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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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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거시경제 — 나라 경제의 체온을 재는 법


이론적 기초: 왜 '나라 전체'를 봐야 하는가

1단계에서 우리는 수요와 공급, 시장 균형, 탄력성, 그리고 외부성이나 공공재 같은 시장 실패를 배웠다. 그 모든 이야기는 '한 시장'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사과 시장, 아파트 시장처럼. 그런데 우리 삶에는 훨씬 더 큰 질문들이 있다. 왜 어떤 해에는 사람들이 갑자기 직장을 잃는가? 왜 같은 돈으로 작년보다 물건을 더 적게 살 수 있게 되는가? 이런 질문들은 '한 시장'이 아니라, 나라 경제 전체를 보아야 답할 수 있다.

이것이 **거시경제학(Macroeconomics)**이다. 'Macro'는 그리스어로 '크다'는 뜻이고, 거시경제학은 나라 전체, 혹은 세계 전체의 관점에서 경제를 바라본다. 반면 1단계에서 배운 것은 **미시경제학(Microeconomics)**으로, 개별 가계·기업·시장을 분석한다. 맨큐(N. Gregory Mankiw)의 교과서 《Macroeconomics》는 이 두 분야를 같은 집의 1층(미시)과 2층(거시)에 비유한다 — 같은 집이지만 보이는 풍경이 완전히 다르다.

거시경제학이 왜 생겨났는지를 알려면 1930년대로 가야 한다. **대공황(Great Depression, 1929~1939)**은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경제를 붕괴시켰다. 실업률이 25%에 달했고, 수많은 기업이 문을 닫았으며, 은행들이 연쇄 파산했다. 당시 "시장이 알아서 해결한다"는 고전파 경제학의 처방은 현실 앞에 무력했다. 그때 등장한 인물이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다. 그는 1936년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 이론》을 발표하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책 한 권이 거시경제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탄생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트 기록] 미시경제학: 개별 시장·기업·가계 / 거시경제학: 국가 전체 경제. 케인스, 1936년, 대공황 이후 거시경제학 탄생.

그렇다면 거시경제학자들은 나라 경제를 어떻게 측정하는가? 의사가 환자를 진단할 때 체온계, 혈압계, 혈액 검사를 쓰듯이, 경제학자들은 **거시경제 지표(Macroeconomic Indicators)**를 사용한다. 가장 중요한 세 가지가 바로 GDP, 실업률, 인플레이션이다. 이 세 숫자만 제대로 읽어낼 수 있어도, 신문의 경제면이 완전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I. 거시경제 지표 — 경제의 체온계·혈압계·혈당계

GDP: 경제 규모의 체온계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은 "일정 기간(보통 1년) 동안 한 나라 안에서 생산된 모든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 가치의 합"이다. 이 정의가 얼핏 쉬워 보이지만, 단어 하나하나가 매우 정교하게 선택된 것이다. '최종(Final)'이라는 단어가 왜 중요한가? 스마트폰을 만들 때 삼성은 디스플레이, 반도체, 배터리를 먼저 구입한다. 이 모든 부품 가격까지 더하고, 다시 완성된 스마트폰 가격도 더하면 **이중계산(Double Counting)**이 된다. 그래서 GDP는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구매하는 '완성품'의 가치만 계산한다. 잠깐 스스로 생각해 보자: 밀가루는 중간재인가, 최종재인가? 제빵 공장이 구매하면 중간재고, 네가 마트에서 집에서 쓰려고 사면 최종재다. 같은 물건이지만 누가, 어떤 목적으로 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GDP를 계산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지출법(Expenditure Approach), 소득법(Income Approach), **생산법(Production Approach)**인데, 이론적으로 세 방법은 동일한 값을 낳는다 — 누군가 쓴 돈은 누군가의 소득이 되고, 동시에 누군가가 생산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장 많이 쓰이는 지출법의 공식은 다음과 같다:

Y = C + I + G + (X - M)

여기서 Y는 GDP, C는 민간소비(Consumption), I는 민간투자(Investment), G는 정부지출(Government Expenditure), X는 수출, M은 수입이다. (X-M)을 **순수출(Net Exports)**이라 부른다. 이 공식은 단순히 외울 것이 아니라, 각 항목이 어떤 경제 주체의 행동을 나타내는지 이해해야 한다 — 가계는 C, 기업은 I, 정부는 G, 해외는 (X-M)에 해당한다. 이 공식은 뒤에서 재정정책을 공부할 때 다시 결정적으로 등장한다.

[노트 기록] GDP = C + I + G + (X-M). 최종재만 포함. 이중계산 주의.

그런데 GDP를 볼 때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명목 GDP(Nominal GDP)**는 현재 시장 가격으로 계산한 것이고, **실질 GDP(Real GDP)**는 가격 변동의 효과를 제거한 것이다. 왜 이게 중요한가? 2024년 GDP가 2023년보다 10% 높아졌는데, 그 기간 물가도 10% 올랐다면, 실제로 생산된 물건의 양은 전혀 늘지 않은 것이다. 경제 성장을 제대로 측정하려면 반드시 실질 GDP를 봐야 한다. 또 한 가지, GDP는 나라 전체의 크기를 보여주지만, 개인의 생활 수준을 보려면 **1인당 GDP(GDP per capita)**를 봐야 한다. 중국의 GDP는 한국보다 훨씬 크지만, 인구 14억 명으로 나누면 1인당 GDP는 한국이 더 높다. 하지만 1인당 GDP도 완벽하지 않다. 소득 불평등, 여가 시간, 환경 오염은 GDP에 반영되지 않는다. 유엔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인간개발지수(HDI, Human Development Index)**를 만들었고, 부탄은 '국민총행복(GNH)'이라는 개념을 제안하기도 했다. GDP가 가장 강력한 도구이면서도, 그 자체로는 우리 삶의 풍요를 완전히 담지 못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실업률: 경제의 혈압계

**실업률(Unemployment Rate)**은 "경제활동인구 중 일하고 싶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의 비율"이다. 핵심은 **'경제활동인구(Labor Force)'**다. 전체 인구에서 15세 미만, 군인, 교도소 수감자 등을 제외하고, 다시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사람들만을 경제활동인구라 부른다. 단순히 일을 안 하는 것(학생, 주부, 은퇴자)은 실업이 아니다. 구직 활동을 포기한 사람도 공식 실업자에 포함되지 않는데, 이를 **실망실업자(Discouraged Workers)**라 부른다. 그래서 공식 실업률은 실제 노동 시장의 어려움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실업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마찰적 실업(Frictional Unemployment)**은 더 좋은 직장을 찾아 이직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실업 — 경제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증거이기도 하다. **구조적 실업(Structural Unemployment)**은 기술 변화나 산업 구조의 변화로 특정 직종의 수요가 사라지면서 생기는 실업 — 공장 자동화로 인해 생산직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는 경우. **경기적 실업(Cyclical Unemployment)**은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인력을 줄이면서 발생하는 실업이다. 이 세 유형 중 경기적 실업만이 경기가 회복되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자연실업률(Natural Rate of Unemployment)**이란 경기가 정상적일 때도 항상 존재하는 실업률로, 마찰적 실업과 구조적 실업의 합이다. 완전고용(Full Employment)이란 실업률 0%가 아니라, 자연실업률 수준에 있는 상태를 뜻한다. 이 개념은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이 1968년 제안했고,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이다 — 이 이야기는 조금 뒤에 다시 등장한다.

[노트 기록] 실업 3유형: 마찰적(이직 중) / 구조적(산업 변화) / 경기적(경기 침체). 실망실업자는 공식 통계에서 제외. 완전고용 ≠ 실업률 0%.

인플레이션: 경제의 혈당계

**인플레이션(Inflation)**은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이다. 한 번 오르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오르는 것이다. 반대로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디플레이션(Deflation)**이라 한다. 인플레이션을 측정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소비자물가지수(CPI, Consumer Price Index)**다. 통계청이 도시 가계가 일반적으로 구매하는 약 460개 품목(식품, 주거, 교통, 의복 등)의 가격을 조사하여 기준 연도와 비교한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Demand-Pull Inflation)**은 경제 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때 발생한다 — "너무 많은 돈이 너무 적은 물건을 쫓는다(Too much money chasing too few goods)"는 표현이 딱 맞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각국 정부가 막대한 재정지출을 하면서 수요가 폭발했고, 이것이 2021~2022년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의 한 원인이었다. **비용 압박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은 생산 비용(임금, 원자재)이 상승하면서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는 경우다 — 1973년 오일쇼크가 대표적 사례로, 석유 가격 폭등이 모든 산업의 생산 비용을 높였다. 그런데 적당한 인플레이션(연 2% 내외)은 오히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 나중에 더 비싸질 것을 알기에 지금 구매하려는 인센티브가 생기기 때문이다. 문제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화폐의 구매력을 파괴하고, 저축자를 희생시키며, 소득 재분배에 심각한 왜곡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1920년대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에서는 인플레이션율이 월 수백만 퍼센트에 달해, 빵 한 덩이를 사려면 손수레 한 가득의 지폐가 필요했다 — 이것이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이다.

[노트 기록] 인플레이션 원인: 수요 견인(수요 > 공급) vs 비용 압박(생산비 상승). CPI로 측정. 적정 인플레이션 ≈ 연 2%.


II. 경기변동과 경제성장 — 경제의 심장 박동

경제는 직선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위의 세 지표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래프로 그리면, 오르락내리락하는 파동이 나타난다. 이것을 **경기변동(Business Cycle)**이라 한다. 경기변동은 네 단계로 구성된다. 확장(Expansion) 국면에서는 실질 GDP가 증가하고, 고용이 늘고, 소비와 투자가 활발하다. 이것이 최고점에 달하면 **정점(Peak)**이다. 이후 경제 활동이 둔화되는 수축(Contraction) 국면이 오고, 6개월 이상 연속으로 GDP가 감소하면 이를 공식적으로 **경기침체(Recession)**라 부른다. 침체가 바닥에 닿으면 **저점(Trough)**이고, 다시 회복이 시작된다.

[노트 기록] 경기변동 4단계: 확장 → 정점 → 수축(침체) → 저점 → 다시 확장.

경기변동의 원인은 무엇인가? 이것은 경제학자들이 수십 년간 논쟁해온 질문이다. 케인스 학파는 **총수요(Aggregate Demand)**의 변동, 즉 가계·기업·정부의 지출이 갑자기 줄거나 늘면서 경기가 요동친다고 본다. 소비자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갑자기 지갑을 닫으면(소비 감소 → GDP 감소 → 실업 증가), 자기실현적 침체가 시작된다. 반면 **실물경기변동론(Real Business Cycle Theory)**을 주창한 키들랜드(Finn Kydland)와 프레스콧(Edward Prescott)은 기술 충격, 생산성 변화 같은 공급 측 요인이 경기변동의 주원인이라고 주장한다 — 이 업적으로 두 사람은 200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경기변동과 구분해야 할 것이 **경제성장(Economic Growth)**이다. 경기변동이 단기적 파동이라면, 경제성장은 장기적 추세선의 상승이다. 경제학자 로버트 솔로(Robert Solow)는 1956년 **솔로 성장 모형(Solow Growth Model)**을 제시하며, 경제성장이 노동(Labor), 자본(Capital), **기술(Technology, 총요소생산성)**의 증가로 설명된다고 정리했다 — 이 업적으로 198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이 모형의 핵심 통찰 중 하나가 수렴 가설(Convergence Hypothesis): 가난한 나라가 부유한 나라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 자본이 부족할수록 추가적인 자본 한 단위의 생산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의 1960~90년대 '한강의 기적'이 이 현상의 대표 사례다.


III. 통화정책과 중앙은행 — 경제의 혈압을 조절하는 의사

경기가 과열되거나 침체될 때, 누가 조절하는가? 두 가지 주요 정책 수단이 있다. 먼저 **통화정책(Monetary Policy)**은 **중앙은행(Central Bank)**이 통화량과 이자율을 조절하여 경제를 안정시키는 정책이다. 한국의 중앙은행은 한국은행(Bank of Korea), 미국은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Fed)**다. 중앙은행이 정부로부터 독립되어 있다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 정치인들은 선거를 앞두고 경기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려는 유인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물가 안정을 목표로 하는 중앙은행이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중앙은행의 주요 도구는 세 가지다. 첫째, 기준금리(Base Interest Rate) 조정이다. 금리를 내리면 → 기업과 가계의 차입 비용이 낮아지고 → 투자와 소비가 늘고 → GDP가 증가한다(경기 부양). 반대로 금리를 올리면 → 차입 비용 상승 → 투자·소비 감소 → 인플레이션 억제. 이것이 통화정책의 핵심 메커니즘이다. 둘째, **공개시장조작(Open Market Operations)**이다.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하면 시중에 돈이 풀리고(통화량 증가 → 금리 하락), 국채를 매각하면 돈을 흡수한다(통화량 감소 → 금리 상승). 셋째, 지급준비율(Reserve Requirement) 조정이다. 은행이 고객 예금의 일정 비율을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해야 하는데, 이 비율을 낮추면 은행이 더 많이 대출할 수 있어 통화량이 늘어난다.

[노트 기록] 통화정책 도구: ① 기준금리 ② 공개시장조작(국채 매입/매각) ③ 지급준비율. 주체: 중앙은행.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하나 더 있다. **통화 승수(Money Multiplier)**다. 중앙은행이 100억 원을 시중에 공급한다고 해서 통화량이 딱 100억 원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은행이 이 돈을 대출하고, 대출받은 사람이 다시 예금하고, 은행이 다시 대출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통화량은 몇 배로 증가한다. 지급준비율이 10%라면, 이론적으로 통화 승수는 1/0.1 = 10이 된다 — 중앙은행이 100억 원을 공급하면, 시중에는 최대 1,000억 원의 효과가 생길 수 있다. 그런데 통화정책에는 중요한 한계가 있다.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 금리를 0에 가깝게 내려도 기업과 가계가 미래를 너무 비관적으로 보면 투자와 소비를 하지 않을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준은 금리를 사실상 0%로 유지했지만 경기 회복이 더뎠고, 그때 등장한 것이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QE) — 중앙은행이 다양한 자산을 직접 매입하여 강제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이다.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의 단기적 상충관계도 짚어야 한다. 1958년 경제학자 A.W. 필립스는 실업률이 낮을 때 인플레이션이 높고, 실업률이 높을 때 인플레이션이 낮다는 경험적 관계를 발견했다 — 이것이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이다. 직관적으로 생각해보면: 경기가 좋아 실업률이 낮으면 노동자들의 협상력이 높아져 임금이 오르고, 이것이 비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앞서 배운 자연실업률 개념과 필립스 곡선을 연결해 보면 — 중앙은행은 실업률을 자연실업률 아래로 억지로 끌어내리려 할 때 인플레이션이라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이 상충관계(Trade-off)는 중앙은행이 매 회의마다 씨름하는 문제다.


IV. 재정정책과 정부 역할 — 경제의 또 다른 조종사

통화정책이 중앙은행의 영역이라면, **재정정책(Fiscal Policy)**은 정부의 영역이다. 정부가 세금과 지출을 조절하여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이 재정정책이다. **확장적 재정정책(Expansionary Fiscal Policy)**은 경기 침체 시 정부가 지출을 늘리거나(G 증가) 세금을 줄여(T 감소) 총수요를 자극하는 것이다. 앞서 GDP 공식 Y = C + I + G + (X-M)에서 G가 증가하면 Y도 증가한다는 것을 기억하는가? 반대로 경기가 과열될 때는 긴축적 재정정책(Contractionary Fiscal Policy) — 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올려 총수요를 냉각시킨다.

여기서 케인스의 핵심 아이디어인 **승수 효과(Multiplier Effect)**를 이해해야 한다. 정부가 도로 건설에 1,000억 원을 지출한다고 하자. 이 돈을 받은 건설 노동자들은 소득이 늘어나 소비를 늘린다. 그 소비가 다른 사람의 소득이 되고, 그들도 소비를 늘린다. 이 연쇄효과로 GDP 증가분은 정부 지출 증가분보다 크다. **정부 지출 승수(Government Spending Multiplier)**는 1/(1-MPC)인데, 여기서 **한계소비성향(MPC, Marginal Propensity to Consume)**은 소득이 1원 늘었을 때 소비가 몇 원 늘어나는지를 나타낸다. MPC가 0.8이면 승수는 1/(1-0.8) = 5, 즉 정부가 1,000억 원을 지출하면 GDP는 최대 5,000억 원까지 증가할 수 있다.

[노트 기록] 재정정책 승수 = 1/(1-MPC). MPC가 클수록 승수 효과 크다.

그런데 현실에서 승수는 이론치보다 훨씬 낮다. 구축 효과(Crowding Out Effect) 때문이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면, 채권 시장에서 자금 수요가 늘어나 이자율이 상승한다. 이자율이 오르면 민간 기업의 투자(I)가 위축된다 — 정부 지출이 민간 투자를 '밀어내는' 것이다. GDP 공식에서 G가 늘면 I가 줄어드는 것이니, 결국 상쇄 효과가 발생한다. 케인스 학파와 고전파 경제학자들의 가장 큰 논쟁점 중 하나가 바로 이 구축 효과의 크기다.

**자동안정화장치(Automatic Stabilizers)**도 중요하다. 정부가 명시적으로 정책을 바꾸지 않아도 자동으로 경기를 안정시키는 장치들이 있다. 실업보험이 대표적이다: 경기 침체로 실업자가 늘어나면, 자동으로 실업급여 지출이 늘어나 가계 소득 감소를 완충한다. 반대로 경기가 좋아지면 소득이 늘면서 세금 납부액이 자동으로 늘어나 경기를 식힌다. 이 장치들은 입법부의 승인 없이 자동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재량적 재정정책(Discretionary Fiscal Policy)'과 구별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은 연준의 극적인 금리 인하(통화정책)와 오바마 행정부의 8,000억 달러 규모 경기부양법안(재정정책)을 동시에 사용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전 세계 각국이 유례없는 규모의 재정지출과 통화완화를 병행했고, 그 결과 2021~2022년 높은 인플레이션에 직면했다 — 정책의 과잉이 새로운 문제를 낳은 것이다.


프로젝트: 경제 지표 대시보드 & 경제 전망 보고서

이제 배운 내용을 실제로 적용할 시간이다. 아래 세 프로젝트는 모두 정답 없이 문제만 제시한다. 네가 스스로 분석하고 판단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프로젝트 1] 거시경제 지표 읽기 (약 15분)

아래는 한국 경제의 연습용 데이터다.

연도 명목 GDP (조 원) GDP 디플레이터 (기준: 2020=100) 취업자 수 (만 명) 경제활동인구 (만 명) CPI 상승률
2020 1,940 100 2,690 2,800 0.5%
2021 2,058 103 2,727 2,810 2.5%
2022 2,162 108 2,764 2,830 5.1%
2023 2,236 112 2,780 2,850 3.6%

문제 1-1. 2020년을 기준으로 2021~2023년의 실질 GDP를 계산하라. (힌트: 실질 GDP = 명목 GDP ÷ GDP 디플레이터 × 100) 명목 GDP 성장률과 실질 GDP 성장률을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는가? 그 차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문제 1-2. 각 연도의 실업률을 계산하라. (힌트: 실업자 수 = 경제활동인구 - 취업자 수, 실업률 = 실업자 수 ÷ 경제활동인구 × 100) 실업률이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인데 CPI는 2022년에 급등했다. 필립스 곡선의 관점에서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가?

문제 1-3. 2022년의 CPI 상승률 5.1%는 수요 견인인가, 비용 압박인가, 아니면 혼합인가? 2021~2022년 국제 경제 상황(코로나19 회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교란)을 고려하여 네 자신의 논거를 제시하라.


[프로젝트 2] 경기변동 분석 (약 15분)

다음은 어느 나라의 경제 데이터다.

연도 GDP 성장률 실업률 기준금리 정부재정수지 (GDP 대비 %)
T-4 3.2% 3.8% 1.75% -0.5%
T-3 2.8% 3.5% 2.50% -0.3%
T-2 1.1% 4.2% 3.00% -1.2%
T-1 -0.8% 5.8% 1.00% -3.5%
T 0.4% 5.5% 0.50% -4.2%
T+1 2.1% 4.9% 0.75% -2.8%
T+2 3.5% 4.0% 1.25% -1.5%

문제 2-1. 위 데이터에서 경기 사이클의 각 단계(확장, 정점, 수축/침체, 저점, 회복)를 연도별로 구분하라. 어느 연도가 저점이었는가? 판단 근거를 구체적으로 서술하라.

문제 2-2. T-3에서 T-2 사이에 기준금리가 2.50%에서 3.00%로 올랐다. 이것은 어떤 경제 상황에 대한 대응으로 보이는가? 그 결과 T-2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이 결과를 보고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의도한 대로 작동했는지 평가하라.

문제 2-3. T-1에서 T 기간에 정부재정수지가 GDP의 -3.5%, -4.2%로 크게 악화되었다. 이것은 자동안정화장치 때문인가, 재량적 재정정책 때문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이 시기 통화정책(기준금리 0.50%)과 재정정책(대규모 적자)이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은 **정책 믹스(Policy Mix)**의 관점에서 어떤 의미인가?


[프로젝트 3] 경제 전망 보고서 작성 (약 10분)

다음 상황을 읽고, 단순한 의견이 아닌 이론적 근거를 바탕으로 분석하라.

상황: 어느 나라의 경제가 다음과 같다.

  • 최근 3개 분기 연속 실질 GDP 성장률 둔화 (3.2% → 1.8% → 0.6%)
  • 실업률이 빠르게 상승 중 (3.0% → 3.8% → 4.5%)
  • 인플레이션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 (CPI 4.8%)
  • 중앙은행 기준금리: 현재 4.5%
  • 정부 부채 비율: GDP의 65% (5년 전 45%에서 급격히 상승)

이 상황은 일반적인 경기 침체와 다른 특수한 상황이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라는 단어를 스스로 찾아보고, 이 나라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했는지 먼저 판단하라. 그 후 다음 두 질문에 답하라.

(A)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려야 하는가, 내려야 하는가, 동결해야 하는가? 각 선택지가 인플레이션, 실업률, GDP 성장률 세 지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라. 어떤 선택도 완벽하지 않을 것이다 — 그 딜레마를 직시하라.

(B) 정부는 재정정책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 정부 부채가 이미 GDP의 65%에 달한다는 사실은 어떤 제약을 만드는가? 이 제약 안에서 가능한 정책 옵션을 제시하라.


평가 기준 (총 100점)

거시지표 해석 (30점): GDP, 실업률, 인플레이션을 단순히 정의만 아는 것이 아니라, 실제 데이터를 보고 계산하고 해석할 수 있는가? 지표 간의 상호관계(필립스 곡선 등)를 파악하는가? 대시보드 품질 (40점): 경기변동의 단계를 데이터에서 정확히 식별하는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작동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정책의 의도와 결과를 구분하여 평가하는가? 분석에 논리적 일관성이 있는가? 전망 보고서 (30점): 경제 이론(필립스 곡선, 구축 효과, 정책 메커니즘)을 근거로 주장을 전개하는가? 정책의 트레이드오프(상충관계)를 명시적으로 인식하고 논의하는가?


마지막으로 하나만 덧붙이자. 경제학은 정답이 있는 수학이 아니다. 같은 데이터를 보고 케인스 학파는 "정부가 더 개입해야 한다"고 하고, 통화주의자는 "중앙은행이 통화량만 안정적으로 관리하면 된다"고 하며, 공급주의자는 "세금을 줄여 민간 활력을 살려야 한다"고 한다. 네가 배워야 할 것은 올바른 답이 아니라, 각 주장의 논리와 전제, 그리고 한계를 꿰뚫어 보는 능력이다. 그 능력이 쌓이면, 어떤 경제 뉴스를 보더라도 "이게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거구나"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이 이 2단계의 진짜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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