로우'를 하지 않아도 플랫폼이 알아서 중독성 있는 콘텐츠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각 플랫폼은 콘텐츠 포맷도 다르다. 글(Twitter/X), 사진(Instagram), 짧은 동영상(TikTok/Reels/Shorts), 긴 동영상(YouTube), 라이브(Twitch/아프리카TV), 팟캐스트(Spotify). 이것은 단순한 기능 차이가 아니다. 맥루한의 언어로 돌아오면, 각 포맷이 서로 다른 감각을 자극하고, 서로 다른 종류의 주의력을 요구하며, 서로 다른 종류의 관계를 형성한다. 짧은 동영상은 '빠른 도파민'을 제공하고, 팟캐스트는 '긴 호흡의 사유'를 요구한다. 플랫폼을 분석한다는 것은 이 포맷의 차이가 어떤 사회적 효과를 낳는지까지 생각하는 것이다.
크리에이터 경제: 누구나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시대의 명과 암
**크리에이터 경제(Creator Economy)**란, 개인이 콘텐츠를 제작하여 플랫폼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2021년 시그날 파이어(SignalFire)의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5000만 명 이상이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 중 약 200만 명이 전업 크리에이터로 생계를 유지한다. 3단계에서 광고와 PR을 배웠을 때 '타깃팅'과 '진정성(authenticity)'이라는 키워드가 나왔을 것이다. **인플루언서(influencer)**는 바로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시킨다는 점에서 전통 광고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인플루언서의 수익 모델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첫째는 광고 수익(ad revenue) — 유튜브의 경우 1000회 조회당 평균 5의 CPM(Cost Per Mille)이 발생한다. 둘째는 브랜드 협찬(sponsored content) — 기업이 직접 인플루언서에게 비용을 지급하고 제품을 홍보하게 한다. 셋째는 팬덤 직접 수익화 — 트위치의 구독, 유튜브 멤버십, 네이버 유료 구독, 트위터의 Super Follow 등이다. 넷째는 자체 상품(merchandise) 판매와 온라인 강의다. 이 구조는 3단계에서 배운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 개념과 정확히 겹친다 — 한 인플루언서는 동시에 미디어 채널이자 브랜드이자 판매 채널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인플루언서는 과연 독립적인가? 유튜버 A가 기업 B에게 협찬을 받아 제품 C를 리뷰한다면, 그것은 2단계에서 배운 '저널리즘 윤리'의 관점에서 어떻게 봐야 하는가?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의 문제다. 전통 언론에서는 기자가 취재 대상으로부터 금전적 이익을 받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런데 크리에이터 경제에서는 이것이 비즈니스 모델 자체다. 국내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2020년부터 경제적 이해관계 표시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실제 표기는 '#협찬', '#광고'라는 작은 해시태그 한 줄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것으로 충분한지는 스스로 판단해봐야 한다.
[노트 기록] 크리에이터 수익화 4가지 — ① Ad Revenue (CPM) ② Brand Deal (Sponsored Content) ③ 팬덤 직접 수익화 ④ 자체 상품/강의 — 그리고 각각에 내재된 이해충돌 리스크는?
알고리즘: 플랫폼의 두뇌를 해부한다
이 단계의 핵심은 **알고리즘(algorithm)**이다. 알고리즘이란 컴퓨터과학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계별 명령어의 집합'을 뜻한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맥락에서 알고리즘이라고 말할 때는 보통 추천 알고리즘(recommendation algorithm) 혹은 **랭킹 알고리즘(ranking algorithm)**을 의미한다. 즉, "이 사용자에게 다음에 어떤 콘텐츠를 보여줄 것인가"를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추천 알고리즘의 기술적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두 가지 핵심 방법론을 알아야 한다. 첫째는 **협업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이다. 이것은 "너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다른 사용자들이 좋아했던 것을 너도 좋아할 것이다"라는 논리다. 넷플릭스가 처음 이 방식을 대규모로 사용했다. 수학적으로는 사용자들의 행동 패턴을 고차원 벡터(vector)로 표현하고, 벡터 공간에서 거리(코사인 유사도, cosine similarity)가 가까운 사용자들끼리 묶는 방식이다. 둘째는 **콘텐츠 기반 필터링(Content-Based Filtering)**이다. 이것은 "네가 과거에 좋아했던 콘텐츠의 특성과 유사한 콘텐츠를 추천한다"는 논리다. 예를 들어, 네가 피아노 연주 영상을 많이 봤다면, 비슷한 오디오 주파수 패턴이나 '피아노'라는 태그를 가진 영상을 더 보여준다.
현대의 추천 알고리즘은 이 두 가지를 합친 하이브리드 방식에 **딥러닝(deep learning)**을 얹는다. 특히 유튜브의 경우, 2016년 구글 딥마인드 팀이 발표한 논문 *"Deep Neural Networks for YouTube Recommendations"*에서 그 구조가 처음 공개됐다. 이 논문에서 알고리즘은 두 단계로 작동한다. 1단계(Candidate Generation): 수백만 개의 동영상 중 수백 개로 후보를 좁힌다. 2단계(Ranking): 후보 수백 개 중 사용자에게 실제로 보여줄 몇 개를 선별한다. 이때 알고리즘이 최적화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단순히 '클릭 수'가 아니라 **'시청 시간(watch time)'**이다. 왜냐하면 시청 시간이 길수록 광고 노출 기회가 늘어나 플랫폼 수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의 최적화 목표가 무엇인지를 알면, 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가 알고리즘 게임에서 유리한지가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노트 기록] 추천 알고리즘 2가지 방법 — ① Collaborative Filtering (비슷한 유저 기반) ② Content-Based Filtering (과거 행동 기반) — 그리고 현대 알고리즘은 이 둘을 합친 Hybrid + Deep Learning — 최적화 목표: 광고 수익 → 시청 시간 극대화
알고리즘이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신호들은 **참여 지표(engagement metrics)**다. 좋아요(like), 댓글(comment), 공유(share), 저장(save), 클릭률(CTR), 시청 완료율(completion rate), 다시보기(replay)가 모두 신호로 작용한다. 틱톡의 알고리즘은 특히 혁신적이었는데, 팔로워 수 없이도 첫 영상을 소수의 무작위 사용자에게 노출해보고, 반응이 좋으면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바이럴 루프(viral loop)' 방식을 채택했다. 이것이 틱톡이 기존 팔로워 없는 신규 계정도 하루아침에 수백만 조회를 달성할 수 있는 이유다.
그런데 기술적 설계 뒤에는 항상 의도가 있다. 페이스북(현 Meta)의 전 데이터 과학자 프랜시스 하겐(Frances Haugen)은 2021년 내부 문서를 유출하며 폭로했다.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이 '분노(outrage)' 반응이 달린 콘텐츠를 더 우선 배포한다는 사실이었다. 분노 이모지를 누른 게시물이 평범한 좋아요 게시물보다 약 5배 더 높은 참여를 유발하기 때문에, 알고리즘은 자연스럽게 혐오, 공포, 분노를 자극하는 콘텐츠를 퍼뜨리는 방향으로 '학습'해버린 것이다. 이것은 기술의 문제인가, 아니면 수익을 위해 이를 묵인한 기업 윤리의 문제인가?
필터버블과 에코챔버: 알고리즘이 만드는 세계의 분열
위의 알고리즘 원리를 이해했다면, **필터버블(Filter Bubble)**과 **에코챔버(Echo Chamber)**가 왜 생기는지 스스로 추론해볼 수 있을 것이다. 2011년 인터넷 활동가 엘라이 파리저(Eli Pariser)는 저서 The Filter Bubble: What the Internet Is Hiding from You에서 이 개념을 처음 대중화했다. 필터버블이란, 알고리즘이 내가 좋아할 것 같은 정보만 보여주고 불편하거나 관심 없는 정보는 점점 걸러내면서, 내가 보는 세계가 나만의 '버블' 안에 갇히는 현상이다. 이것은 의도적 검열이 아니다 — 알고리즘이 '시청 시간'을 극대화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부산물이다.
에코챔버는 한 발 더 나아간 현상이다. 필터버블이 '개인이 보는 정보의 편향'이라면, 에코챔버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집단을 이루어 서로의 믿음을 증폭시키는 현상'이다. 마치 메아리(echo)가 벽 사이에서 증폭되듯이. 1단계에서 배운 배양효과(Cultivation Theory) — 미디어를 많이 접할수록 현실 인식이 미디어가 보여주는 세계와 비슷해진다는 이론 — 를 소셜미디어에 적용하면, 에코챔버는 일종의 '초강력 배양 환경'이다. 왜냐하면 텔레비전은 수동적으로 보지만, 소셜미디어에서는 내가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고 공유하는 행동이 다시 알고리즘을 강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비판적으로 생각해볼 것이 있다. 에코챔버가 실제로 민주주의에 위협이 될 만큼 강력한가? 미국 스탠포드대 크리스토퍼 발도 등의 연구(2023, Science)에서는 페이스북 알고리즘을 실제로 끄고 뉴스피드를 시간순으로 배열했을 때, 사용자의 정치적 견해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결과도 나왔다. 즉, **알고리즘 이전에 이미 인간은 자신이 동의하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소비하는 경향(확증 편향, confirmation bias)**이 있기 때문에, 알고리즘이 에코챔버의 유일한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기술 결정론(technology determinism)에 대한 반론이기도 하다 — 기술이 사회를 일방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기술과 인간의 욕구가 복잡하게 상호작용한다는 관점.
[노트 기록] 필터버블 vs 에코챔버 — 필터버블: 개인이 보는 정보의 알고리즘적 편향 (파리저, 2011) / 에코챔버: 동질 집단 내 신념 증폭 (맥루한의 미디어 효과 + 배양이론과 연결) / 비판적 시각: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은 알고리즘 이전부터 존재 → 원인의 복합성
디지털 윤리: 기술은 중립적인가?
이제 4단계의 마지막 큰 주제다. **디지털 윤리(Digital Ethics)**란, 디지털 기술의 설계, 사용, 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도덕적 문제들을 분석하는 학문 분야다. 이것은 2단계의 저널리즘 윤리보다 훨씬 넓은 개념이다. 저널리즘 윤리는 '뉴스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였다면, 디지털 윤리는 '플랫폼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가',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사용해야 하는가', '알고리즘의 사회적 결과에 누가 책임지는가'를 묻는다.
대표적인 디지털 윤리 쟁점을 세 가지로 살펴보자. **첫째, 데이터 프라이버시(data privacy)**다. 플랫폼은 우리의 검색 기록, 위치 정보, 구매 이력, 대화 내용을 수집한다. 2018년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 스캔들은 페이스북 사용자 8700만 명의 데이터가 무단으로 정치 캠페인에 활용됐음을 폭로했다. 3단계에서 배운 PR과 위기관리의 관점에서 이 사건을 다시 보면: 페이스북이 사건 이후 어떻게 위기 커뮤니케이션을 했는지, 그것이 얼마나 진정성 있었는지를 분석하는 것 자체가 훌륭한 미디어 분석이 된다.
**둘째, 알고리즘 편향(algorithmic bias)**이다. 알고리즘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알고리즘을 훈련시키는 데이터 자체가 과거 인간의 편향된 행동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특정 피부색의 얼굴을 범죄자로 더 자주 분류하는 안면인식 AI, 여성보다 남성에게 기술직 구인광고를 더 자주 보여주는 광고 알고리즘 등이 실제로 보고되었다. 이것은 컴퓨터가 인종차별주의자가 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사회의 불평등이 데이터에 녹아들어 알고리즘이 그것을 '정답'으로 학습했다는 것이다.
**셋째, 플랫폼 권력(platform power)**과 콘텐츠 중재(content moderation)의 문제다. 누가 무엇이 '허용되는 발언'인지를 결정하는가? 트위터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정지시켰을 때, 이는 표현의 자유 침해인가, 아니면 플랫폼의 책임 있는 자정 행위인가? 이 논쟁의 본질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기술 기업(tech company)**인지 **미디어 기업(media company)**인지의 법적·철학적 지위 문제로 이어진다. 미국 통신법 제230조(Section 230)는 플랫폼을 '사용자 콘텐츠에 책임지지 않는 기술 인프라'로 보호하고 있지만, 이 조항이 오늘날에도 타당한지는 전 세계적인 논쟁의 대상이다.
3부. 프로젝트 — 네 손으로 직접 분석하라
다음 세 프로젝트는 각각 평가 영역에 대응한다. 소셜미디어 이해(25점), 알고리즘 분석(50점), 윤리 에세이(25점). 정답은 없다. 좋은 분석과 나쁜 분석만 있다.
프로젝트 1. 소셜미디어 생태계 매핑 (25점 대응)
[연구 배경] 우리는 매일 여러 플랫폼을 오가며 정보를 소비한다. 그런데 우리는 각 플랫폼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어떤 사람들을 어떻게 연결하는지를 거의 생각해본 적이 없다.
[과제]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트위터(X), 네이버 카페, 카카오톡 오픈채팅 중 3개를 선택하라. 각 플랫폼을 다음 5가지 기준으로 비교 분석하는 표와 설명 문단을 작성하라.
기준 1: Two-Sided Market 구조 — 이 플랫폼은 어떤 집단들을 연결하는가? 각 집단은 플랫폼에서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는가'?
기준 2: 콘텐츠 포맷과 주의력 유형 — 이 플랫폼이 요구하는 주의력(attention)의 종류와 길이는? 맥루한의 프레임으로 분석한다면?
기준 3: 수익 모델 — 이 플랫폼은 어떻게 돈을 버는가? 광고, 구독, 데이터, 거래 수수료 등을 구분하라.
기준 4: 네트워크 효과의 유형 — 이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가 강한가 약한가? 내가 이 플랫폼을 탈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전환 비용, switching cost)?
기준 5: 주요 크리에이터 유형과 수익화 방식 — 이 플랫폼에서 성공하는 크리에이터는 누구이며,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가?
분석을 마친 후, 다음 에세이 질문에 300자 이내로 답하라: "세 플랫폼 중 '크리에이터에게 가장 공정한 수익 분배 구조'를 가진 곳은 어디인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프로젝트 2. 알고리즘 관찰 실험 (50점 대응)
[연구 배경] 알고리즘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 조작 가능한 변수들을 바꾸고 결과를 관찰하면, 알고리즘의 논리를 역공학(reverse engineering)할 수 있다. 이것이 실제 미디어 연구자들이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다.
[실험 설계]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중 하나를 선택한다. 다음의 실험을 최소 3일에 걸쳐 진행하라. (주의: 개인 계정을 사용해도 되지만, 신규 계정이나 시크릿 모드를 사용하면 더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실험 1 — 베이스라인 측정] 첫째 날, 평소처럼 30분 동안 플랫폼을 사용한다. 시청한 콘텐츠의 주제, 포맷, 채널 크기(구독자/팔로워 수), 그리고 조회수를 기록한다. 추천 피드에서 내가 '능동적으로 선택한 것'과 '알고리즘이 자동 재생한 것'을 구분하라. 이 둘의 비율이 어떻게 되는가?
[실험 2 — 강화 실험] 둘째 날, 평소와 전혀 다른 주제의 콘텐츠를 의도적으로 10개 이상 시청하고, 각각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단다. (예: 평소 음악 콘텐츠를 보다면 오늘은 요리 콘텐츠만 본다.) 30분 후, 피드가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기록하라. 변화가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완전하게 일어났는가?
[실험 3 — 소멸 실험] 셋째 날, 플랫폼을 아무것도 클릭하지 않고 그냥 피드를 스크롤만 한다 (시청은 하되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다). 피드의 콘텐츠가 어떻게 변화하는가? 이것은 알고리즘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가?
[분석 및 보고서] 위 3단계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질문들에 답하는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라.
질문 A: 이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어떤 사용자 행동 신호를 가장 강하게 반응하는 것 같은가? (클릭, 시청 시간, 좋아요, 댓글, 공유 중 어떤 것이 피드를 더 빠르게 바꿨는가?)
질문 B: 실험 2에서 주제를 바꿨을 때, 새 주제의 콘텐츠가 피드의 몇 %를 차지하게 됐는가? 피드가 완전히 바뀌지 않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질문 C: 이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광고주의 이익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분석하라. 광고가 어떤 콘텐츠 사이에, 어떤 빈도로 삽입되었는가?
질문 D: 만약 이 알고리즘이 필터버블을 만들고 있다면, 그 버블은 어떤 방향으로 형성되었는가? 실험 과정에서 특정 정치적, 사회적 관점의 콘텐츠가 집중적으로 배분되는 패턴을 관찰했는가?
질문 E (심화): 파리저의 필터버블 이론과 발도 등(2023)의 연구 결과를 모두 고려할 때, 네 실험 결과는 두 주장 중 어느 쪽을 더 지지하는가? 아니면 제3의 해석이 가능한가?
프로젝트 3. 디지털 윤리 에세이 (25점 대응)
[과제] 다음 세 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를 선택하고, 500자 이상의 분석적 에세이를 작성하라. 에세이는 자신의 주장을 명확히 제시하고, 반론을 인식하며, 이유와 근거로 뒷받침해야 한다. 이 수업에서 배운 개념(알고리즘, 플랫폼 권력, 크리에이터 경제, 필터버블, 배양효과, 저널리즘 윤리 등)을 최소 3개 이상 연결해서 사용하라.
시나리오 1: 유명 유튜버 A는 다이어트 보조제 회사 B로부터 협찬을 받아 제품 리뷰 영상을 올렸다. 영상 말미에 5초짜리 '#광고' 자막을 삽입했다. 영상을 본 구독자 수십만 명 중 일부는 제품의 부작용을 경험했다. 이 사태에서 윤리적으로 책임 있는 주체는 누구인가, 각각 어느 정도의 책임을 지는가?
시나리오 2: 인스타그램은 알고리즘 연구를 통해, 10대 여성 사용자들이 완벽한 신체 이미지를 담은 콘텐츠를 볼수록 불안감이 높아진다는 내부 데이터를 갖고 있었지만, 이 콘텐츠가 높은 참여율을 기록하기 때문에 계속 배포했다(2021년 WSJ 보도). 이 결정은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 플랫폼의 '수익 최적화'와 사용자 '안녕(well-being)' 사이의 충돌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시나리오 3: 어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의 지지자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에코챔버를 형성하며 상대 후보에 대한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있다. 플랫폼이 이 계정들을 차단하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생기고, 내버려 두면 민주주의가 왜곡될 수 있다. 플랫폼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어떤 원칙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가?
[마지막으로 생각해볼 것]
맥루한은 "우리는 백미러를 보며 앞으로 달린다"고 했다 —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때, 우리는 늘 과거의 언어와 프레임으로 그것을 이해하려 한다. 소셜미디어를 '새로운 TV'나 '새로운 신문'으로 이해하려 한다면, 알고리즘이 만들어내는 세계를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다. 4단계를 마친 지금, 네가 매일 사용하는 앱들을 다시 열어봐라. 이제 다르게 보이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기록하는 것이 미디어 연구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